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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현 Nov 30. 2019

[도서리뷰]영국 양치기의 편지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자연, 그리고 삶에 관하여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자연, 그리고 삶에 관하여


제임스 리뱅크스의 '영국 양치기의 편지(The Shepherd's Life, 대자연이 가르쳐준 것들)'을 읽고

저자 : 제임스 리뱅크스

출판 : 북폴리오

발매 : 2016.10.05

개인적 평가 : ★★★★



 문득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왠지 책을 사 보고 싶어지는 기분. 갑자기 책이 한 권 사고 싶어져 B사의 사이트에 들어가 무언가 읽을만한 책이 있을까 하고 뒤적거리던 중 '월든'을 뒤이을 만한 책이라는 말에 덜컥 구매하고 바로 옆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아 온 책. 주변 사람들에게 내 인생 책이 바로 '월든'이라 이야기하고 다닐 정도로 소로우의 자연주의적인 삶과 그의 관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매료되어있는 내게 이 책이 두 번째 '월든'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차를 몰고 그냥 풍경을 감상하며 지나가는 사람은 그 풍경뒤에 숨겨진 이런 일들을 절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일들은 날마다 우리 일상 속에 쌓여 있다.
보이지 않은 수많은 소박한 일들이 차곡 차곡 쌓이고 쌓여 이 곳의 삶과 풍경이 완성된다. ...
79page



 책은 총 5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여름, 가을, 겨울, 봄. 각각의 파트는 정확하게 구별되어 있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서로 연결되며 저자 제임스 리뱅크스의 어릴 적 부터 현재까지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모습, 그의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자신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삶의 흐름에 대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책에선 어린 제임스와 그의 할아버지가 양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할아버지는 또 그의 아버지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떤식으로 삶을 꾸려나갔는지를 이야기를 들려주듯 독자에게 말해준다.



...현대사회에서 그들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극히 적고, 그들앞에 놓여있는 미래는 따분하고 암울할 뿐이어서
주말이면 현실을 잊고자 미친듯이 술에 취하곤 한다는 것을.
서로를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거의 없다는 것을.
현대사회가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많지만 그 대가로 되돌아오는 것은 미미하다는 것을. ...
141page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글 전체에서 자신의 일과, 자신이 사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자연을 그가 얼마나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소중히 여기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그 덕에 나도 책의 초반부에 실제로 보면 어떨까, 정말 그렇게 멋진 곳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든 생각은 '나도 이 곳에서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 였다. 고되고 힘들며 때론 좌절도 하는 모습을 꾸밈없이 써 낸 그의 글에서 나는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떤 순수함을 본 것 같기도 했다. 자연의 순수함, 꾸미지 않은 삶의 소박함, 진실함.



...그리고 우리 인생은 언제나 다양한 '재료'들이 합쳐져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무살의 나는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174page


 관광지,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사진 한 장 속에 얼마나 길고 다양하고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일상의 시간이 담겨 있는지.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총,균,쇠'의 영향인지 작가가 이야기하는 많은 옛날의 이야기들(특히 할아버지의 이야기, 더 나아가 초기 레이크 디스트릭트 사람들과 목장주들의 이야기 등)이 모두 그물처럼 촘촘히 얽히고 섥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시대의 상황이나 사회가 변화하며 사람들에게 흔히 요구되는 가치들 또한 많이 변화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크게 또한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 왔는지에 대한 것들에 대해 섬세하고도 담담한 문장으로 읽는 독자에게 전달해 준다.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없는 모순과 갈등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주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잃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뿐이었다. ...
186page


 결과적으로는 별 네개를 주긴 했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삶, 자연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월든'만큼이나 독자에게 잘 느끼게 해 주는 책인 것 같다. 언제고 내가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많은 것들에 지쳐갈 때쯤 책장에서 무심코 꺼내 읽게될만한 책. 제임스 리뱅크스의 '영국 양치기의 편지'이다.



...어째서 사람들이 도시를 탈출해 레이크 디스트릭트 같은 곳으로 그토록 떠나고 싶어하는 지를.
국립공원 같은 곳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런 회색빛 도시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곳을 잠시라도 떠나
머릿결을 스치는 바람과 얼굴에 쏟아지는 햇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
237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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