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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Oct 08. 2023

유추하여 일반화하기

생각의 함정 첫 번째

여러분들은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물론 사적인 것을 묻는 게 아닙니다. 일적으로 얼마큼 파악하고 계신지요?


직장 동료나 클라이언트, 협력 업체 등 함께 일하는 사람의 성격,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을 두고 사람과 사람이 얽히고설킨 관계로 진행되기 때문이죠. 이는 막내 포지션일수록 중요도는 더욱 커집니다. 안타깝지만 보고를 해야 하는 대상이 상대적으로 다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알고 이를 나의 업무에 적용하는 건 지피지기 백전불태처럼 매우 지혜로운 행동입니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서 나의 성향과 함께 상대를 위한 형태도 포함되어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면 상대의 잔소리도 회피할 수 있죠.


하지만 일이라는 게 매번 동일한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부적으론 그때그때 다른 관계성이 포함되고 외부적으론 시의성이 존재합니다. 제가 하는 광고에서도 매번 목적성은 비슷하지만 꾸밈의 차이로 인해 매번 말맛이 다른 이유가 이런 상황들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꾸미는 것을 싫어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보고하는 것을 좋아하는 팀장이 있습니다. 이 팀장은 매번 이러한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이번에도 팀장의 성향을 파악해 최대한 심플하게 가져갔습니다. 근데 이번엔 매번 같다는 꾸짖음과 함께 꾸며서 다시 써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이가 없고 당황스럽습니다.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이라 속으로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언제 정리하지란 막연함 한숨을 쉽니다.


이 경우 팀장이 사이코라 갑자기 돌변한 것이 아닌 이상, 단지 이번 일에는 꾸밈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오더를 다시 준 경우이겠죠. 애초에 기존 일과 다르다면 오더를 다르게 줬어야 할 팀장의 책임도 있지만, 그 일을 전담하는 담당자가 일의 다름을 알고 있었음에도 팀장에게 이슈를 캐치하고 문의하지 않은 잘못도 큽니다.


캐치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일반화 때문입니다. 감각적으론 알고 있지만 그동안 하던 관성이 작용했기 때문에 무심코 넘겨버린 것이죠. 상대의 성향을 파악했어도 일의 다름을 안다면 사람도 언제든지 일에 맞게 변화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물어봐야 합니다. "이번 일은 타겟이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니까 제안서도 딱딱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팀장님한테 물어봐야겠다."가 필요한 것이죠. 그럼 일을 한큐에 끝냈을 겁니다.



저는 최근 직장을 옮겼습니다. 일전 다른 글을 통해 말씀드렸죠. 현재 제가 담당하는 광고주에 대해 기존 담당했던 분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합니다. 간결한 것을 좋아하나 변덕스럽고 원하는 것에 대해 말을 잘 못하며 귀찮게 구는 면이 있다고 합니다. 전임자도 히스테리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하죠.


하지만 저는 광고주와 잘 지냅니다. 성향은 파악하되 남들이 말하는 일반화에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 스스로도 상대를 일반화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일반화가 없기 때문에 매번 다른 상황과 이슈에 대해 기존처럼 할지 다르게 적용할지를 물어봅니다. 일처리를 목적에 두니 광고주도 일에 맞게 성향을 변화시키더군요.


사람을 파악하되 유추하여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병신이 아닌 이상 사람은 결국 일에 맞게 유동적으로 대응하고 변화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르게 해야 할 이유를 감지했다면 일반화에 속아 간과하지 말고 항상 물어보고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일을 쉽게 풀어가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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