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빽지 Oct 01. 2023

'원래'라는 말을 경계하세요.

원래라는 건 근본적인 성질이자 본질을 뜻합니다. '본질을 꿰뚫다'는 차원에서 생각해 보죠. 꿰뚫리는 입장에서 본질은 어떻게든 숨기고 싶은 민낯이 아닐까요?


식물로 치면 본질은 뿌리입니다. 아름답진 않지만 땅 속 깊은 곳에서 공격받지 않은 채 살아남아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자동차로 치면 본질은 이동이겠죠. 잘 굴러만 가면 되는 것이 자동차다만 그것만으로 회사에서 이익을 취할 순 없습니다. 부가적인 기능들과 멋진 디자인으로 치장하여 본질을 숨기고 가치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만 하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마다 숨기고 싶은 본질, 감추고 싶은 민낯과 성질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의 본질을 간파하기 위해서만 눈에 불을 켤 뿐 나의 본질이 누군가로 하여금 꿰뚫리고 있음을 신경 쓰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공격만 잘하지 방어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마치 공격이 최고의 방어인 양 복잡한 상황을 가장 쉽게 모면하면서 남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원래'라는 양날의 도끼를 무심코 사용합니다.


"나 원래 이래"

이 말을 가장 경계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상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발언입니다. 상대의 생각을 더 이상 존중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죠.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나의 여러 본질 중 가장 질 나쁜 본질을 가장 좋지 못한 언어로 남에게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나 원래 이래"라고 말할 땐 십중팔구 나의 이기적인 민낯이 드러납니다. 게으름일 수 있고, 지랄 맞은 성격일 수도 있겠죠.


'원래'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쓰고 있었다면 부디 제발 고쳤으면 합니다. 상대방에게 좋은 무기만 쥐어줄 뿐 관계를 무시한 언어를 사용한 당신이 절대 우위에 설 순 없습니다. 다수에게 통용되는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을 가두지 마세요.

모임에 잘 나오지 않는 친구가 있습니다. 오늘도 그 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궁금해서 전화를 합니다. 왜 나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 친구는 "나 원래 여럿이서 모이는 거 싫어하잖아"라고 대답합니다. 이후 그 친구는 모든 모임에서 배제됩니다. 어느 날 또 여럿이서 모이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다음 날이 되자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는 왜 안 불렀냐고 따집니다. 나는 대답합니다. "너 원래 여럿이서 모이는 거 싫어하잖아? 그래서 안 불렀지" 그 친구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이 있기에 반박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친구를 하나 둘 오랜 시간에 거쳐 잃어갑니다.


사람은 변합니다. 날 서있던 본질이 오랜 시간 경험이란 풍파에 부딪혀 완만한 곡선을 이룹니다. 굳이 오랜 시간이 아니더라도 상황에 맞게 변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상황, 사람, 기분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그러니 상대방 머릿속에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뚝 박아 버리는 '원래'라는 표현을 지양해야 합니다. '가끔'이라는 표현으로 유연함을 지니는 것은 어떨까요? 상대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이해를 구하고 나를 방어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 원래 화가 많아 → 이런 경우에 가끔 화가 나더라

나 원래 게으르잖아 → 가끔은 쉬고 싶을 때가 있더라  



혼자 사는 세상이라면 상관 안 하겠습니다. 그러나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갈 거라면 '원래'라는 말로는 어떠한 이득도 취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원래는 근본적인 성질이자 본질입니다. 그 본질은 '꿰뚫다' 차원에서 꿰뚫림을 당하지 않고 보호해야 하는 것입니다. 민낯을 드러낼 필요는 없습니다. 스스로를 치장하는 기술을 익히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보통의 언어로 명확하게 말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