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디서 볼 수 있냐구요?

<K대_OO닮음_93년생.avi> 상영회 소식

by 정혜원

상영회 소식,

2월 21일 7시 30분/ 서교동 초록 리본 도서관



상영회를 한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많이들 보러 오시라,


참 효녀작품이다. 잊을 만할 때쯤 나를 일으켜주는 작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서강인액터스에서 주최하는 여성 인권 포럼의 첫 번째 상영작으로 선정되어서 영광이다. 종종 “그 영화 어디서 봐요?” 라는 DM이 오는 데 그때마다 “여기입니다,” 말씀드릴 수 없어서 송구했다. 유튜브에서 같은 학교 작품인 <유월>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K대도 유튜브에 공개해볼까 생각중이기는 한데….


위험한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에 아직 고민 중이다. 영화는 혼자만의 작품이 아닌데, 감독이라는 이유로 내 견해가 내 영화의 전체 의도로 읽힐까 두렵다. 가령 지난 번 포스트의 지호(전 남자친구)의 평범함에 대한 이야기처럼.


평범한 사람도 악행을 저지르곤 한다는 것. 불완전한 우리는 사랑을 폭력으로 되갚을 때가 있으니 사랑했던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지 말자는 것. 이렇게 들으면 참 안전한 어구가 매체를 타고 돌 때, 종종 두려운 것 같다.


왓챠든 구글이든 리뷰를 종종 찾아본다. 어떤 리뷰는 아프면서도 ‘아차’ 싶고, 어떤 리뷰는 감사하고 어떤 리뷰는 참 아쉬울 때가 있다. 특히 피해자의 얼굴에 대하여. 이 영화를 찍으며 혜원이의 스탠스에 대한 논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혜원이는 왜 주체적인 인물이 아닌가요?


, 주체성이라는 말과 소극적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자. 성폭력 피해자인 혜원은 경계어린 눈으로 세상을 본다 타인이 나를 함부로 대상화하지 않을까, 성적 대상으로 희화화하지는 않는가 이를 경계한다. 그러나 이 시선들은 노골적이라기보다는 은근하고 “나 저 누나 어디서 봤는데”, “아, 알겠다.”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잔인한 시선에 작정하고 나서지 않는 혜원이는 이 런 농담에 있어,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주체성을 잃은 인물인가?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부분은 지점이 아닐까. 영상이 퍼지자마자 혜원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범인을 고소하는 것. 그리고 살던 곳을 떠났지만, 일자리를 찾아 새 보금자리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것. 이 두 가지다. 지호가 찾아온 후에도 이 모든 원인을 나한테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분노해야할 정확한 곳에 칼을 꽂아 넣는다. 아마 앞으로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상처받은 채로 상처받지 않은 척 사랑을 하고 살아갈 테다.

주체성, 나의 신체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게 행동함을 말한다. 성범죄에서 우리가 분노해야할 것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였기 때문이지 피해자의 삶을 망가트렸기 때문이 아니다. 누가 누구의 삶을 함부로 망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여성의 삶은 순결 혹은 정조를 잃는 것에서 망가지는 작고 연약한 것이 아닌데, 이런 인물들의 히스테릭함, 경계가 전형적으로 주체성 상실이라는 이름을 붙여 표현될 때 참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혹은 그렇지 않은 작품의 주인공의 행동을 누군가가 방황이라고 말할 때, 더욱 아쉽다.


나를 지키는 선택에는 수 만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나는 혜원의 떠남이 자신을 지키는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세상의 수많은 혜원들의 떠남과 머뭄,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이 모두 그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선택이었음을 믿는다.


혜원처럼 노동하며 새로운 곳에 머무는 선택지가 있고, 새로운 사랑을 하는 선택지가 있고, 있던 사실에 오래 아파하며 나아가는 선택지도 있을 테다. 한 인물이 마음에 들어온다는 것은 한 삶이 드는 것이다. 당신의 마음에 조금 넓은 삶이 들어오길 바라며. 그냥 문득 리뷰들을 보며 가상의 QnA를 생각해보다가 이런 논의가 오가는 상영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했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작년의 내가 보이는 영화를 다시 들여다본다

올 겨울은 참 춥지도 않더니 아쉬워하는 이들을 위해 이렇게 예쁜 선물을 주나보다.


아직 궁금하신 분이 많을지는 모르나,

만약 있다면 보러오시라

참 반가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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