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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job 조은 Mar 09. 2024

외롭지 않아서 홀로 남겨진 게 아니야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나를 눈물짓게 할 테니까> 가사 탐미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라 눈물이 메마르고 아픔이 없기에 슬퍼하는 법을 모르고 그저 무던한 사람이라 화를 내는 일이 없고 외롭지 않아서 홀로 남겨진 게 아니야.



학창시절과 대학생 때는 싸이월드나 인스타그램의 감성글도 누가 징징거리는 것도 저격글도 다 싫어했다. 논리적 분석이나 에세이도 아니고 나와 세상의 발전에 하나도 도음되지 않는 글을 왜 쓰는지 모르겠다는 삐죽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싫어하기까지 했을까.

내가 내 감정을 모르고 표현하는 데에 서툴러서, 근데 그런 글을 쓰는 그들도 서툴러 보여서 싫었다. 화가 나면 눈물이 났고, 눈물이 날 것 같으면 화가 난 거다. 감정을 다루는 법을 몰라 휘둘렸고, 그렇기에 이게 내 감정을 휘두를 것 같으면 싫었던 거다.



사랑을 하면 아프니까, 괜한 기대를 하면 서운하니까, 언젠가 나를 주저 앉게 할 테니까.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은 나를 눈물 짓게 할 테니까  


내가 지향해온 나에 대한 나의 오래된 오해와 이해를 거치니 이 노래 가사의 맛을 알게 됐다.


나는 마음이 차가운 사람도 아니고, 눈물은 뭐, 아픔도 있고, 슬퍼하는 법도 알고, 무던하지 않고, 화도 낼 줄 알고, 외로워도 혼자 남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근데 또 그 반대로 그럴 때도 있다. 그런 감정과 알아차림을 혼자서 가지게 되고,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있었기에 나의 이런 감정도 생긴 거고, 그 감정을 이해하니 볼 수 있는 마음이 많아진 거다.


사람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힘은 논리와 분석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경험이나 감정을 아는 데에서 오는 거였다. 마찬가지로 논리와 분석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은 만들 수 있어도, 떠나지 않게 만드는 진정성은 그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 가사를 되뇌이고 있다면 기억하자


내 경험과 감정과 스스로 이해하자.

안 그러면 어떤 사랑이 찾아올 때마다, 아픔이나 슬픔이나 화가 찾아올 때마다 드라마나 유튜브, SNS를 들여다보며 이게 이런건가 하며 휘둘리기 마련이니 휘둘리지 않는 힘을 가지자.

마음이 깊어질수록 이게 뭔지 너무 오래 들여다 보느라 잘 모르겠는 나를 내 밖에 세워두고 초라하게 만들지 말자. 평소에도 일단 내 안에 들여두고 부지런히 보고 이야기하자.


일하는 장면에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장면에서,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한다. 근데 그럴 때마다 통점을 하나씩 없애고, 넘어질 게 무서워서 주저앉은 그 상태로 있을 건가? 아픈 게 무서워 통점 하나를 없애면 아픔 뿐 아니라 그 통점으로 느낄 수 있는 기쁨, 즐거움, 행복도 없어진다. 계속 그렇게 있으면 계속 그것만 봐야 한다. 심지어 일어서지도 않으면 시선도 달라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느낄 수 있는 게, 볼 수 있는 게 세상에 많다. 게다가 나는 한 번도 그 모든 걸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내가 사랑한 것들은 나를 울게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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