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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원 Jan 14. 2020

두서 없음.

그렇다. 텐션을 떨어트리려고 적는 글이다.

오늘의 브런치는 일기에 가까울거다.

왜냐하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니니까.

지금 쓰는 글은 부스팅 된 머리를 식히려고 쓰는 글이다.

교훈도 감상도 없을 예정이다. 궁금증만 가득할 계획이고.     


방금 장편 시나리오 초고를 끝냈다.      

나흘 밤낮을 커피를 들이부으며 글만 썼다. (물론, 시놉과 트리트먼트를 지난달에 다 써둔 상태로 글만 옮기는 거라 할 만 했다) 수면제를 먹고 잠깐 잠들었다가, 깨면 또 쓰고, 너무 생각이 안 나면 눈을 조금 감고 있다가 로봇 전원 끄듯이 3시가 되면 또 수면제 조금 먹고 재워서 9시부터 또 글 쓰고, 안써져서 짜증나 미칠 거 같으면 외대에 가서 노래 부르고 오고 또 쓴다.     


마감을 앞두고는 이렇게 산다.     


이번에는 너무 당선되어야할 목표가 있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되면 진짜 놓을 거다. 이래놓고 못 놓을 거 다 안다. 그래도 일단 최선을 다 해보는 게 내 적성에는 맞다는 생각이 든다. (목숨얘기 하는 거 아니다. 영화 얘기도 아니다, 그냥 내가 세운 올해 목표얘기 하는 거다. 아 벌써 작년이네. 거창한 계획은 아니라서 되고 나면 공개하겠다. 앞의 두 개는 벽에 그림 그릴 때까지 꽉 잡고 살 계획이다.)     

울 시간 없어 일단 뛰어!!!!!!

방금도 정신 못 차리고 시나리오 기획안을 고치려고 할 거 같아서 차라리 브런치를 쓰기로 했다. SNS를 안하려고 노력하는건 이럴때 꼭 감성글을 남겨놓고 후회하기 때문이다. 아마 좀 이따가 이 브런치도 후회할 거 같은데, 사실 그렇다. 나는 멘탈이 강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휘청거리면서 살고 그걸 잘 정리해서 잘 적는 사람이다. 19년에는 강한 척을 한번 해보려했는데, 안맞아서 20년은 그냥 편하기로 했다. 다들 어떻게들 그렇게 삶과 감정을 잘 분리해서 사는지 모르겠다. 궁금하다. 진심으로. 특히 프리랜서.


두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건 진짜 두서가 없기 때문이다. 두서를 맞추면 또 텐션 올라온다. 시나리오에 대한 좋은 생각이 날거고, 그럼 또 쓸 거고 잠깐 즐거웠다가 오래 힘들다. 왜냐면 체력 빨피떴기 때문에 써봤자 다시 지워야 한다. 주로 이럴때 난 생각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더라.    


보통 끝내고 나면 정말 아끼는 사람들에게 초고를 보내놓고는 잔다.     


그래서 깨니까 지금 4시다. 이 아끼는 사람들에게도 일상이 있어서 아직 퇴근도 안한 이 시간에 왜 내가 고칠 수도 없게 리뷰를 보내 놓지 않았냐고 채근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이렇게 뜨는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이따 맥주를 마실 건데, 시원한 건 속이 뻥 뚫리게 하고 대신 위장도 뻥 뚫어버리고... 다들 어떻게들 자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취미가 직업이 된다는 것은 때로 삶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 같다.      


소속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다.      


내 시간과 미래를 위한 시간을 분리해 놓고 싶다.     


너무 달리다가 멈추려니 힘이 든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달릴만한 일이 많지 않았으면.


이게 다 내가 슬리데린이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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