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죽음, 상실, 시간, 미래, 바람, 사랑"이 모든 작품에 공통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물들은 저마다 과거의 기억, 죽음, 상실감으로 슬프고, 아프고, 힘든 현재를 살아갑니다.
엄마를, 아내를, 아들을, 동생을 잃거나, 사랑을 잃어 가슴앓이를 하지요.
또는 삶이 단조롭거나, 성공하지 못해서, 잘 살지 못해서... 현재가 힘듭니다.
그네들은 상실감으로 현재를 버티며 살아가기가 버겁기도 하고, 미래가 두렵기도 하지요.
그토록 힘들었던 어제와 이해되지 않았던 오늘이, 내일(미래)을 생각하고 기억하면,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인생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때로 모래 폭풍처럼 힘겨운 일도 많았던 인물들입니다.
그네들이 아니, 나 자신도 미래를 기억하며 이겨내면 새로운 바람을 맞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제가 너무 과거의 저를 책망하며 힘들기도 하거든요. 그런 제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 책이기도 했어요.
<사랑의 단상2014>는 크게 마음으로 다가옴은 없었습니다.
<사랑의 단상2014>에서 세월호 관련 글에선 울컥했습니다.
주인공의 사랑하고 이별한 이야기가 제 마음을 움직이지는 않았어요.
나머지 7편은 모두 좋았습니다. <이토론 평범한 미래>에서 삼촌의 말은 참 공감하게 만들었어요.
과거에 연연하지 말아야겠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기억하며 현재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난주의 바다 앞에서>는 일본 시인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시와 관련 그림책을 세 권이나 계속 보게 했어요. 세 권의 그림책의 그림작가가 다르니 그림도 다르고 번역도 조금씩 달라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더라고요. 아들을 잃고 죽음만 생각했던 은정이 대학 때 정현이 해줬던 '새컨드 윈드'를 생각하며 정난주가 삶을 포기하지 않은 것처럼 극한의 고통을 겪었지만 새 바람을 맞으며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역사 속 이야기를 담아 희망을 이야기해서 좋았습니다.
<진주의 결말> 진주가 아버지를 살해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상황에서 그럴 것이다'라고 단정 지으며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 어떤 전문가도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사람을 온전히 알 수는 없지요. 아버지가 가장 행복했다던 신혼여행지 제주 풍림호텔 바람 많은 곳. 그곳에 바람의 흔적을 찾아 아버지와 함께 가려 했던 진주의 마음을 생각해 봤습니다. 세월이 흘러 바람의 박물관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곳을 찾아가는 진주의 마음은 어떤 바람이 있었을까 싶었어요.
저는 진주가 부모님의 흔적이 있는 바람이 아닌 새로운 바람을 맞으며 현재를 살아가길 바라 봅니다.
바람이 데려다준 제주에서 새로운 바람을 맞으며 혼자지만 잘 살아가길...
바람 박물관
<진주의 결말>을 읽으며 '바람의 박물관'을 가는 장면에서 반가웠어요. 제가 제주를 여행할 때 될 수 있으면 '수. 풍. 석 박물관'을 꼭 가려고 노력하거든요. 실제 '수. 풍. 석 박물관'을 예약할 때 소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예약이 그렇게 힘들거든요. '바람의 박물관'만 따로 갈 수 없고, 세 박물관을 같이 가고요. '물. 돌. 바람'을 나타내는 작품이 건물 하나에 하나씩 따로 떨어져 있어 차를 타고 이동한답니다.
저는 '수. 풍. 석 박물관'을 참 좋아해요. 아마 제가 제주여행 다녀온 뒤 몇 번 이야기했을 거예요.^^
제주를 오롯이 이타미 준의 비오토피아 '수. 풍. 석 뮤지엄'만 보려고 가기도 했으니까요.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 뮤지엄'을 볼 때 느껴지는 감정, 생각들 그 기분도 좋아요. 명상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거든요.
물론 갈 때마다 비오토피아 타운하우스에 사는 입주민들이 너무 부러워지더군요. 100여 채의 고급주택이 있는 데 딴 세상 같거든요.^^ 이타미 준이 건축할 때 입주민을 위해 만든 수풍석 박물관은 정말 명상하기 딱 좋은 곳이에요. 가만히 바람을 맞고 있으면 바람 따라 딴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으면서 마냥 그곳에 머물고 싶더라고요. 비오토피아에는 생태공원, 두 손박물관도 있는데 거기도 좋아요.
저는 여유가 있다면 계절마다 가보고 싶은 곳이 '수풍석 박물관'이기도 해요. 굳이 해설사 설명 듣고 있지 않아도 그냥 좋은 곳,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바람이 휘몰아쳐도 바람이 좋아 온몸으로 바람맞는 곳, 내 바람이 바람 따라 나를 성찰하게 하는 곳, 그렇게 다시 희망의 바람을 맞는 곳. 그곳이 '수. 풍. 석 박물관'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비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은 그가 여행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몽골을 여행하며 아내를 잃은 슬픔을 참고 참다가 터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가타무 호갸 - 다 끝났어." 인도어로 모래 폭풍이 지나가자 이제 힘든 상황은 다 끝났다는 의미로 '가타무 호갸'라고 한다는 부분을 보며 그도 그러길 바랐어요. 더 이상 아파하지 말고 그리움은 그리운 대로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를 기운 내서 살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지요.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는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하고 고마운 일이지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었어요. 어린 시절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 나를 기억해 준 일이 있어요. 얼마나 고맙고 행복하던지 그 사람과 스치는 인연이었지만 그 인연은 오래오래 제 마음을 따뜻하게 했으며 제가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한몫했지요. 음악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누군가 공감해 주면 나를 응원하는 것 같아 힘이 되지요. 때론 어떤 음악이, 어떤 노래가 나를 위로하고 내게 희망이 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요. 주인공 남. 녀가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감상하던 장면에선 나도 그 자리에 그렇게 앉아 감상하고 싶기도 했지요. 색채로 사람의 감정을 사고를 헤집으며 명상하고 성찰하게 하는 그의 작품을 무척이나 좋아하거든요.
마크 로스코 작품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의 할아버지와 바르바라 이야기도 좋았어요. 세례명에 얽힌 세 명의 여인들 이야기는 울림이 컸어요. 할아버지의 삶의 지혜를 책으로 쓰고 싶었던 손녀를 통해 할아버지의 인생을 보며 그 삶을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과거의 기억이 세대와 세대 간에 이어지고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고 있음을 새삼 깨달으며 미래를 위해 현재를 더 잘 살아야겠다 기운 내 봅니다.
<<이토론 평범한 미래>>소설에선 정약용이 두 번이나 나오네요.
그래서 우리 독서모임에선 '정약용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정약용 평전을 읽기로 했어요.
이번 책은 다른 소설들과 달리 읽는데 여러모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었습니다.
'작가의 마음이 되었나가, 주인공들이 되었다가, 내 삶을 돌아봤다가'를 거듭하며 읽다 보니
멈출 때가 많았고 곱씹어 볼 때가 많았습니다.
소설 속 '바람의 박물'관- '수풍석 박물관'은 제주 여행하면 곧잘 예약하는 제가 좋아하는 곳입니다.
사계절 내내 자유롭게 찾아가 명상하고 힐링하고픈 곳이기도 합니다.
마크 로스코 작품은 색채의 신비가 느껴지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신에 파동이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