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Bar)는 바텐더가 위스키를 주던것에서 시작됐고 펍 (Pub)은 영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집 중 하나라생각했던 펍(Pub)은 실제로 어마어마한 영국문화를 가지고 있다.
2. 여행과 맥주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영국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나의 취미는 해외여행이다. 그래서 나만의 여행 테마를 만들었다. 바로 맥주를 마시는 여행이다.
"어떤 나라의 맥주가 가장 유명한가?"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독일" "벨기에" 체코" 등을 꼽을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영국 맥주가 최고지"라고 말한다면 나이 든 영국인일 것이다.
영국의 맥주는 밍밍하고 미지근하다.
더운날 탄산 가득한 맥주 한모금 했을 때의 행복감을 영국 맥주에서는 찾을 수 없다.
밍밍하고 미지근한 술은 나이든 영국인 아재들에게만 인기 있다. 영국에서도 영국 맥주를 좋아하는 젊은 사람을 늙은이라고 놀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나에게도(?)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영국이었다.
3. 막걸리와 영국 맥주는 사실 같다.
막걸리는 쌀과 누룩으로 만든 술이다.
맥주는 보리와 효모 홉으로 만든 술이다.
그러니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맥주와 막걸리는 큰 범위에서 다르지 않다.
맥주에 쓰이는 곡류는 씨앗을 내는 어떤 곡류든 상관없다.
쌀로 만든 맥주는 일본의 소도시를 여행하다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고, 막걸리는 어떠한가? 밀로 만든 막걸리들이 저렴하게공급되고 있다. 그리고 가평을 여행하다보면 맛있는 보리막걸리도 마실수 있다.
맥주를 만들다가 실패하면 막걸리가 되기도 하고 막걸리를 낮은 온도에서 잘 발효시키면 맥주가 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막걸리와 맥주가 비슷하다는 설명인데 그럼 영국 맥주와 같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문화가 닮아있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에게 영국 맥주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한 도구였다. 많은 대화를 나누기에 도수가 높거나 차가운 맥주는 맞지 않았다. 마시기 부드러운 영국식 에일은 그래서 대화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한 영국식 에일을 파는 곳이 바로 영국의 펍(Pub)이다.
펍(Pub) 이란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펍은 공공장소의 기능을 담당했다.
노동자들에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였으며 심지어 권력자에 대한 데모의 수단 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막걸리를 파는 주막은 어떠했는가?
조선시대의 주막은 음식점과 여관 심지어는 우체국의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 주막의 한켠을 보면 마구간이 있는데 영국의 펍도 자세히 보면 형태가 다르긴 하지만 마구간이 있고 말들을 위한 짚풀로 가득했다.
이처럼 영국의 맥주와 한국의 막걸리는 과학적. 기능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비슷한점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4. 영국사람들에게 Pub이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예천의 삼강주막은 120년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런던에는 지천에 널린 펍들이 최소 200년 역사는 훈장쯤으로 가지고 있다. 그동안 (Pub)lic House라는 말답게 몇 백 년간 영국인들의 공공장소로서 역할을 했고 자연스레 영국의 역사, 자연 등을 담게 되었다.
나는 영국 사람들의 입장에서 Pub을 이해하기 위해선 Pub Crawling (펍크롤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펍크롤링이란 이곳저곳 펍을 다니며 맥주를 마시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또한 영국의 펍 문화를 반영한다)
(그들에겐 맥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대화가 중요한 것이었기에 그런 문화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 다른 의미의 Pub Crawling을 시작한다)
(1) Prince of Wales In Victoria
영국의 펍 이름을 보면 대략적인 느낌이 온다. 전통을 가진 펍의 이름은 영국의 역사, 종교, 자유주의, 저항을 나타낸다.
만약에 펍을 찾았는데 이름이 Fish and Chips 라던지 Big Ben이라면 흔히 생각하는 술집에 가까울 것이다.
Prince of Wales ; 웨일스의 왕자
런던과 웨일스가 무슨 관계가 있나 싶겠지만
이는 빅토리아 여왕 부부의 후손인 에드워드를 의미한다.
