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 사진 속 카뮈의 모습이 넘 멋지다 여러 독서 모임 중 비문학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모임을 미루다 화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전염병 관련 문학을 텍스트로 했다. 알베르 카뮈의 작품 중 <페스트>. 이 책은 20대에 읽고, 10년 전쯤 독서 수업하며 읽었다. 이번엔 소설 속 상황이 현재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와 비슷한 상황이라 더 꼼꼼하게 읽게 되고 그러다 보니 생각도 많아졌다. 민음사에서 출판한 책으로 읽었는데 표지 그림부터 인상적이다. 뭉크의 '죽음의 침대'가 표지 그림으로 소설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카뮈가 <페스트>를 출간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한다. 수첩에 자신의 메모와 2차 세계대전의 당시 상황을 '페스트'로 바꿔 소설화했는데 지금의 현실과 너무 비슷한 상황들이 많아 그의 혜안에 감탄하며 읽었다. 읽는 동안 작품 속 오랑시를 의사 ‘리유’와 함께 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발병하며 오랑 시에서 대응하는 모습이 얼마나 허술하고, 무책임하며 안이한 대응을 하는지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오랑 시 관계자들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보다 페스트 이후에 벌어질 후속조치에 대한 염려와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 때문에 페스트 발병 선포를 미루며 오랑 시민 절반 이상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현재 우리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모습과 비교하며 소설을 읽는다면 읽는 재미가 더 쏠쏠할 것이다.
‘페스트’의 공포가 확산되며 오랑시는 폐쇄되고 고립되며 통제된다. 이에 따라 시민들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자포자기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사는 사람, 종교의 힘을 빌려 기도를 하는 사람, 이성을 잃고 어떻게 해서든 오랑 시에서 탈출하려는 사람, 흥청망청 사치를 부리며 향락에 빠진 사람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이와 비슷하게 현실에서도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세계 시민의 자세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유럽, 미국에서는 사재기가 열풍이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했다. 일본은 자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정책을 펼치며 올림픽 개최를 고집하려다 연기했다. 아마도 내년에도 올림픽은 열리지 못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대응해오다 최근 종교 단체 모임으로 집단감염이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 부천시는 월요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하며 복지관 프로그램들이 다시 휴강했다. 내가 진행하던 시니어 책쓰기 수업도 1차시 수업하고 휴강이다. 주말, 현재 전국이 2단계로 격상하며 다음 주에 개학하는 학교들 특강이 염려스럽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페스트로 인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선택을 하며, 바이러스에 대응 하는 방식은 어떤지 이야기해 볼만한 장면들, 사건들이 많다.
‘리유’는 페스트에 저항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원칙을 지켜가며 의사로서 성실하게 환자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는 페스트를 싸우는 방법,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은 영웅주의가 아니라 성실성이라고 한다. 읽는 내내 리유가 페스트에 걸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리유는 이 책의 서술자이기도 하다. 그는 객관적으로 페스트가 발병하고 상황이 종료되는 기간의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증언하듯이 서술한다. 리유는 카뮈로 투영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묵묵히 페스트와 싸우는 모습이 실존주의를 추구했던 카뮈와 닮았다.
‘타루’는 여행자이다. 오랑시민이 아닌데도 보건대(자원봉사단체)를 조직하여 리유의 일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그는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고 정의롭다. 그는 어린 시절 법관인 아버지가 불쌍한 사람한테 사형을 구형하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이후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는 사람이 된다. 오랑시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죽음에 저항하며 리유를 돕는다. 페스트 상황을 기록하고, 인물들의 행동에 대해 수첩에 기록한다. 페스트가 종식되어 가는데 타루가 죽어서 안타까웠다. 리유와 우정을 나누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되었는데 말이다. 타루는 현실에서 보기 드믄 매우 바람직한 인물이며 이상적인 인물로 보였다.
