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_감상평]
[이 글은 영화의 주요 줄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를 원치 않는 분들은 pass 해주세요^^]
주인공 아영_보육원에서 살다가, 보호 종료되어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와 함께 빡빡한 현실을 헤치며 살고 있다. 학교에서 공부(유아 교육)하며 남은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살다가, 친구의 소개로 6개월 남아 혁이의 베이비 시터를 시작하게 되었다.
영채_6개월 된 혁이를 키우는 미혼모. 영화 속에서 아이 아빠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없었지만 영채의 대사 속에, 혁이 아빠와 사별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직업여성으로 낮에는 아영이에게 혁이를 맡기고, 밤에는 생계를 위해 일한다. 한 때, 혁이를 음성적인 방법으로 입양 보내려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미자_영채가 일하는 술집의 마담. 혁이 데리고 사는 영채의 편의를 봐주고, 어떻게든 영채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영채와 미자는 직업답게... 입이 엄청 걸걸하다. ^^;;
혁_생후 6개월 아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타이틀 롤에 아기 이름이 두 명인 것을 보고, 쌍둥이인가? 싶었다. 엄청 귀염 귀염~ 허벅다리 두께를 보면서 순둥이인가 싶었다. 영화 속 영채의 아들이자, 아영이가 베이비 시터 하는 아가.
그 이외에, 아영이의 보육원 친구들이 여럿 나온다. 경수라는 캐릭터는 엄청 껄렁껄렁(싸움질하다가 얼굴 터지고, 아영이에게 돈 빌리고 못 갚고, 알바하다가 그만두고....)하고 철부지 같았는데, 영화 중반에 우울증으로 자살. 무연고자(보육원에서 자랐기 때문에 부모가 없는 혹은... 있어도 연락이 되지 않는...)로 장례로 치르지 못하고(아영이와 친구들이 경찰에게 미친 듯이 매달렸지만 ㅠㅠ) 화장을 해야 한다는 경찰들의 설명에 친구들을 통곡하게 만든 캐릭터.
영화는 아영이와 주변 인물의 삶(보육원에서 보호 종료를 마치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과 미혼모로 살아가는 영채의 삶을 크게 축으로 해서 이야기를 연결해간다. 열심히 살지만, 아영이의 삶을 늘 빡빡하다. 보호 종료되면서, 삶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다. 보육원에서 함께 자라고 성인이 된 친구들이 있지만 그 친구들의 삶도 빡빡하기는 매한가지.
낮에는 공부하느라 바쁘고, 학교에서 마치면 알바하느라 바쁘다. 열심히 사는데... 삶의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일정 수입이 생기니 보호 종료 아동 수급료를 받을 수가 없다. 알바를 하면서 수급료를 받으려니, 세금을 신고하지 않는 알바를 해야 했고, 그러다가 친구 경수의 소개로 영채의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를 하게 되었다. 일당 5만 원!!! 현금으로 받을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초반에는 영채가 왜 미혼모가 되었는지, 배경 설명이 전혀 없는데, 영화 말미에 보면 영채의 대사 속에 혁이 아빠와 사별했음을 알 수 있다. 직업여성으로 살면서 혁이를 키우는 삶이 녹록지가 않다. 나이가 들어, 자신을 불러주는 손님은 없고, 모유 수유를 하다 보니 단유를 하지 못해 옷은 늘 축축이 젖어 있다. 온갖 영양을 다 따져 이유식을 만들어 먹일 형편도 안되고(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고, 돈도 없고) 모유라도 냉동팩으로 먹일 생각이었는데, 엄마의 영양소 섭취가 엉망(컵라면, 냉동밥, 각종 패스트푸드 등)이다 보니 모유에 영양 성분이 없다는 말을 듣고, 냉동 저장된 모유도 몽땅 버려야 하는 현실. 여느 날처럼 술에 취해 귀가했다가, 아기 크립의 안전 보호대를 채우지 않아 혁이가 침대에서 떨어져 두개골에 금이 가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일을 계기로, 심각하게 본인이 혁이를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하고, 과거에 한번 혁이를 음성적으로 입양시키려고 하면서 알게 된 브로커와 다시 연락을 해서, 혁이를 데려가라고 한다. 훗날 생긴 뒤탈을 위해 브로커 아주머니는, 다시는 아이를 찾거나 보러 가지 않겠다는 싸인까지 하도록 했다.
6개월이나 키운 아이를 잊는 일이 쉬울까... 혁이를 데리고 있는 입양 알선 브로커네 집 밖에서 혁이를 몰래 훔쳐보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혁이가 크립에서 떨어진 사고를 아영의 잘못으로 책임을 떠넘긴 영채 때문에 둘의 사이는 멀어지게 되고, 아영이는 혁이 때문에 망설였던 어린이집 실습을 나가게 된다. 그 와중에, 경수의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병원 영안실로 찾아가지만 무연고자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경찰들의 행정절차를 들으며 분개한다. 같이 밥도 먹고, 함께 자랐기 때문에 가족이라고 주장하며 장례라도 치르게 해달라고 사정하지만(경수의 시체를 실은 경찰차를 온몸으로 막기까지 하면서)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에 통곡한다.
