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또라이는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또라이가 있다. 타인과 세상과 원할하게 상호 소통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아웃풋을 내어 혼자서 조직의 성장을 캐리하는 좋은 의미의 또라이. 다른 하나는, 획일화된 아웃풋을 내기위해 타인과 세상과 일방적인 소통을 하여 조직의 성장을 저해하는 나쁜 의미의 또라이. 회사생활에서 전자를 만났다면 정말 친한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후자를 만난 경험밖에는 없다. 그들을 만나보자.
직장인인 M대리는 오늘도 책상 앞 거울로 세상을 본다. 그에게 있어서 지난주 아내가 생일선물로 준 아이패드에 앉은 먼지를 닦는 것은 너무나 멋진 일이다. 거울을 통한 세상을 보니 자신의 뒷자리, 부사수 두 명이 보인다. 나의 이 멋짐을 두 명의 부사수에게 뽐내보자. 부사수 두 명은 업무에 막 불이 붙은 오전 10시 반 사수의 간절한 요청에 의해 회의실로 끌려간다. 프로젝트 일정관리. 회의실 밖에서는 그렇게 보일지라도 막상 문을열고 들어가면 화려한 아이패드 뽐내기 공연이 한창이다. 훌륭한 뮤지컬도 매일보면 지루할터인데, 아이패드 뽐내기 공연은 좀 너무하긴하다. 하긴 그때가 2014년이었으니 뽐낼만하긴하다. 부사수 두 명은 공연장을 떠나 각자의 자리에서 할당량 이상의 업무를 해치우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두 명의 부사수 중 한 명은 나다. 나는 키에비해 마른체형이지만 밥은 거의 2인분 정도를 오래먹는다. 부서 인원 전체가 같이 앉아서 밥을 먹다보면 각자 남은 시간을 즐기러가고 나는 혼자남아 식사를 즐긴다. 그 모습을 본 회사 대표님이 '그 설계부서 신입이 식사를 혼자하더라' 라는 말을 팀장에게 흘린 것 같다. 팀장은 사수에게 그 말을 전했고 그 날 회식자리에서 M대리의 입에서 그 이야기가 나왔다.
"자자 주목! 우리 쌔삥이 늦게까지 밥 혼자먹는 것을 대표님이 걱정하신다니까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같이 앉아 있어줍시다."
밥을 먹기 시작할 때는 함께였지만 마지막엔 혼자남은 상황 -> 그 상황을 대표가 오해 -> 그 중요한 상황을 팀장에게 인계-> 그 중요한 말씀을 사수에게 인계-> 회식자리 연설
이렇게 무언가 시트콤처럼 이어지는 인과관계가 너무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풉"하고 실소가 터져나왔다.
나의 이 실소가 화기애애한 회식분위기를 반전시키고 M대리와 제3자와의 몸의 대화로 이어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밥을 먹기 시작할 때는 함께였지만 마지막엔 혼자남은 상황 -> 그 상황을 대표가 오해 -> 그 중요한 상황을 팀장에게 인계-> 그 중요한 말씀을 사수에게 인계-> 회식자리 연설 -> 쌔삥의 실소 -> 갑자기 화가난 M대리의 행진-> 행진중 타인과의 접촉 -> 접촉 후 상호간에 불필요한 말다툼 -> ROUND 1
기대했던 몰래카메라는 없었다. 다른 선배님이 나에게 쟤 자주 저러니까 걱정말고 귀가하라고 했다. 다음날 M대리는 진짜 기억을 못하는건지 회의실에서 한층 더 새로워진 아이패드 공연을 선보였다. 나는 점심을 적게먹어야하나 이 회사는 아닌건가 고민했다.
지금쯤 아이패드로 성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