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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미 May 05. 2023

'노키즈존'과 82년생 김지영의 상관관계

한국 여성들의 육아에 관하여  


오랜만이다. 국회라는 포멀한 공간에 순수함이 끼어든 모습은. 

국회의원 누구의 아이냐를 떠나 서로 헐뜯기 바쁜 단상에 웬일로 아이가 마이크를 잡아당기는 모습이라니.

신기한게 많은 나이다. 무려 만 2세. 

"여긴 어디? 난 누구?"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 있는 것 같다.


잠깐, 나는 아직 아이를 가져본 적이 없는 미혼이다. 그러니 육아에 대한 경험도 없고 더욱이 육아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린이날이기도 하고 어린이의 순수한 몸짓엔 물론 잘못이 없고 나의 이런 연상작용도 불현듯 찾아왔다. 덧붙여 선입견도 없을테다.


오마이 뉴스 <만2세 아들 안고 국회 온 용혜인 "'어린이 패스트트랙' 추진">  


조카는 있다.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호르몬 작용이 아닐까 어림짐작한다. 남자 아이의 멈추지 않는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하고 키즈카페에 가서 땀을 흘리게 하거나 놀이터를 몇바퀴 같이 돌아주면 된다. 말이 쉽지 돈이 없으면 막상 갈 수 있는 곳은 놀이터가 전부인데 다 뛰고나면 하루의 에너지는 고갈되고 없다. 


그러나 기사에 악플이 많다. 국회의원을 욕하는 댓글이 의외로 많다. 

"애까지 정치판에 끌어들여 무슨 짓이냐" "주변 사람에게 민폐다" "도서관이 조용해야지, 무슨 생각이냐" "매출 떨어지면 어쩔? 사업주의 정당한 권리다" "비례대표를 없애야한다" (용혜인 의원은 비례대표인 모양이다) 

아무튼 용 의원이 단상위에 아이를 안고 나선건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자는 주장때문이다. 막상 애를 낳고 보니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은 쉽지 않다면서 막상 가고 싶은 예쁜 카페와 식당은 모두 '노키즈존'이었다고 말이다. 아이의 순수함 만큼 주장의 순수함이야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성공했다고 본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맘충' 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연상됐다. 비판하는 사람 대다수는 여유가 없었고 조금이라도 피해가 올까봐 불안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이 궁지에 몰린 것도 사실이고 앞서도 말했지만 정치 불신이 극에 달했다. 


그럼에도 나는 소설이 원작이기도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생각한다. 전엔 몰랐는데 그동안 정치색이 입혀져서 '페미니즘'의 대표적 콘텐츠가 됐다. 극적인 상황 연출이 많았는데 아마 그 때문일테다. 

비난하는 대부분은 그것을 약한 고리로 남성을 악마화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치권의 진보인사들의 입길에 오르면서 더욱 색채는 진해졌고 메시지는 폭발력이 더해졌다. 영화에 끄덕였던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공감을 표시하기가 어려워졌다. 논란을 예상했겠지만 '김지영'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도 "갈등을 부추기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작품 본래 취지에 집중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아무튼 김지영은 82년생, 이 시대 여자의 삶을 조명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육아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나처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한 번 살아보게 한다. 

김지영이 카페에 가서 아이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되는 장면은 압권이었는데.

실제로 '맘충' 이라고 욕하며 아이 엄마를 나무라는 사람은 없겠지만 (없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고운 시선은 아닐테다. 기사에 달린 댓글의 화두는 '민폐'였다.

육아가 개인적 영역이라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낮은 출산율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엔 문제가 크다.


한국에서 여성이 육아를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거슬러 올라가면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페미니즘'의 연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당장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와 닿아있다. 친동생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육아는 '전쟁'이다. 본인의 삶을 갈아 넣는 느낌이라고 표현한 지인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육아를 하고 해야만 한다. "우리 때는 말이야" 하면서 꼰대 소리를 하면 1인당 양육비 평균 3억 6500만원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노키즈존'을 확대하자는 말만 놓고 보자면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겐 분명히 해결책이 필요하다. SNS에 올릴 사진을 위하여 방문한 카페에서 웬 꼬맹이가 울고 있다면 당연히 짜증이야 나겠지만.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는 사람들에게 보낼 약간의 따뜻한 시선이면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선행이 따로 있나. 나는 주말마다 떠나는 봉사활동 만큼이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마음 한켠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믿는다.


사진 출처: 한겨레 (용혜인의원 제공)


사족이지만 소설과 영화의 극적인 묘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덧붙이자면,

극적인 묘사의 최고봉이라 말할 수 있는 아침 드라마나 모두 모여 저녁 식사를 하는 시간에 치정극으로 살인 까지 일삼는 저녁 드라마의 극본은 왜 논란이 되지 않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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