영화 내내, 아영이 살고 있는 집에 세탁기가 고장이 나서 아영이와 하우스메이트가 그 세탁기를 고치려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발로 차기도 하고, 흔들어보기도 하고, 하부를 들어보기도 하고... 사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보지만, 세탁기가 워낙 고물인지... 소용이 없다. 친구 경수를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내고, 또다시 망가진 세탁기를 보며 수도 없이 발로 차는 아영이를 보면서 세탁기가 아닌, 자기 맘대로 되지 않은 서글픈 현실을 부숴버리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채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쓸 수 없게 되자, 술집 사장 미자는 아영에게 연락을 해서 간병을 부탁하고... 영채를 만나 혁이의 행방을 듣게 되었다. 부모가 없어서 마주한 절망스러운 현실... 부모가 있어도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어린이집 교사에게 매달리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스럽지만, 혁이를 자신처럼(이 세상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만들 수는 없어서 영채에게 혁이를 데려오자고 한다. 입양 기관에서 정식 절차를 거쳐 입양을 한 것도 아니고, 음성적으로 입양이 될 경우, 제도적 장치가 없으니 파양이 될 수도 있고, 그럴 경우 혁이가 처한 현실이 너무 끔찍해서 어떻게든 혁이를 찾아오고 싶다. 영채는, 다시 데려와서 어쩔 거냐며 아영을 만류하지만 영채의 핸드폰 번호 목록에서 불법 브로커의 연락처를 찾아서, 혁이를 찾아낸다.
불법 브로커를 미워하려고 했더니만... 세상에... 그 집에는 침대에만 누워서 산소 호흡기를 주렁주렁 꽂고 있는 노인이 있다. 미혼모들의 아이를 데려다가, 150, 300 돈을 불러가며 파는 이 브로커의 인생도 녹록지가 않다. 아줌마가 쓰레기 버리는 사이에 혁이를 데려가려고 하지만, 혁이를 데리고 나가다가 들켰다. 부엌에서 야채 썰다가 나온 아줌마랑 실랑이하다가 그 칼에 팔을 찔린 아영이. 팔에 피가 흘러도 결연한 눈빛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아영이를 보면서, 결국 그 브로커 아줌마도 혁이를 포기한다.
아영에게, 왜 데려왔냐며 겉으로는 화를 냈지만 혁이를 끌어안고 깊은 울음을 토해내는 영채. 울고 있는 영채에게, 자기가 도울 거라고, 무엇이든지 돕겠노라고... 자신의 진심을 말한 아영. 술집 사장 미자가 서투른 솜씨로 이유식 겸 죽을 끓이고, 솥단지를 들고 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집 노래방 기계로 혁이를 위한 동요를 신나게 부르는 주인공들... 그렇게 영호는 끝을 맺었다.
첫째. 믿고 보는 배우... 김향기. 보호 종료한 청년들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영화 속 김향기는 그네들의 서글프고 힘든 현실을 잘 연기해주었다. 류현경과 염혜란(경이로운 소문)의 연기도 일품. 배우들의 찰떡같은 연기로, 영화 속으로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둘째. 아가 배우 혁이!!! 일란성쌍둥이일 줄이야... ㅋㅋㅋ 완전 귀염 귀염 ㅋㅋㅋ 라디오에서 영화를 홍보하던 두 배우가, 아기가 엄청 순해서 영화 촬영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하던데... 포동포동 허벅지를 보니, 정말 순딩이 아가인 듯했다. 영화 속 아이가 웃을 때마다 따라 웃게 되는 ㅋㅋㅋㅋ 아기 부모님 쌍둥이 델고 영화 촬영하느라 애쓰셨을 듯.
셋째. 보호 종료 아동과 미혼모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수급료에 대한 부분, 무연고자의 장례, 미혼모의 직업 등(모든 미혼모가 직업여성은 아니겠지만...) 알고는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들이 영화를 통해 재조명되었다.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왠지... 다 같이 이 영화를 봐야 할 것 같은 무거운 책임감이 들어서였다. 영화를 본다한들... 어려움을 겪는 보호 종료 아동들이나 미혼모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는 없지만,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데 이들이 처한 빡빡한 현실을 알아주는 것만 해도, 이들의 고단한 삶에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해마다 어린이날이 되면 교회 공동체에서 수원 미혼모자 센터 고운뜰에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미혼모자에게 깜짝 선물을 보내곤 했는데, 나 살기 바쁘다고 그마저도 못한 지 몇 년이 흘렀다. 이들의 삶에 어떤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들의 삶이 조금 반짝반짝 빛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양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까? 아무런 해답도 없이... 고민만 깊어진다. 가능한 이들에게 특정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연기해준 배우들과, 이 영화를 통해 주변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한 제작진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