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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현 Dec 28. 2021

우울을 옅게 하는 법 - 5.1

 무모하고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경제적으로 썩 여유 있지도 않았고, 별것 아닌 것에도 느끼는 공허함과 허무함을 무의미한 소비로 메꿔나가는 나였기에 더욱더 그랬다. 누구나 가는 보통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덜컥 예약한 비행기표를 취소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나는 머릿속으로 수차례 생각만 할 뿐, 취소하지 않았다. 그 비행기표가 마치 목전에 놓인 칼 같았고, 낭떠러지에 매달려 붙잡은 가느다란 나뭇가지 같았기 때문이었다.


 엄마에게 ' 캐나다에 갈 거야'라고 이야기를 꺼낸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2개월이 흐른 뒤였다. 첫째 딸이라 걱정도  많았고 그래서  불안했던   한마디에 엄마는 아연실색을 했었다. 해외에 혼자 가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국내여행을 혼자 다닌 적도 없으며, 영어를 유창하게   있는 것도 아닌 딸이  달이나 외국에 혼자 다녀온다니. 안된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미 비행기표를 끊었고, 취소할  없다는 말로 회답하며 입을 닫아버렸다.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은 후 아무렇지 않은 척 주변에 다녀올 거라 말하고 다녔다. 무섭지 않냐는 물음에도 무섭지 않다며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수많은 질문들이 공통적으로 수렴하는 하나의 요점은 바로 왜 였는데, 나 조차도 정확하게 이유를 정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가고 싶어서 간다고 두리뭉실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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