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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원 Feb 11. 2020

영화, 잘 맞는 일인 것 같다.

기분이 끝내주게 좋다! 마감이다! (+ 새 영화 소식)

2월이다.

벌써 2020년이 무려 두 달이 지나갔다.     


투정 같은 지난 게시글을 뒤로 한달 반에 가까운 시간을 초고를 고치면서 보냈다.

어떤 날은 서글퍼서 울었고, 어떤 날은 나보다 나를 더 알아주는 독자를 만나 신이 나 떠들었다.     


오늘은 생떼같은 시나리오를 보내놓고

 빈 몸으로 글을 쓴다.

(사실 와인 마셔서 빈 몸은 아니다. 알콜로 차 있다)     


허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테다. 이번 시나리오의 로그라인을 말해보자면, 대략 이런 것이다.     


프랑스에서 우연히 수영(27, 감독지망생)을 만나 사랑에 빠진 진(26, 흑인 배우)은 학생 비자를 받아 한예종 연극원에 입학한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둘의 이야기를 졸업영화로 찍자 다짐하던 두 사람은 진이 넷플릭스 제작의 <해귀>, 12개월 180회차 10부작 단독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위기를 맞는다. 비자를 이유로 프로포즈를 받고야 만 수영. 과연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급히 만든 대표 이미지다

수영이(감독)는 마이너스 통장으로만 1500, 고작 나이 스물여섯에 꿈 하나 좇은 대가로 참 큰 빚을 졌고, 그 후로는 사랑보다는 입봉을 찾는 인물이다. 동기에 비해 재능 없고, 나이마저 어린 자신이 졸업 작품을 찍고 난 뒤에 까맣게 잊혀질까봐 두 번째 작품을 찍지 못하는 겁많은 인물이고, 늘 자신을 응원하는 연인(진, 배우)에게서 힘을 얻으면서도, 연인이 “사랑해”가 아니라 다른 말로 마음을 전하면 그 마음을 온전히 듣지 못하는 어리석은 친구다.      


“로미오와 줄리엣, 오델로와 데스데모나 시대의 사랑은 전쟁도 죽음도 불사했다 치자. 이 시대의 사랑은 보증금은 커녕 내 작은 슬럼프 하나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데 무슨 의미가 있어?”하던 수영이가 이 시대의 사랑은 무엇일까를 알아가는 스토리의 (성장 드라마 겸) 코미디 영환데, 참 주인공 나 같고 마음이 간다. 언제나 내 인생의 화두였던 사랑이 과연 이십대 후반을 사는 이 나이의 나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하면,      


음... 대답이 쉬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든 탈 듯 뜨거워서 지나고 보니 내가 없었고, 언제는 사랑이 아닌 듯 미덥지근해 떠나고 나니 그 잔상이 오래 남아 참 아팠다. 그러면서도 하나 모르겠는것이 사랑이었는데.     


다만 한 가지 내가 배워 온 것은, 이 시대의 사랑은 만남보다는 헤어짐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것. “어떻게 우리가 이 많은 사람들 중 만났을까?”를 신기해할 틈도 없이 헤어져, 서로의 소식을 너무 쉽게 잊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찾게 되는 이 애정이 사랑이 아닐까 나는 감히 생각한다.       


세상에 떠도는 수많은 이야기의 화소에서 어떻게 내가 수영이 같은 찌질하고도 사랑스러운 영화감독 지망생을 만나 이 이야기를 써내고야 말았을까 잠깐 생각하다가 문득 웃는다. 둘의 만남부터 헤어짐 그 후까지가 담긴 졸업영화를 찍겠다는 수영이의 염원이 부디 누군가의 눈에 사랑스럽게 비춰지기를. 그리고 세상에 수많은 함께 가고 싶었으나 멀리 가버린 진들과 그 사람을 다시 찾고 싶은 수영이를 응원하며 이 시나리오 역시 꼭 누군가의 눈에 들기를 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지만

언제나 다시 채워지므로,

당신은 늘 편히 밀려와 쉬다 가기를.     


PS 그리고 오늘 이태원에서 알아봐주신 서독제 관객님

너무 감사하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사실 좋은 티를 못 냈어요...     



그러니까 이거 감독님 본인이야기네요?
 이런 이야기를 썼냐?
이런 질문은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이고
감독님 말따나, 돌멩이 하나  막아주고.
보증금 하나 마련해주지 못하는 사랑이야기를
지금  시대에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러니까요,

저도 그 이유가 궁금해요.

한번 뽑아주시면 제가 잘 이야기 해볼게요.

그 이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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