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고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경제적으로 썩 여유 있지도 않았고, 별것 아닌 것에도 느끼는 공허함과 허무함을 무의미한 소비로 메꿔나가는 나였기에 더욱더 그랬다. 누구나 가는 보통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덜컥 예약한 비행기표를 취소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나는 머릿속으로 수차례 생각만 할 뿐, 취소하지 않았다. 그 비행기표가 마치 목전에 놓인 칼 같았고, 낭떠러지에 매달려 붙잡은 가느다란 나뭇가지 같았기 때문이었다.
엄마에게 '나 캐나다에 갈 거야'라고 이야기를 꺼낸 건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약 2개월이 흐른 뒤였다. 첫째 딸이라 걱정도 더 많았고 그래서 더 불안했던 내 말 한마디에 엄마는 아연실색을 했었다. 해외에 혼자 가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국내여행을 혼자 다닌 적도 없으며,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딸이 한 달이나 외국에 혼자 다녀온다니. 안된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미 비행기표를 끊었고, 취소할 수 없다는 말로 회답하며 입을 닫아버렸다.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은 후 아무렇지 않은 척 주변에 다녀올 거라 말하고 다녔다. 무섭지 않냐는 물음에도 무섭지 않다며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수많은 질문들이 공통적으로 수렴하는 하나의 요점은 바로 왜 였는데, 나 조차도 정확하게 이유를 정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가고 싶어서 간다고 두리뭉실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