잉글랜드의 왕 에드워드는 웨일스를 정복했다. 그러나 웨일스의 귀족들은 웨일스어를 사용하며 굴복하지 않았다. 웨일스에는 한가지 법이 있었다. 웨일스의 왕세자는 웨일스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에드워드는 그의 차남인 2세가 (장남은 사망한다) 영어나 프랑스어 대신 웨일스어를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후로 에드워드 황태자는 웨일스어를 사용하였고
잉글랜드의 왕세자들은 대대로 Prince of Wales라고 불리었다.
이 펍은 오래된 펍들이 그러하듯 나무로 된 Cask에서 수동 펌프로 뽑아내는 시스템이었다. Cask Ale만이 Real Ale (진정한 맥주)라고 생각하는 영국인이 많다.
이는 막걸리와 같은데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의 차이와 같다. 처음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Cask에서 모든 숙성을 마친 Cask Ale은 생막걸리와 비슷하다. 그런 이유로 짧은 기간 동안만 만들어진 지역에서맛볼수 있다.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이곳으로 달려와 맥주를 마셨다. 정신은 몽롱했지만 현지의 에일을 맛보기 위해 달려온 수고가 아깝지 않았다. 간혹 풍겨오는 Cask의 나무 비린내가 신경쓰였지만 나무 Cask로 부터 수동 펌프질에 담겨 나오는 맥주는 이곳이 아니면 마실수 없다.
혼자 외롭게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는 나에게 중년 신사가 말을 건다
"You choose the wonderful ale"
(2) The Dog and Duck In SOHO
개와 오리. 이름만 보면 싱거울수 있으나 200년 전 SOHO거리가 사냥터였던것을 생각하면 그 시절 역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SOHO거리의 Pub들은 (The three Greyhounds 등) 사냥터 시절의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
The Dog and Duck은 약 200여 년 정도 되었는데 실제 타일과 나무장도 200년 된 것이라 한다. 동물농장의 저자 조지오웰이 자주 오던 펍으로 벽에는 그와 관련된 책과 사진들이 보였다.
The Dog and Duck은 진정으로 찾고 싶었던 펍이었다.
펍 내부는 사람으로 꽉 차 들어갈 수 조차 없었다. 그들은 맥주 한잔씩을 든 채 앞사람들과 이야기 중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2시간 동안 한잔의 맥주만으로 버틴다는게 힘들겠지만 영국인들에겐 일상이었다.
그 많은 사람 중 유일하게 동양인인 나를 영국인들은 신기하게 쳐다봤다.
당연했다. 동양인이 어찌 200년간의 펍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혼자 맥주를 마시러 오는 동양인을 이상하게 보는건 당연했다.
나를 불쌍히 여긴 60대 할아버지가 Row가 따로 없으니 앞으로 가서 주문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이곳만의 Bitter Ale (가장 흔한 영국식 에일 종류)을 원한다고 말하자 팔뚝이 허벅지만한 종업원이 연거푸 수동 펌프질을 해댔다.
역시 영국식 에일은 싱거웠다. 그러나 이 싱거움이 좋았다.
늙은이라고 놀려도 나는 싱거운 영국식 에일이 좋았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맥주보다 나무통의 향기가 잔뜩 배어있는 영국식 에일이 더 맛있었다.수동으로 연거푸 퍼내던 모습과 연결되며 더욱 싱싱하게 느껴졌다.
맥주를 마시고 나오는 길에 The dog and duck Hotel이라는 반대쪽 새로운 간판을 발견했다. 펍에서 호텔도 운영하는 것인가?
아니다. 전에 설명했듯이 우리나라의 주막처럼 오고 가는 사람들의 숙박 역할을 하던 곳이 Pub이었다.
영국의 다양한 Inn과 Hotel에서는 투숙객들을 위한 각각의 맥주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지금의 Pub 문화에 일조했다.
실제 많은 펍들의 이름에 Inn이나 Hotel이 있음을 볼 수 있다
(3) The George Inn in Borough
내가 이 펍을 가게 된 건 순전히 호텔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연한 방문은 매우 값진 선물을 주었다.
이곳은 기록상으로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펍이라고 한다.
(1542년의 지도상에도 The George Inn이 있었다고 하니 연산군이 왕으로 있을 때도 존재했던 곳이다)
또한 이곳은 셰익스피어와 찰스 디킨스가 자주 찾았는데 셰익스피어는 펍의 마구간에 앉아 집필을 하고 공연도 했다고 한다.
찰스 디킨스의 'Little Dorrit'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Tip goes into the George to write begging let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