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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쥐 Feb 08. 2024

나만의 홈페이지 만들기 대작전 1

브랜드 네임과 콘셉트부터, 홈페이지 제작기 (1)

내 집 마련은 못하지만 홈페이지는 만들 수 있(게 됐)다

작년 여름쯤이었나. 나라에서 홈페이지 만들 돈을 대주셨다. 콘텐츠 올릴 홈페이지를 이렇게 빨리 만들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그냥 기회가 생겨버렸다. 덜컥. 마련은커녕 당장 내년의 일도 모르지만 콘텐츠의 집은 이렇게 마련할 있다~ 이 말이다. 지원사업금 n백만 원이 통장에 들어왔고, 이 돈을 기한 내에 잘 써야 했다. 





1. 이름과 콘셉트 정하기

레퍼런스를 찾고 홈페이지 업체를 찾으려 해도.. 이름과 콘셉트가 없다면 말할 거리가 없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홈페이지이자 내 콘텐츠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었다. 홈페이지 제작이 다 완료된 지금, 돌아보면 이 과정이 가장 지난했다고 생각된다. 빨리 업체에 연락을 해야 하는데, 어떤 이름으로 해야 할지 정말 머리가 아팠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이 과정을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게 비통하다) 인천 워케이션을 간 날, 옆 자리 참가자분과 대화를 통해 단어 몇 가지를 도출했다. 





나는 내 콘텐츠의 방향성을 '웹에서 읽는 잡지'라고 생각했다. 가장 닮고 싶은 레이아웃과 콘텐츠 톤도 예전 잡지들이었다. '힐끗 보는 것', '세상의 다양한 즐거운 것들을 각자의 시선으로 담는 것' 정착된 생각은 없지만 그냥 자유롭게 내 시선을 쓰고 싶었다. 처음부터 돈을 벌어 줄 일감도 아니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그냥 쓰면서 내 목소리를 만들고 싶었다.



2. 이름을 찾으면 콘셉트도 따라온다


힐끗 보는 것, 보는 것에 대한 단어를 찾다가 peep이라는 단어를 보게 됐다. 힐끗 보다, 훔쳐보다는 뜻도 있는데 여기에 -ful을 붙여 보니 어감이 좋았다. 핍풀. 힐끗 본 게 많다는 뜻도 되고, 피플과 비슷한 음도 낸다. 철자 'e'가 두 번 반복되는 점도 좋았다. 힐끗 보는 눈이 연상됐다. 그런 그림이 번뜩 생각난 후, 러프한 로고 디자인도 그려볼 수 있었다. (*현재 peepful(핍풀)은 상표권 등록 진행 중이다.)


이름을 정하고 난 뒤엔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지' 비주얼을 생각했다. 알록달록하고 싱그러운 분위기가 나길 바랐다. 정적인 분위기는 내가 그리는 핍풀이 아니었다. 친구의 취향과 시선을 훔쳐보는 듯한 친근한 분위기가 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여행/ 로컬/ 사람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가장 편하고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빨주노초파남보 모든 색을 그려 봤는데, 귤색과 연두색으로 좁혔다. 

(위에 이런저런 이유를 적었지만 솔직히 이 색들에 꽂혔던 것 같다.)  




브랜드 네임을 정하고 난 후, 아이패드로 끄적여 본 핍풀 로고의 초안




3. (드디어) 홈페이지 요정들을 찾았다

홈페이지 제작 업체에 기대한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당연히 포트폴리오. 내가 원하는 느낌과 퀄리티로 디자인을 해줄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나는 비교적 명확한 디자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다.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콘텐츠가 보이되 지루하지 않아야 했다. 사용자가 메인 페이지에 들어가자마자 콘텐츠를 마주하길 바랐다. 콘텐츠 그리드는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느낌을 내고 싶었다. 핀터레스트와 다른 콘텐츠 홈페이지를 다양하게 찾아봤고, 내가 원하는 '나만의 웹 잡지 레이아웃'을 구체화시켜 나갔다. 이런 생각과 디자인 콘셉트를 이해하고, 더 발전시켜 줄 업체를 찾고자 했다. 


