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온뒤 Apr 26. 2021

밀키트가 대세라는데 나는 밀카트

 홈쿡이니 밀키트니 하는 원하는 식사의 재료와 양념을 모두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야말로 '엄청난'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마켓컬리와 쿠팡의 새벽 배송에 익숙해진 것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외식을 즐기기 힘든 요즘, 집에서 외식의 맛을 느끼게 해 주는 밀키트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상품이 되었다. 1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한가지 원인이라고 한다. 밀키트라는 개념이 막 생겨나기 시작했던 즈음, 밀키트를 이용해 본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변화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밀키트의 장점은 분명하다. 밀키트는 간단하고, 뒤처리가 쉽다. 필요한 재료만 오니 재료가 남을 일도 없고 필요한 양념이 다 오니 간조절에 실패할 일도 없다. 주로 볶거나 끓이는 정도의 조리이니 비교적 만드는 과정도 쉬운 편이다. 재료도 대부분 신선하다. 조리법이 적힌 종이도 함께 온다. 나가서 먹는 것 보다 덜 신경 쓰이고 덜 비싸다. 밀키트에 익숙해지면 요리에 대한 자신감도 늘어난다. 이게 일석 몇조야, 하는 정도다. 마트와 인터넷은 물론이고 유명 음식점에서도 밀키트 형태로 판매를 한다.


 꽤 오래전 내가 주문한 밀키트는 감바스 알 아히요와 라따뚜이였다. 둘 다 내가 할 수 있지만 재료를 마련하기가 매우 귀찮은 음식이었다. 특히 감바스가 그랬다. 통통한 새우를 고르는 것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생물 새우를 사는 것도 그리 달갑지 않았다. 밀키트 덕분에 감바스에 들어갈 적당한 새우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라따뚜이는 가족들에게 새로운 음식의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밀키트였다. 맛있었다. 즐겁게 먹고 나서 우리 가족은 한켠에 쌓인 비닐봉지와 은박지, 아이스팩, 페트박스, 스티로폼 박스를 정리해야 했다. 그것도 재료마다 모두 따로따로 포장이 되어 있었던(심지어 야채도!) 터라 쓰레기의 양이 음식 양보다 많아 보이기까지 했다. 슬픈 일이었다.


 한숨을 쉬었다. 그 후부터 밀키트는 내게 '맛'과 '쓰레기'를 함께 받는 종류의 음식이 되었다. 짜장면 그릇도 일회용품으로 오는 이 시대에 재활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가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재활용 쓰레기 분류 처리장의 현실을 그린 다큐멘터리를 본터라 실제 재활용이 되는 비율이 얼마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양한 밀키트가 생긴 요즘은 그때만큼 많은 쓰레기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 물론 재료의 양 대비 가격을 생각했을 때도 그리 메리트가 없긴 했다. 특히 요리를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밀키트의 장점은 보장된 맛과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든다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었다. 확실히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밀키트만한 것이 없기도 했다.


 그래서 종종 나는 밀키트의 재료를 날름 적어서 동네 마트로 향한다. 하나하나 포장된 야채가 아닌 무게 단위로 살 수 있는 야채는 소량구매를 해도 눈치보이지 않았다. 봉지 하나에 여러 스티커를 붙이면 비닐봉지가 낭비되지 않는 장점도 있다. 동네 마트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밀푀유 나베에 들어갈 표고버섯 두 개를 사고 싶은데 마트에 포장된 열개짜리 표고버섯을 살 필요가 없으니 썩어서 버리는 쓰레기도 줄어든다.


 여전히 밀키트는 매력적이다. 마트에서도 밀키트를 팔기 시작했다. 각종 음식물 찌꺼기가 나오는 것 보다 밀키트쪽이 나은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만들어 먹는 음식에 온전히 내 손이 닿는 것을 좋아하니 결국 내 결정은 밀카트가 된다.


밀푀유나베가 먹고 싶은 밤이다.



사진출처

unsplah.com @ja_ma

 

매거진의 이전글 눈 오리 만들기 좋은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