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당장 해보고 싶은 일
intro
함께 당장 해보고 싶은 일
둘이서 함께 당장이라도 해보고 싶은 거 있어?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오던 일
아님 할 수 있는데 막연하게 미뤄뒀던 일
꼭 함께 해보고 싶은 것!!
아무거나 좋아.
함께 하고 싶은 소소한 일상을 공유해보자
공놀이를 잘 하려면 두 가지를 잘 해야 한다. 모든 운동의 기본인 달리기와 튀어오르는 공에 대한 반사 신경이다. 난 그 두 가지를 다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발이 느렸고 반사 신경은 떨어졌다. 그래서 언제나 공놀이는 젬병이었다.
평생 공놀이와 담을 쌓고 살아온 내가 스무살에 한 스포츠 스타에 반했다. 스페인의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이다. 2008년 윔블던 대회 결승에서 짐승 같은 엄청난 운동량을 바탕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하지만 테니스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10년도 넘게 지난 30대 초반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취미 활동에 고정적인 비용을 쓸 여유가 생기자 테니스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장비발을 세워야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핑계로 초심자에 맞지 않는 고급 라켓과 가방, 신발 등을 장만했다.
그렇게 2년 정도를 배웠는데 실력은 영 늘지를 않았다. 장비가 가려주기에 내 몸치의 정도는 너무 심했다. 공을 쫓아가기에 달리기는 느렸고, 튀어오르는 공은 자주 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건너 편 코트에 서브를 넣어야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데 이것조차 어려웠다.
그런데도 테니스를 꾸준하게 배우러 갔던 건 레슨 시간 30분 동안 느끼는 몰입감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보내주는 대로 공을 쫓아가다보면 10분 안에 숨은 턱끝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초집중 하지 않으면 라켓에 공이 빗맞아서 네트를 넘길 수 없었다. 그렇게 30분을 뛰고 나면 정말 하얗게 불태웠단 표현처럼 한 주 동안 머리와 마음 속에 쌓인 근심과 걱정이 싹 연소됐다.
주말마다 나가던 테니스장을 아내와 연애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가지 않게 됐다. 일하고 남는 시간을 대부분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와 보냈기 때문이다. 둘 다 하기엔 여유가 부족했다. 언제나 마음 한편에선 테니스를 다시 배우러 가고 싶단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특히 숨이 차오를 때 힘겹게 공을 쫓아가서 팡 소리가 나게 정타를 쳤을 때 찾아오는 쾌감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아내에게 집 근처 실내 테니스장을 함께 다니자고 말해본 적이 있다. 아내를 관찰해보니 테니스를 배우면 나와 평생의 호적수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본 아내는 나보다 뻣뻣하고 운동 신경이 부족하다. 둘이 공을 살살 주고받으면 적당히 유산소 운동이 돼서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거 같았다.
하지만 아내는 거꾸로 나에게 함께 골프를 배우자고 말한다. 부부 동반으로 봄, 가을에 필드에 나가면 그렇게 좋을 거 같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골프에는 마음이 썩 끌리지 않는다.
얼마 전 라파엘 나달 선수가 호주 오픈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 선수를 상대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스무살 때 전성기였던 나달이 이제는 노장이 돼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자 다시 가슴이 뜨거워졌다.
괜히 지도앱을 켜고 집 주변 실내 테니스 연습장을 검색해본다. 집과도 가깝고 시설도 괜찮게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오늘 밤 아내에게 살짝 다시 물어봐야겠다.
"이번 주말에 테니스장에 구경이라도 한번 가 보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