핀터레스트 예시_홈페이지에 들어가자마자 이런 느낌을 내고 싶었다.


두 번째 바람은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이었다. 안팎으로 외주를 수행하기도 하고, 클라이언트가 되어보기도 하니, 이 점이 정말 중요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말해봐야 입 아픈..! (연락이 잘 안 되는 업체와 일했던 경험이 있는데 정말 고통스러웠다.) 실제로 다양한 업체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소통이 어려워서 계약을 포기한 곳도 있다. 아무리 포트폴리오가 맘에 들어도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 진행하지 않았다. 온종일 구글링을 하며 연락을 돌리던 중, 드디어 이 두 가지를 충족시켜 주는 업체를 만났다. 


포트폴리오도 멋지고,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분의 홈페이지를 제작했던 경험이 있었다.  무엇보다 연락이 정말 잘 되어서 소통이 정말 원활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이 업체는 지방에 거점을 둔 곳이었다는 것이다. 킥오프 미팅 때는 만나서 이야기를 했으면 했지만 이 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홈페이지 제작 업체가 중요한 서울 미팅이 생겨서(나 말고) 서울로 오시게 된 대표님과 만날 수 있었다. 이런 행운이! 




4. 홈페이지 요정과의 첫 미팅 


폰트도 찾고, 레퍼런스도 찾고 이것 저것 했지만 허접했던 킥오프 자료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을 적어봤다. 킥오프 미팅 때 요청 드려야 할 점, 있었으면 하는 기능 등을 정리했다. 

내가 경험이 많은 큰 업체 대표였다면 더 정갈하고 자세히 정리해서 드릴 수 있었을텐데... 홈페이지 제작 뉴비인 나는 뭘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미팅 당일, 위와 같이 정말 간단하고 자세하지 않게 정리한 여러 조각들을 가지고 갔다. 생각보다 더 나이스하게 응대해 주시던 대표님이 뭐든 다 수용해 주시고, 긍정적인 어조로 이야기해 주셔서 마음이 풀어졌다. 제작 업체를 잘 선택했다는 확신이 다시 한번 든 순간이었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일이 되게끔', '유연한 생각과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다. 처음 계획과 생각이 순리대로 잘 가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유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내 생각과 다른 일이 벌어질 때마다 스트레스라고 인식하면 끝도 없고 모든 일이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차피 내가 마쳐야 할 일이라면, 그냥 조금 허허실실 하게 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게 내 정신 건강에 좋다고 느꼈다. 내가 이렇게 생각을 품고 있어서 그런지 상황을 유연하게 보고, 빠른 대처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길게 말했지만 홈페이지 제작 업체 대표님이 내 허접한 자료를 보고도, 좋은 방식을 제안해 주셔서 좋았다는 말이다. (^^..)




5. 로고 1차 시안과 수정

1차 시안과 수정사항, 우측의 로고로 최종결정


홈페이지 작업의 첫 단추는 로고 만들기였다. 내 홈페이지의 특성상 로고와 레이아웃이 가장 중요했다. 대면 미팅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첫 로고 시안을 받아봤다. 


내 반응: 오....... 이거는.... 흠..


철자 사이사이 여백이 많아서 생각했던 느낌이 나지 않았다. 또 포인트라 생각했던 'ee 부분'이 다소 둔탁해 보였다. 획의 구부러짐부터 여백까지 2% 부족한 느낌이 모이고 모여, 맘에 들지 않았다 ㅠㅠㅠ 


그래서 또다시 으쌰으쌰, 다시 말씀드리면 돼! (ㅋㅋㅋㅋㅋ) 하는 마음으로 수정 사항을 정리했다. 

다행히 얼마 후 훨씬 예뻐진 지금의 로고가 탄생했고, 그렇게 한시름 놓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 홈페이지 제작은 시작하지 않은 상태. 

당연하게도 뒤 이어 올 기나긴 나날들을 나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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