‘그랑’은 비정규직 하급 공무원으로 젊은 시절 가난으로 사랑하는 여인 ‘잔’을 떠나보낸 것을 후회하며 그녀를 그리워한다. 리유의 사무실에서 보건대 서기 일을 맡아 환자 등록과 통계를 담당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인물이다. 저녁에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소설을 쓰는데 한 문장을 완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초래한다. 리유가 서술자로서 유일하게 극찬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를 작은 영웅이라 한다.
‘랑베르’ 파리에서 온 기자다. 오랑시가 고립되자 합법적인 절차와 불법적인 방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오랑시를 탈출하고자 한다. 기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아는 관리와 인사들을 찾아가 부탁하기도 하고, 돈을 주고 몰래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그러다 리유 역시 아픈 아내와 생이별 중이란 사실을 알고, 타루, 그랑이 보건대에서 자원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동화되어 함께 진료소 일을 돕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이라 그이 행동들에 공감이 많이 갔다.
‘코타르’는 연금을 받고 사는 사람인데 경찰이 수배 중인 범죄자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자살하려다 그랑과 리유, 경찰의 도움으로 미수에 그친다. 그 일 후 주변에 거짓 친절을 베풀고 친하게 지내려 노력하는데 페스트가 창궐하며 오히려 돈을 버는 인물이다. 배금 물자를 밀수 밀매하여 불법으로 돈을 번다. 오랑 시민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던 그는 페스트가 종식되며 경찰에 잡혀 간다. 유일하게 보건대 일을 돕지 않은 인물이며 부정적으로 나온다. 그래서 그가 왜 자살을 하려 했는지, 어떤 범죄를 저질러 경찰이 수배 중이었는지 궁금했다.
‘파늘루 신부’는 페스트를 신의 형벌로 생각한다. 페스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도에 전념하라고 강조한다. 신부는 맹목적인 신앙심으로 페스트를 통해 인간이 구원받을 수 있는 시험대로 생각하는 것 같아 보였다. 읽는 동안 이 부분이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요즘 종교 모임을 통해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종교 단체가 생각났다. 그렇지만 신부도 죄 없는 어린아이의 처절한 고통을 목격함으로써 그의 확신은 무너지고 신앙은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게 된다. 그가 페스트에 전염되었을 때 의사 리유의 치료를 거부했는데 여전히 자신이 믿는 신의 뜻을 따르고자 하는 것으로 보였다. 끝내 그가 믿는 신으로 곁으로 가게 된다.
소설에서 페스트는 세상에 부조리한 모든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페스트의 발병 원인도 모르고 적절한 해결방안도 없이 그저 가족, 동료, 친구, 어린아이가 죽어가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 부조리 그 자체인 것이다. 아울러 당국의 초기 대응방식 역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상징한다. 오랑 시민들의 개인주의적인 삶의 방식도 부조리한 양상의 하나이다. 페스트가 발생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웃을 돌아보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에 괴로워한다. 무관심과 나태함도 까뮈가 말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인 것이다.
‘페스트’에서 오랑 시민의 모습들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닮았다. 그럼에도 리유와 같은 연대의식을 가진 의료진들이 선별 진료소에서 고생하고 있다. 다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요즘, 여전히 부조리로 가득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악과 싸우는 성실함과 연대의식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소설 속 ‘리유’와 ‘보건대’의 희망을 잃지 않은 모습처럼 우리도 코로나19 극복하는 것은 물론이며 이겨낼 수 있다. 그러기에 사회 구성원의 공감과 연대가 필요한 때이다. 사소하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당연히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할 때이다.
챽을 읽고 생각 나누기
1) 시대적 상황은?
2) 각 등장인물들의 페스트 대응방식은?
3) 코로나19와 관련 시켜 비교 대조해보면?
4) 서술자의 태도와 전개방식은?
5) 만약 내가 등장인물 속 인물이라면 어떻게 대응했을 것 같은가?
6) 페스트가 상징하는 것은?
7) 리유가 이야기하는 연대의식이란?
8) 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위한 방법은?
#알베르까뮈 #페스트 #전염병 #바이러스 #연대의식 #방역수칙 #코로나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