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OUL 감상평
으레 방학이면, 아이들과 함께 2박 3일 정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코로나로 마음이 위축되어서인지... 아니면 나라도 좀 잠잠히 있어야겠다는 다짐 때문인지... 아니면 2020이 너무 버겁게 느껴졌는지...(변화무쌍한 한 해) 방학에 어디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방학인데... 아이들이랑 영화라도 한편 볼까 싶어서, 가까운 롯데시네마에서 하는 영화 중에 예매율이 높은 영화를 훑어보니 [SOUL]이라는 영화가 눈에 띄었다. 아직 15세 미만의 둘째가 있으니, 온 가족이 볼 영화를 선택할 때 선택의 폭이 넓을 수가 없다. 어여 자라거라 둘째여... ㅋㅋㅋ 영화와 더불어 뉴욕에 HOT한 음악도 들을 수 있다는 영화 홍보에 혹~하고 마음이 끌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게 전략이라면 성공!!!)
제목이 SOUL이라... 자연스럽게 비슷한 계열의 영화 COCO와 INSIDE OUT이 생각났다. 영화 COCO는 사후 세계와의 연결이라면 영화 SOUL은 태어나기 이전 세계와의 연결이라고 할 수 있겠다. INSIDE OUT은 최근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볼 당시에는 둘째가 너무 어려서, 사람 마음속에 대한 영화 속 묘사가 좀 조용하고 어두운 느낌이라 옆에서 계속 나가자고, 무섭다고 해서 집중이 잘 안돼서 그랬는지, 찬찬히 혼자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영화 SOUL을 보고 나니 비슷한 계열의 영화를 다시 쭉 훑어보고 싶은 욕심이... ㅋㅋㅋㅋ
영화 속 주인공은 재즈 음악가를 꿈꾸는 조 가드너.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지만 언젠가는 가슴 떨리는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제안한 정규직 자리가 마냥 기쁘지 않은 조. 영화 속 정규직 제안서가... 너무 현실이입이 되었나 보다. 그 정규직이 간절한 사람들의 얼굴이... 촤르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규직 isuue는 참 가슴을 후벼 판다.
그러던 조에게, 꿈같은 기회가 생겼다. 펑크가 난 자리에 대신 피아노를 연주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는데, 평생에 꿈꾸던 이 가슴 떨리는 일을 눈앞에 두고, 열린 맨홀 뚜껑을 보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다. ㅠㅠ
사고를 당하고 나서 눈을 떠보니, 어느새... 죽음으로 가는 길목(GREAT BEYOND)에 서 있는 조 가드너. 이렇게는 죽을 수 없어서 거꾸로 돌아선 길은, 조가 태어나기 이전 세계(GREAT BEFORE)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왜 SOUL인지를 알려주는 포인트이다. GREAT BEFORE는 지구로 한 생명이 보내지기 전에, 사람으로 갖춰야 할 여러 가지 것들을 미리 교육시키는 곳이다. (영화 설정상) 성품, 인격, 좋아하는 것, 꿈 등등... 이곳에서 조는 22번이라는 특이한 생명체(?)를 만난다. 어느 누구도 22번의 지구 인생길을 터주지 못했다.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무념무상의 생명체. 어쩌다 보니 조는 이 22번의 멘토가 되었다. 22번이 지구로 보내질 때 함께 가면~ 죽음의 길이 아닌 새롭게 태어나는 인생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그만... 22번과 함께 지구로 내려가면서 22번이 조의 육체에~ 조 가드너는 병원에서 환자들의 치료를 돕는 애착 고양이의 몸으로 환생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지극히 조 가드너 입장에서 솔직히 애가 탔다. 꿈의 무대를 눈앞에 두고, 이런 망할... 사고라니... 영화를 지켜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조 가드너가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연주를 해야 할 텐데... 어떻게 돌아가나에 초미의 관심을 두고 영화를 지켜봤을 것 같다. 그런데... 영화는 신기하게도 이제까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지구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22번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조 가드너의 육체를 입고, 지구에 온 22번은 뭐든지 신기하다. 동네 이발소에서 주는 달콤한 사탕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근한 이발사의 마음도, 높고 파란 하늘도, 허공을 떠돌다가 눈앞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 하나도... 뭐 하나 거저 흘려버릴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을 경험한다. 특별한 꿈이 없어도, 이루고 싶은 소원이나 대단한 인생의 목적이 없어도, 이 곳은 살만하구나... 살만한 재미가 있구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살고 싶어 진다. 지금은 비록 조 가드너의 몸에 있지만 "나"로 태어나고 싶은 마음... 조 가드너의 몸을 가지고 살아보니 음악도 좋은 것 같고... 지구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그저 좋고 신기하기만 하다. 살고 싶다....
조 가드너는 마침내 꿈의 무대에 섰다. 감성 충만한 음악을 연주하며, 생의 최고의 기쁨을 누렸다.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감격의 연주를 마치고, 함께 연주했던 도로테아 윌리엄스(섹스포니스트)에게 내일은 뭘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도로테아는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 바다라고 불리는 엄청난 것을 찾고 있어요." 바다?" 나이 든 물고기가 말했다. "그건 지금 너가 있는 곳이야." 그러자 어린 물고기는 "여기는 물이에요.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구요!"
자신이 서있는 곳이 바다인지도 모르고, 헤엄쳐왔던 어린 물고기처럼, 이미 꿈의 무대 소원을 이룬 조 가드너에게 내일도 오늘처럼 연주하게 될 것이라는 도로테아의 말을 들으면서, 인생이 꼭 무엇인가를 성취해야 유의미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이 삶이 자신에게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사람. GREAT BEFORE에서 만난 22번.
미쿡에서 살 때 이런 알바하는 청년들 가끔 봤는데, 영화 속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한낱 간판 돌리며 알바하는 아저씨 같아 보이지만, 지구와 GREAT BEFORE세계를 왔다리 갔다리 하시는 능력자!!! 조 가드너도 이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다시 GREAT BEFORE의 세계로 GO GO!!! 22번을 다시 만나, 지구 통행권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조 가드너. 그리고 조 가드너는 원래 계획된 대로 GREAT BEYOND로 가려고 하는데 생의 귀한 깨달음을 얻는 조 가드너에게 다시 한번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 (암, 암~ 이래야 꿈과 희망을 주는 디즈니 영화이지^^)
하나. 조 가드너의 직업 때문에 멋진 재즈 음악으로 귀호강을 할 수 있다. 영화 보는 재미에 음악 듣는 재미까지!!! ^^
둘. 재즈 음악이라는 영화 배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영화 코코(미국에서 사는 히스패닉)에서 처럼 비주류의 사람들을 영화 주인공으로 삼았던 점이 좋았다.
셋. 영화 시작 전 쿠키 영상!!!! burrow!!! 토끼굴 영상 재미와 감동 두배!!!
넷. 뉴욕 입간판 중에 호호 만두라는 한국 가게 이름이 등장 ㅋㅋㅋ
다섯. 크렛딧 뒤에 나온다는 이적의 노래. 사실 영화관에서는 듣지 못했다. ㅠㅠ 영화 보고 나서 들으면 폭풍 눈물. 이 노래가 누군가에게 또 다른 삶의 희망과 용기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