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different way Nov 15. 2020

역적으로 살 것인가?
망국과 함께 죽을 것인가...?

고래별_경성의 인어 공주 서평


네이버 웹툰에서 현재 연재되고 있는 만화다. 눈으로 한번 보고, 덮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책으로 사서 두고두고 읽을 요량으로 1권이 출판되자마자 샀다. 현재 70회까지 진행이 되었는데, 이 책은 13회까지 내용을 담고 있다. 차근차근... 발행하는 대로 사서 다시 읽고, 아이들과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만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작화! 내 마음에 드는 그림이 일단은 기준이다.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나윤희를 알게 되었다. 초능력을 가진 마녀들이 일반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는 세상을 배경으로 해서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사람들의 편견을 넘어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그려낸 따뜻한 만화였다. 이미 첫 번째 작품에서 작화와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고래 별이라는 두 번째 작품 또한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고래별이, 작화는 훨씬 더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의 모티브를 따서 바닷가 마을 군산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수아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목소리를 잃게 되는 첫 설정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배경은 일제에 맞서는 조선인들이 활발하게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던 1920년대. 주인공 수아는, 아버지의 빚 때문에 군산 지주의 집에 팔려갔다. 아주 어렸을 때는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주인 딸의 말동무와 놀이친구를 해주다가, 커서는 주인 딸의 잔심부름과 시중을 들며, 하루하루 살아가던 중에, 독립운동에 필요한 폭탄을 운반하는 임무를 받고 경성에서 군산으로 왔다가 경찰에게 쫓겨 총상을 입은 의현의 목숨을 살려주면서 평범한 수아의 일상이 급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의현을 만나기 전에 수아는... 독립운동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저 일본 사람들 눈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하루하루 먹고 살 수만 있다면 그게 자기에게 주어진 삶이라 여겼는데,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하는 의현을 만나면서, 독립이라는 것이 어느 특별한 곳의 특별한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선의 모든 땅, 조선의 모든 사람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의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의 동요가 시작된다.


수아는 의현을 도와주는 일이 자신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현이 군산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의현이 떠난 뒤에는 의현이 부탁한 전보를 대신 전해주러 간다. 전보를 부탁한 장소에는 의현과 함께 폭탄 임무를 위해 군산에 내려온 해수가 있었고, 뜻하지 않게 해수의 독립운동에 관련된 기밀을 듣게 된 수아는 해수에 의해 조달(양잿물)을 먹고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처럼 정말 목소리를 잃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록 빚 때문에 팔려왔지만 주인으로 모시는 윤화 아가씨를 의지하며 살았는데, 윤화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다. 일본인과 결혼시키려는 아버지의 계획에 거세게 저항하다가... 결국 아버지의 계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집 마당에 있는 연못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수아의 뒤를 밟다가 우연히 만난 의현이 자신처럼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권총을 들고, 화기를 나르고, 도망자로 쫓길지언정, 자신의 뜻에 따라 살 수 있는 의현의 자유를 부러워한다. 죽기 전 윤화의 말...


역적(친일)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망국(조선)과 함께 죽을 수 있을까? 


버리지 못하는 것은 역적이기 때문이오, 가지지 못하는 것은 계집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망국의 계집만큼은 될 수 없다.


숨소리 한번 못 내보고 짓밟힐, 마른 땅의 들풀처럼은 될 수가 없다. 

죽은 윤화를 눈 앞에 두고, 수아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평생 의지했던 윤화의 죽음, 자신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의현과의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으로... 수아의 인생의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고하며 1권이 마무리된다.


일제시대를 살았던 조선인들의 각자 다른 상황들과 그 상황에서 충분히 해 보암직한 고뇌와 번민들이... 이 만화 속에 그대로 들어있다. 웹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다시 읽고 또 읽고... 주인공들의 대사를 곱씹어 생각해보며... 기울어져가는 나라의 위기 앞에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갔을까 생각해 본다. 수아와 의현, 그리고 윤화의 삶... 그들의 삶 속의 고뇌가 마치 내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이대로 괜찮을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