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작가의 일희일비(一喜一悲)
소설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라면 조정래 작가님의 <홀로 쓰고 함께 살다>와 <황홀한 글감옥>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모두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니까요. 이 두 권만 잘 읽어도 작가님이 생각하는 '작가의 길'과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 실력 향상에 도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근현대사 3부작을 완독 한다면 좋을 테지만, 도파민 중독의 시대에 열 권 넘는 소설을 읽으라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저도 아직 3부작 중 어떤 작품도 읽지 않은 것을요. 그나마 <태백산맥>을 부분 부분 읽긴 했지만, 뭔가 큰 마음먹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수년 째 망설이고 있습니다. 작가님께는 죄송하지만, <태백산맥> 전집은 리모컨 받침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 진정한 독자라면 책은 구입하되 읽지 않는 법이라고 누군가 그랬던가요. 또 이렇게 스스로를 용서하는 길을 잘도 찾습니다. 그래도 어떤 독자는 전 권을 필사하는가 하면, 열 번 이상 완독한 독자도 있다고 하니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터입니다. 책 좀 읽는다더니 순 날라리 독자군, 이라고 혼내도 그저 쥐구멍을 찾을 수밖에요. <사람의 탈>,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허수아비춤>, <불놀이>, <황토> 정도 읽었고, 이 중에서 <정글만리>를 제외하면 모두 중고서점에 유배되는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책들은 또 안 읽을 거야 물어보심..., '네'라고 대답하는 대신 <홀로 쓰고 함께 살다>와 <황홀한 글감옥>을 다시 읽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세계문학전집 1백 권, 한국문학전집 1백 권, 중·단편 소설집 1백 권, 시집 1백 권, 기타 역사서적이나 사회학 관련 서적 1백 권을 읽지 않고는 소설을 쓰려고 펜을 들지 말라"라고 작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분야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만화책과 그림책은 제외하고, 5백 권은 쉬이 넘겼으니 펜 좀 들고 글 좀 써도 좋으련만 여전히 소설을 다시 쓸 용기(마음)가 생기지 않습니다. 출판사의 수많은 '거절'과 '수상 실패' 때문일까요. 언제부터는 브런치북에도 응모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조정래 작가님은 글 잘 쓰는 요령으로 다독(4), 다상량(4), 다작(2)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다독을 넘어 '다상량'할 차례인가 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게 조정래 작가님이 말한 '문학의 징검다리'인 걸까요. 오, 저 오늘 '작가의 길'을 깨달은 걸까요.
돌은 단 두 개, 뒷돌을 앞으로 옮겨놓아 가며
스스로, 혼자의 힘으로 강을 건너가야 한다.
그게 문학의 징검다리다.
- 조정래
이 글은 이전에 쓴 '작가의 길'을 리라이팅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