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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너머 Oct 27. 2024

취업 멜랑콜리

수도권 유명공대 졸업생의 고민

 참 오래전 일이다. 공룡이 살아 숨쉬던 십수년 전, 수도권 유명 공대를 졸업했다. 공대중에서도 취업 깡패 중 하나 인 기계공학과였다. 학업성적도 준수했다. 곳간에는 학업성적만큼 준수한 스펙도 차곡차곡 예쁘게 채워넣었다. 학교 선배들, 먼저 취업한 동기들 모두 대기업과 공기업에 줄줄히 입사하는 모습을 보며 계절이 바뀌면 나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대기업은 자랑거리

    중소기업은 조롱거리

누군가 중소기업을 조롱할때면 내 이야기는 아닐거라 생각하며 동조했다. 그때는 머리만 컸지 미숙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 귀하고 천하고가 아니라 도무지 중요하지 않은 직업을 찾아볼 수 없다. 그 직업 중 하나만 없어도 지구는 멸망할 수도 있다. 지구의 멸망을 막고 있는 한 분 한 분이 너무나 존경스럽다.

 부모님과 주변인들의 응원에 힘입어 취준생으로서 2번의 가을을 맞이했다. 후배들과 스터디를 했다. 최종면접의 기회도 있었지만 내 자리는 없었다. 잇따르는 불합격펀치에 얼굴에는 점점 멍이 들어갔다.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불안해'



 

 그 후 몇달간은 패배의식속 한 구석에 감금되었었다. 그 곳은 정말 다시 갈 곳이 못된다. 나의 쓸모를 부정당했다는 생각은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배는 고팠으나 먹을 것이 없어 스스로를 갉아먹었다. 그 때부터 부모님과 주변인들의 응원이 다시 이어졌다. 에너지가 있을때야 그 응원들이 와닿았지만, 패배의식 속에서는 모든 것이 폭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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