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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창관 Mar 06. 2020

홍보성 ‘상부상조’ 사회’가 아닌 ‘절차적 신용사회’로

태국의 77개 주(州) 중에서 2번째로 인구가 많은 코랏 주 소재 터미널 21 백화점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기난사 참극의 수습작업이 채 마무리될 사이도 없이 또다시 방콕의 쭐라롱껀대학교 근방의 대로변과 아누싸와리 지역의 대형 쇼핑몰에서 권총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행해지려나 기대했던 총기 관련한 법령 개정과 단속 심화 뉴스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모방범죄가 늘어나는 추세까지 벌어지고 있다. TV 방송은 연일 각종 총기 사용 강력사건에 대한 ‘옐로 저널리즘’에 기저를 둔 흥미 위주 보도량을 늘리는데 열을 올리는 상황마저 심화되고 있다.

▲  코랏 터미널 24 쇼핑센터 총기난사 사건 며칠 후 연이어 방콕 아누싸와리 지역 센츄리 쇼핑몰에서 대낮에 벌어진 총기난사 보도 사진./사진=스프링 뉴스

방콕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민간인이 보유 중인 총기류가 1,030 만정에 육박하고 있어 태국 전체 인구와 총기 보유 숫자를 단순 비교할 시 15% 정도를 차지한다. 짐작컨대 권총류에 있어서는 태국 군대가 보유하고 있는 숫자보다 민간인이 소지한 것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은 민간인이 소지한 1천 만정 가량의 총기 중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총기 숫자가 400 만정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등록된 총기라 해도 총기범죄로 사용되지 않게 관리한다는 것이 난항일 텐데, 아예 범죄의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는 불법 총기 숫자가 이리도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 놀랍기 그지없다.

기실, 동남아 2위 경제대국인 태국의 치안과 범죄예방 관련된 또 다른 민낯은 비단 민간인 총기 소지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각종 범죄에 사용될 수 있는 이동수단인 자동차 번호판 운영현황을 보면, 한국의 경우 고유번호가 나무에 프린팅 된 일회용 임시번호판을 발급일로부터 15일만 유효하게 사용토록 책정되어 있는 반면, 태국은 붉은색 철판의 돌려 쓰기 용 임시번호판을 1년을 넘게 달고 다녀도 제대로 된 차량 번호판 등록 시 아무런 제재가 없을뿐더러, 당해 임시번호판 발급 업무를 차량등록소가 아닌 사설 차량 판매회사 쇼룸에서 자체 운용한다. 게다가 추후 제대로 차량을 등록한 후에도 우리나라의 차량 번호판처럼 납으로 봉인시키지 않아 언제 어디서라도 다른 번호판으로 쉽게 바꿔 달 수 있고, 차량등록소가 아닌 곳에서 차량 번호판을 제작해 주는 곳도 많아 범죄에 쓰일 무적차량 만들어 내기가 너무도 용이하다.

게다가 운전면허증의 경우, 생애 처음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했을시의 거주지 주소가 적혀있는 상태에서 거주지 이전 시뿐 아니라 적성검사 등으로 운전면허를 갱신 시 주소변경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벌과금이나 제재가 없다. 주민등록증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의 태국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시의 주소지를 주민등록증에 기입한 후, 몇 번의 이사를 가더라도 거주지 변경 신고 및 당해 내용을 주민등록증에 기재치 않고 그냥 지내도 아무런 벌과금이나 벌칙이 없다.

▲  작년 쑤쿰윗 103번가 우돔쑥 대로변 거리에서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 간 총기까지 동원되어 벌어진 집단 패싸움 장면./사진=아마린TV 32HD

또한, 태국은 이름뿐 아니라 성씨까지도 특별한 이유 없이 개명이 가능한 데다가 그 절차도 너무 간단하여 신청 당일 즉석 변경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각종 강력, 사기범죄를 저지르고도 이름뿐 아니라 성씨까지 바꿔버리면 추적자 입장에서는 오리무중에 빠지기 쉽다.

한마디로 개개인의 신상에 대한 정보를 위. 변조하기가 용이한 데다가 차량과 신원 이력의 국가차원의 관리가 허술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각종 범죄 예방이나 추후 검속을 통한 계도에 큰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범죄 의도를 지닌 예비 범죄자들로 하여금 악행을 저지르고도 검. 경 당국이 반드시 추적해 체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점을 흐리게 한다. 총기, 신분증, 자동차 번호판의 관리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이어지지 않는 데다가, 전화번호 조차도 등록된 주소지로 과금되지 않는 프리 페이드 방식 사용자가 태반인 상황에서 범죄가 발생해도 추적키가 용이치 않음은 당연지사이다. 그저 민완형사의 동물적(?) 촉각에 의지하거나 범죄자가 부모형제가 있는 고향이나 친지의 거주지 주변에 은신하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  태국의 페이스북 상에 버젓이 나타나곤 하는 실탄 온라인 구매 사이트

태국은 말 그대로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는 울타리 안에서 일반적인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대다수에게는 무척이나 치안이 안정된 나라’로 통하지만,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운집한 지역에서 과다한 다툼이 벌어질 시 총격이라는 끔찍한 상황과 마주칠 가능성이 열려있는 두 얼굴의 사회’라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한국 같으면 다소간의 주먹다짐에 그칠 상황이 총격으로 이어지는 수도 있는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근자에 벌어진 대도시와 방콕의 다중이 모인 오픈된 공간에서의 총격은 현지에 체류하는 외국인으로서 커다란 공포가 아닐 수 없다.

때로는 ‘어매이징’ 하지만 늘 웃음 짓는 얼굴을 가졌다는 미소의 나라, 태국.

1인당 GDP 7천 불을 넘어 1만 불로 내달리는 경주로에 올라있는 태국민들이 구태에서 벗어나 내던져야 할 것과 더욱 철저히 지키고 새로이 챙겨 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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