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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different way Mar 13. 2021

코로나 시대, 이런 아재들은 싫다.

얼굴 찡그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이래 저래 친구들과 지인들이 준 카 X상품권은 있으나 때가 때이니 만큼 카페를 가는 게 꺼려지는 상황이라... 차곡차곡 선물함에 쌓아만 놓다가, 딸내미 발레 레슨을 마치고 서울로 치과 간 남편과 아들을 기다리다가 집 앞 별다방에서 시원하게 음료를 일 잔 하기로 하고, 주차 후 별다방으로 갔다. Drive through는 엄청 줄이 긴데, 매장 안은 한산 했다. 


요즘 어느 식당 카페를 가도 예외 없이 이루어지는 본인 확인...

“손님, 매장에서 드시고 가시나요?”

“네”

“그럼 큐알코드 인증 부탁드립니다.”

익숙하게 폰을 열어서, 큐알을 찾는 동안 직원이 수기 작성 보드를 내민다. 딱 봐도 14세 미만같이 보이는 딸내미를 위해서이다. 

“함께 오신 자녀는 수기 작성 부탁드립니다.”


나에게 이런 말들을 건네면서, 뒤쪽에 있는 Drive through손님들 챙기고(직원이 한 명은 아니었지만 워낙 음료 픽업하는 차량이 많다 보니...) 나에게, 메뉴 물어보고 음료 크기 물어보고, 딸램이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먹겠다 하니 커피가 들어갔다고 초코칩으로 바꾸기를 원하냐고 물어보고, 정말 하나하나 일일이 확인하고 물어보는 그 직원의 응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눈으로만 봐도 멀티 태스킹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어케 차근차근 일을 하는 건지...) 


우리 음료를 기다리는 사이...

우르르... 아재 무리들이 들어온다. 

다시 직원이 똑같이 응대를 한다.

“손님, 매장에서 드시나요? 드실 거면 큐알코드 인증을 하셔야 합니다.”

“테이크 아웃, 테이크 아웃.”

뭐가 앞뒤 말을 싹 다 잘라먹고 테이크 아웃만 외치는 저 아재 무리들이 왠지 수상하다. 

“주문은 화장실 다녀온 후에.”


그리고 시끌벅적 화장실을 가네 마네... 소리가 들리고 우리를 응대하던 직원은 우리 음료를 만드느라 바쁘다. 다시 우르르 아재들이 화장실에서 와서는 

“우리 먹고 가려고 하는데”

화장실 가기 전과 다녀온 후 마음이 다르다지만 왜 이럴 때 다르고 난리야. 

“손님, 5인 이상은 같이 드실 수가 없습니다.”

일행은 딱 5인이었다. 그랬더니, 또 그 아재 무리들끼리... 와글와글 5인은 안된다는데 나갈까 어쩔까를... 무지막지하게 떠들며 이야기를 하다가는 결론이...

“3인만 먹고 둘은 나가서 먹는 걸로.”

“손님, 그러면 매장에서 드시는 분은 큐알코드 인증 부탁드립니다.”


아재들에게, 다시 큐알코드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한 뒤에 또 분주하게 일을 한다. 큐알코드 인증을 당췌 직원이 몇 번을 말하는 건지... 3명은 남고 2명은 밖에서 먹겠다던 아재들은 두 테이블에 앉아서는 이야기꽃을 피우신다. 보다 못한 직원이 또 이야기한다. 누가 봐도 5인이구만... 직원 눈치채지 않게, 슬쩍 들어와서 따로따로 앉던지 동네방네 우리 5인 왔어요 떠들고, 큐알코드 인증을 몇 번이나 말하게 하는... 아재들...


“손님, 매장에서 드실 거면 큐알코드 인증하셔야 합니다.”

빠직!!! 내 인내심에 줄 가는 소리. 

“엄마, 매장 직원 엄청 바빠 보인다 그치?”

초딩의 눈에도, 아재들의 무례함과 매장 직원의 당황스러움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게, 엄청 바빠 보인다.”


본인들 이야기에만 집중하느라, 매장 직원의 요청은 등한시하는 아재들을 한참 째려보다가, 우리 음료가 나와서 아재들을 피해 2층으로 갔다. 자몽에이드와 초코칩 프라푸치노를 간만에 딸램과 호록 호록 마시고, 남편과 아들이 집에 거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매장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데... 중형차 한 대가 깜빡이를 켜고 있다. 방전될 수 있는데... 그냥 갈까... 왠지 그 아재들 중에 한 명 일 거 같아서 차에 붙은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여진다. 그런 상황에서 늘 타인에게도 전화를 해줬던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딸램이 나에게 말한다.


“엄마, 전화해줘야지. 차 방전되면 어떡해.”

우리 차로 가서 차문을 딸칵! 열었다가... 한 숨 한번 쉬고, 깜빡이는 차 앞에 가서, 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했다. 

“110X 차주신가요? 차량 깜빡이가 켜져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왠지 목소리가 그 아재들 중 1명 같아, 괜히 기분이 상한다. 우리 차에 시동을 걸면서 차를 막 빼려고 보니 매장에서 봤던 그 아재들 중 한 명이 나온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엄마, 아까 그 아저씨다.”

“그러게, 그러네.”

차를 빼서 집으로 가는 길에 딸램에게

“엄마가 했던 친절 중에 오늘 친절이 제일 아까웠다.”

했더니 딸램이 빵 터졌다. 딸램의 눈에도 그 아재들의 무례함이 보였던 거겠지. 


치아 교정으로 먹는 게 시원찮은 아들을 위해 파스타 먹으러 가면서, 별다방 아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여보, 어디 가서 그러지 마. 진짜 싫어.” 그랬더니 자기는 안 그런다면서... 정작 들어야 할 사람은 늘 안 듣고, 안 들어도 되는 사람만 열심히 듣는다는 게 함정이다. 


이 와중에 초등학생 딸내미가, 매장 직원의 분주함과 당황스러움, 이 직원을 당황하게 만드는 아재들의 언행을 분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딸램아, 부디 상식적인 사람으로 자라 다오. 다른 사람의 친절과 응대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 다오. 내 즐거움과 기쁨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간만에별다방 #딸램과데이트 #짜증나서사진은없다 #자동차는죄가없지만그냥둘껄 #쓸데없는과잉친절 #딸램이말을건낸다 #방전되면어떡해 #그냥갔으면맘에걸릴까봐 #그엄마에그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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