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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랑쥐 Aug 16. 2021

[남편의글] 우리는 서로의 달 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그려보자

intro

서로의 얼굴을 그려보자


3분 동안 서로 눈을 마주쳐보자

그리고 이마, 눈, 코, 입

관찰해보는 거야


우린 닮았을까?

아니면 다를까?


우리는 서로의 달 이었다


나는 피카소의 후예가 아닐까. 3분 만에 쓱싹 그린 그림인데 아내와 정말 똑같다.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뒀는데 아내는 마음에 들지 않는지 금세 떼어낸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 그림을 그리려 보니 달리 보인다. 귀는 어디쯤 붙어 있는지, 콧구멍은 어떻게 생겼는지, 눈썹의 길이는 어느 정도인지 관찰해본다.


내가 아내의 얼굴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눈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세히 보기는 처음이다. 쌍꺼풀의 두께와 속눈썹의 길이, 눈동자의 크기와 색깔까지.


내가 눈이 작아서 그런지 난 크고 예쁜 아내의 눈을 참 좋아한다. 평소에 눈화장을 잘 하지 않고 렌즈도 끼지 않는데 깊고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있다.


아내와 함께 살기로 마음 먹은 이유 중 하나도 눈이다. 항상 나를 한없이 사랑스럽게 봐주는 눈빛을 보면서 이 사람과 함께 살면 행복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아내의 갈색 눈동자를 자세히 쳐다보니 내가 비쳐 보인다. 아내의 눈은 일방적으로 빛나는 별이 아니라 내 눈빛을 반사해서 반짝이는 달이었다. 내가 사랑을 담아 바라보면 더 큰 사랑으로 돌아온다.


나도 아내를 중심으로 도는 아내의 달이다. 아내와 사랑을 열심히 주고받으면 우리의 우주는 밝아질 것이고 사랑하기에 게을러지면 어두워질 것이다. 아내의 반짝이는 눈을 항상 오래오래 보고 싶으니 열심히 사랑해야겠다.


서로를 한 바퀴씩 공전하는 1년이 될 때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려봐야겠다. 추억 만큼 주름이 생기고 희노애락이 스쳐 지나가겠지만 서로 열심히 사랑한다면 눈빛은 언제나 서로를 향해 반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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