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시장에서 구한 재료로 한 끼 해 먹기
시장 한 끼: 일주일에 한 번,
시장에서 구한 재료로 한 끼 해 먹기
‘ ◯ ◯에 가면-’으로 시작하는 게임이 있죠. ‘시장에 가면, 빵도 있고, 생선도 있고, 떡도 있고, 치킨도 있고~’ 시장에 가면 (없는 것 빼고) 모든 것이 모여 있습니다. 갓 구운 식빵 냄새, 오토바이 경적, 수조 속 펄쩍 펄쩍 뛰는 활어, 알록달록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홍옥과 감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분분한 열기, 그 모습을 구경하는 어린 아이와 동물들까지. 시장은 로컬을 반영합니다. 시장에 가면 먹거리와 볼거리를 통해 그 동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식문화와 생활을 상상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외국어가 가득 적혀 있는 정체 모를 양념이나 식재료를 통해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임을 알 수 있고, 닭강정이나 유행하는 베이커리가 많은 시장은 주말 오후 북적이는 관광객을 떠올리게 합니다.
전통 시장은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전통'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트렌디한 식문화의 아레나가 되었는데요. 엄마의 비법이 담긴 김치에 깔끔한 디자인을 입혀서 판매하는 젊은 딸이 있는가 하면, 연륜 가득한 1대 사장님 얼굴이 간판에 드러난 전통 떡집에는 2대 사장님의 신메뉴 ‘티라미수 찰떡'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올드 앤 뉴, 신구의 만남이라 할 수 있죠. 시장은 대 유통 시대와, 온/오프라인 플랫폼의 각축전에서 ‘시장’이라는 원형을 유지하고자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요. 다양한 진화와 발빠른 대응을 거친 시장은 SNS속 ‘시장투어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유투브에 시장을 검색하면 ‘전국 시장 도장 깨기’ 콘텐츠를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통 시장의 변화에서 진정한 교환의 전통을 보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시장이기에 여전한 것들이 존재합니다.
시장은 단골이 있습니다. 단골은 오늘 저녁 밥상에 오를 재료나,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 옵니다. 판매자와 단골 사이에는 거래 이상의 유대가 생기고 돈과 상품뿐 아니라, 정과 덤이 함께 오갑니다. 만약 전 날 백씨 아저씨가 “간이 짜유” 한마디를 남기면, 다음 날 백씨 아저씨 그릇에는 무언가 다른 것들이 덤으로 올라 오게 됩니다. 콩나물 한 묶음을 사도 매번 다른 양의 콩나물을 받을 수 있는데요. 할머니 손에 잡히는 대로 봉지에 담는 것이 한국 시장의 ‘국룰’이라 할 수 있는데, 매번 정량보다 조금씩 더 얹어 받는 느낌이라 토를 달 수 없습니다. g단위로 정해진 백화점 식품관에서는 찾기 어려운 두툼한 정과 덤문화는 여전히 시장만의 문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개인적인 이유지만 시장이 가진 많은 매력 중 하나를 꼽아 보면, 만든 이의 얼굴을 보고 대화하며 구매한다는 점입니다. 지역에서 자란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상인, 새벽마다 가게 내부에 있는 기계들을 돌려 떡을 찌는 떡집 사장님 등 시장에서는 만든 이(판매자)의 얼굴을 보고 물건을 삽니다. 만든 이의 얼굴을 보고, 대화하며 무언가를 사고나면 왠지 모르게 정정당당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 기분은 온라인쇼핑의 간편한 클릭에서는 느낄 수 없는데요. 판매자의 눈을 보고, 물건과 가격을 확인한 후 돈을 건내는 이 구식적인 방식이 진짜 거래라는 본능적인 직감입니다. 한켠 믿음직스러운 기분도 들고요.
이야기를 줄여 보면 시장은 이 많은 것들로 인해 참 좋은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수 많은 물건, 사람, 소리, 냄새 그리고 시장을 둘러싼 생기. 앞서 말한 것들이 아니라 해도, 아마 누구나 시장에 관한 설레는 기억 하나 정도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별 쇼핑 계획도 없이, 시장 구경을 나가 봅니다.
내 손으로 만든 한 끼-프로젝트 시작
일주일에 몇 번 음식을 만드세요? 독립을 했다면 (원하든 원치않든) 자신의 살림이 생길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두 번 빨래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리는 집안일 루틴도 생겨야 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먹는 일. 단단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건강하고 지속적인, 잘 먹고 잘 사는 삶은 중요합니다. 매일 배달 어플을 뒤지는 일상은 무언가 헛헛합니다. 잦은 배달은 늘어나는 뱃살과 반비례하는 잔고를 동반합니다. (ㅜㅜ) 그래서 야매 요리든, 자취 요리든 허술한 기술이라도 정진하여 잔고와 건강을 지켜내는 소소한 노력을 하는데요. 일주일에 단 한 번, 좋아하는 시장에서 식자재를 구매하여 해먹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하루에 세 번 누구나 하는 식사지만 거창한 ‘프로젝트'라 명명한 이유는 다양한 시장 속 로컬을 바라보고, 건강하게 먹는 삶에 더욱 진지하게 임하기 위함입니다. 좋은 삶을 위해 좋아하는 곳(=시장)에서 좋아하는 끼니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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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웹사이트를 열었습니다 : ) 천천히 올려 볼게요-
매거진 핍풀
즐거움의 '한 끗'은 일상 속 '힐끗'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