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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Feb 01. 2024

MZ에게 옷 잘 입는다는 칭찬 듣다

<덫>

독자님들은 브런치 작가님들 글을 읽을 때 그분들이 어떤 분인지 궁금한가요? 저는 그렇습니다. 소설을 읽을 때 문장 하나하나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펼쳐지는 것처럼 동료 작가님들의 글 속에서 글쓴이의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물론 그 이미지들은 대부분 제가 이미 알고 있는, 혹은 스쳐 지나간 인연(연인이 아니라)들 중 하나의 모습일 테지만, 이런 상상을 통해 작가님들 글은 단지 2차원(모니터나 휴대폰 액정)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됩니다. 공감의 진폭이 더욱 확장된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보단 아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 닿는 것이 인지상정일 테니까요.  


역설적이게도 저는 브런치를 포함해 SNS에 저란 사람을 드러내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던 류승수 배우와 생각이 비슷합니다. '조이홍'이라는 이름도 필명입니다. 한때 필명과 문체만 보고 저를 여성으로 착각하던 분들도 계셨더랬죠. 그래서 이번에 독자분들과 동료 작가님들께 저를 상상할 수 있는 '재료'를 좀 제공해 드릴까 합니다. 왜 뜬금없이 이런 엉뚱한 생각을 갖게 되었냐고요? 절대 '좋아요' 숫자가 예전만 못해 그런 건 아닙니다. 흠흠. 마침 며칠 전 엄청난 극찬을 듣게 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어떤 극찬인지 벌써 알아채셨을 테지요. 맞습니다. MZ 세대에게 '옷을 매우 잘 입는다'는 칭찬을 듣고야 말았습니다. 마침내!


MZ가 어떤 세대인가요. 마음에 없는 말은 절대 내뱉지 않는 비브라늄급 솔직함으로 무장한 분들 아니던가요. 더군다나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아저씨한테 말이죠. "OO님은 옷을 잘 입으시는 것 같아요. 콤비네이션도 색감도 참 좋은 거 같아요. 남자는 빨간색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참 잘 어울리세요."라는 음성이 꿀처럼 귀에서 뚝뚝 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놀리는 줄만 알았습니다. 솔직히 제 별명 중 하나가 '패션 테러리스트'였거든요. 한 번은 잔뜩 빼입고 회사에 출근했는데 친한 후배가 "부장님, 오늘 패션은 중국 공산당 간부 코스튬인가요?"라고 했을 때 하마터면 사내 폭력의 가해자가 될 뻔했습니다. 대학생 때는 '전설의 똥색 마이' 주인공이기도 했더랬죠. 시골 오일장에서 구했냐고 얼마나 놀림을 받았던지요(시골 비하 아닙니다...). 자기 옷은 센스 있게 잘 입는 아내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간부옷도 아내가 추천해 준 것이었죠. 잘 어울린다고 싫다는 걸 억지로…. 반백년 인정받지 못하던 패션 철학이 드디어 통하는 시대가 온 것일까요? 아무튼, 안목 높은 MZ 세대에게 이 영광을 돌리는 바입니다.


이쯤 되면 어차피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 아닌가'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테지요. 그렇다면 어깨에 뽕 좀 넣겠습니다. 얼굴이라면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으니까요. 오죽하면 별명이 'OO리 장동건'일까요. 맞습니다. <OO리 미중년 모임>에서 장동건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모임에는 'OO리 소지섭'과 'OO리 차은우'도 있답니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제가 메타 인지가 부족하거나 자존감이 아주 높은 사람이라고 여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숨겨두었던 비화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00% 실화입니다. 오래전에 신인 시절의 장동건 배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남자가 봐도 정말 입이 떡 벌어지게 생겼더군요. "와, 정말 잘 생겼다, 인간이 아니다, 장동건"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그때 말을 들었는지 장동건 배우가 "지(자기)는?"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외모가 이 정도입니다. 흠흠. 훗날 광고주와 모델로 장동건 배우를 다시 만나 이 일화를 들려주었더니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더군요. 하지만 분명히 들었습니다. "지는?"을….


흠잡을 데 없는 외모와 MZ 세대가 안정하는 패션 감각, 그것이 바로 저 조이홍입니다. 이제 독자분들과 동료 작가님들은 제 글을 읽을 때마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실 겁니다. 싫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코끼리를 상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만 떠오르는 법이니까요. 아직도 '좋아요'를 누르지 않고 계시네요. 그렇다면 상상력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 마지막 덫을 놓아 볼까요. 지금의 저와 유사한 아우라를 풍기는 이미지를 픽사베이에서 찾았습니다. 이래도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실 가요?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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