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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Feb 17. 2023

결혼반지

물건의 기억


몇 해전부터 살이 찌면서 반지가 맞지 않았다.

매장에 가서 반지를 늘리면 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 화장대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최근에 살이 빠져 아주 오랜만에 결혼반지를 껴봤다.


손가락 사이로 반지가 미끄러져 들어갈 때

십여 년의 결혼 생활동안 머물고 사라짐을 반복하던

기쁨, 슬픔, 즐거움, 아픔, 평온, 두려움, 불안, 행복....

갖가지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 파도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처음 이 반지를 사던 날의 설렘,

결혼식 하던 날 우리가 했던 다짐들을 떠올렸다.


나는 그 다짐들을 얼마나 지키며 살아왔나.



오랜만에 낀 반지가

결혼생활을 돌아보게 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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