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괜찮은 어른이 되는 길
intro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이 된다는 건 과연 뭘까' 하고 생각해본 적 있어?
아직도
성숙한 척, 겉만 어른인 척, 척척하는 어른 말구
내가 예전에 비해
부쩍 달라진 내 모습을 발견하거나
이런 모습이 진짜 어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것들 말이야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아내가 물었다.
"당신은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해?"
요즘 내가 어른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① 기본기의 중요함을 알 때
대학교 1, 2학년 때 조별과제가 생기면 난 무조건 PT 제작과 발표를 맡았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건 하기 싫고, 잘 몰라도 그럴싸하게 보여주는 건 잘했기 때문이다.
시험 기간에도 벼락치기를 주로 했다. 어떻게든 기출문제를 구해서 시험에 나올 법한 것만 골라서 공부하면 B+ 이상은 맞을 수 있었다.
그런데 군 입대를 앞두고 자취방 정리를 하다가 문득 발견하게 된 게 있다. 책장에 기억에 남는 새로 읽은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얕게만 살아왔더니 기초체력이 늘지 않았다. 군대를 다녀와서는 다른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복학생이 된 뒤 테니스를 배운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몇 달째 같은 포핸드 동작만 시켰다. 더 어린 나였으면 나도 빨리 발리 동작을 해보고 싶다고 투덜댔을 것이다. 지금은 묵묵히 좋은 자세가 나올 때까지 연습한다. 내 진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건 화끈한 벼락치기가 아니라 지루한 기본기 연습이란 걸 어느 순간부터 깨달아서다.
② 계획적으로 바뀐 나를 볼 때
20대 때는 '여행은 계획 없이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은 예상 밖의 사건이 생기고, 길을 헤매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게 장점이다.
지금은 즉흥적인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출발하기 전에 비용과 리뷰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간다.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 헛수고가 점점 힘들어진 탓이 있다.
그런데 더 큰 이유는 동행하는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동행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 무계획이, 길을 헤매는 게 큰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만날 때 상대방을 위해 장소와 동선 등을 고민할 때 어른이 됐음을 느낀다.
계획 없는 여행을 떠나 봤기 때문에 계획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게 아닐까.
③ 삶 앞의 겸손함을 갖출 때
학생 때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을 뽐내고 상대가 못하는 것을 무시했다. 쉽게 내 생각을 주장하고 맞다고 우겼다. 상대방에 대한 나쁜 말도 뒤에서 편하게 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부정적인 언행이 다 나에게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는 겸손하려 노력했다. 상대의 말은 충분히 듣고 판단은 신중하게 하려 했다. 누군가의 배경으로 편견을 갖지 않으려 했다. 좋은 말은 자주 건네고 나쁜 말은 굳이 하지 않으려 했다.
직업 탓도 있다. 수년간 수많은 사건·사고의 발생부터 후일담까지 겪었다. 그때는 모두 알았다고 생각했던 일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진실은 n차원의 복잡계인데 우린 단편적인 면만 보고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고 있었다. 그래서 '삶 앞에서 겸손함'을 갖추려 노력할 때 어른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