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추석과 같은 대목 전에는 창업 클래스를 잘 받지 않는다. 추석에 팔아야 할 수제청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추석 전에는 과일 가격도 2배 가까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와디즈 펀딩 하면서 한 약속이 있어서 수강생들을 받게 되었다.
오늘 수강생 주인공은 이미 청주에서 150평형대에서 브런치 베이커리 카페를 아주 잘 운영하고 있는 분!
바로 네이버로 검색해 봤는데 성황리에 잘 되고 있었다. 그러면 굳이 나한테 오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 이미 고정고객까지 있는데 왜??라는 생각에 "저한테 왜 오셨어요?"라고 물어봤더니
그분 말씀이 본인은 가게에서 수제청을 납품받아 사용하는데 더 맛있는 음료를 개발하고 싶고 그 지역에서 정부지원금을 받아 더 확장하고 싶기 때문에 나한테 오셨단다.
여기서 나는 느꼈다.' 아! 잘되는 사람은 잘되고 있음에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손님들한테 더 좋은 맛으로 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기 때문에 더 잘되는구나 그렇다면 나도 계속 더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서 내 수강생들한테 조금이라도 더 업그레이드된 강의를 제공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이 수강생 덕에 제대로 동기부여가 됐다.
수업 시간이 되었다. 하도 많은 수강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그 사람들의 성격이나 태도가 눈에 보이는데 이 수강생은 말 그대로 대단하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내가 알려준 레시피에 어떤 것을 추가해도 되는지? 이렇게 만들어도 될까요? 등 벌써 응용을 해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역시 현장에서 많은 음료를 만들어온 것이 티가 난다.
그럼에도 패션후르츠청 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 아니!!! 이 걸 이렇게 쉽게 만든다고요?? 이거 원가도 얼마 안 하는데... 아 대박이네요. 진짜 인스타그램에서는 하나같이 어렵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는데... 선생님 저는 이것만 알아도 오늘 3시간 걸려 여기까지 온 거 하나도 안 아깝습니다."라고 말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나는 그분을 자몽크러쉬도 이미 만들 줄 아는 나름 음료 전문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분은 아주 쉬운 것을 못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다.
가끔 나는 내가 수제청 전문가라고 말하면서도 내가 아는 것이 모두 전부는 아니라고 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사소한 것에서 아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모르는 것이 많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점심시간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수제청 수업만 1천만 원 들었다고 하니 다들 입이 떡 벌어진다.
"에이 천만 원이 대수인가요? 저 수제초장에 쌀카스텔라, 약과 식혜 수정과 등등 다른 것까지 합하면 2천만 원 되는데요?"
"선생님 그렇게 배워서 다 가르치세요?"
"하아.. 그렇죠? 다 가르치고 팔면 좋은데 제 몸은 하나잖아요. 저는 전자책도 써야 하고 예비사회적 기업이라 서류 작업도 해야 하고 정부지원금 받으려면 사업계획서도 써야 하고 그래서 그냥 수제청이랑 몇 개만 가르치고 몇 개는 저희 가족들이랑만 해서 먹어요"
이 소리에 다들 웃고 공방 창업에 대한 이야기도 좀 했다. 그리고 마침 전날에 해놓은 수제수정과도 한잔 떠드리고 하니 "선생님 맛이 완전 찐하네요."라는 말을 들어서 결국에는 무료로 수제수정과 레시피까지 드려버렸다.
다른 곳에서는 돈 받고 파는 레시피인데 나는 기분파라 수강생이 맛있다고 달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줘버린다.
흠.. 이러다 동종업계에서 퇴출되는 거 아닌가? 하면서도 어차피 내가 수업 듣고 이걸로 수업할 수 있다는 확인받고 했으니 괜찮지! 하며 배짱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