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빽지 Jun 15. 2024

뭐라고 말할까.

 광고기획자의 제안 작업 순서 3. 메시지 정하기

수차례 뒹굴고 이단옆차기 하다 보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방향성이 정해집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팀원부터 제작팀 및 협업하는 사람들까지 관계가 굉장히 안 좋아졌을 겁니다. 윗사람들 고집받아주랴, 개떡 같은 말 찰떡같이 바꾸랴, 묻어가려는 사람 보고 한숨 쉬랴, 열심히는 하는 게 기특하긴 한데 도움 안 되는 사람 기 꺾이지 않게 돌려 말하랴 고생 많으셨습니다. 근데 죄송하지만 아직 한 번 더 싸우셔야 합니다.


이번 캠페인에서 정해진 방향성을 뭐라고 이야기할 것인가. 방향성이 광고주를 납득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면, 메시지는 그런 거 관심 없고 결과물만 보는 소비자를 무슨 말로 요래요래 반응하게 만들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메시지란 요즘 광고들로 예를 들어, [여행할때 여기어때] [변함없는 부드러움 처음처럼] [누군가의 세상이 타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 [젊음을 힘껏 마음껏 박카스]와 같은 것인데요. 주로 동영상 광고라면 영상 끝자락, 이미지 광고라면 메인으로 크게 쓰이는 것(퍼포먼스 광고라면 좀 다른 이야기지만)들이 메시지입니다.


메시지를 굳이 종류로 나누자면 일단 슬로건이 있겠죠. 근데 슬로건은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메시지라서 신생 브랜드 말고는 광고 캠페인에서 요청하거나 역으로 제안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그리고 캐치프레이즈가 있죠? 광고에서 메시지가 의미적으로 캐치프레이즈인 건 맞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회사는 아직까지 다녀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다른 광고회사의 제안서를 받아봐도 이 말은 쓰이지 않습니다. 선전과 같은 정치인들이 쓰는 인상이 강하기도 하고, 뭐랄까.. 좀 구식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떤 말들이 쓰이냐. 키메시지 / 테마 / 컨셉 정도가 쓰입니다. 태그라인의 경우엔 브랜드나 제품의 부연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 가끔씩 쓰이고요. 이들은 또 회사마다 쓰이는 형태가 달라지고, 제안하고자 하는 전략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서 한 번만 나오는 경우도 있고, 저 3개가 순서에 따라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과제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고, 즉!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광고주가 시장 내 주도권을 갖고자 브랜딩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과제라면, 주도권을 지금 당장으로 바라볼지, 향후 10년까지를 바라볼지에 따라서 캠페인 컨셉이 정해질 수가 있을 거고요. 그 컨셉을 이번 캠페인에서 어떻게 정의할지 테마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컨셉과 테마가 포함된 우리의 전략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말할지 키메시지가 나올 수 있겠죠.


그런데, 과제가 어느 정도 방향성과 컨셉이 정해진 상태로 왔다면? 한번 더 컨셉을 설명하는 건 중언부언일 수 있겠죠? 그리고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캠페인을 정의하는 테마도 굳이 필요하지가 않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겠죠? 그럼, 무엇이 아닌 어떻게 이야기할지에 대한, 즉! 크리에이티브적인 부분에서 키메시지를 위로 올리고, 보이는 방식의 컨셉을 아래로 내릴 수도 있습니다.


'죽어도 우리 회사는 컨셉이 있어야 해!'라면서 되는 말이든 안 되는 말이든 무언가를 고수하는 회사들이 있긴 하지만, 위 예처럼 실제 광고업계에선 저 말들이 주는 의의와 순서를 정해두고 사용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조합을 해서 활용합니다. 정의하는 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을 이해하고자 듣는 사람 입장에선 피곤하고, 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헷갈릴 수 있거든요. 여러모로 전략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것이죠.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사용되고 사람마다 머릿속 로직이 다 달라서 이를 사전에 링크하는 과정이 없으면, "이 말이 왜 필요해?", "아냐 저건 기획 테마가 아니라 크리 테마 같아.", "직관적이지 않아서 난 와닿지 않아" 등 개차반이 나기 십상이란 거... 주의하시고요. 이런 말 듣기 짜증이 나면 처음부터 소프트랜딩을 하는 과정을 꼭 거치시길 바라며, 마지막 메시지를 잘 내는 팁을 드리겠습니다.


스타일을 버리십시오. 메시지는 그 사람의 역량, 평상시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 말투, 어휘력, 시각 등이 단 몇 글자로 판단할 수 있는 결정체입니다. 직관적이어야만 해. 명확해야만 해. 이형식이어야만 해. 짧아야만 해. 더블미닝이여만 해. 등등! 다 좋은 말이긴 한데요. 광고는 내 고집을 투영시키는 대상이 아니기도 하고요. 특정 한두 가지 스타일 때문에 나머지를 배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특히나 다양성이 많아지고 말의 형태가 급변하는 현시대엔 더욱 안 맞는 생각이죠.


메시지는요. 소비자를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감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명확해야만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메시지는 동영상이라면 앞뒤 상황이 붙어주고, 이미지라면 같이 붙는 그림이나 부연 설명이 메시지에 힘을 불어넣습니다. 따로 생각할게 아니란 거죠.


그래서 요즘은 마켓컬리의 [뭘 먹고 그렇게]처럼 뒤를 블랭크 하거나 박카스의 [젊음을 힘껏 마음껏]처럼 젊음을 다른 키워드로 변형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지니는 메시지들도 많이 발견됩니다.


메시지는 단순히 그 하나만 보시면 안 되고, 결과물이라면 스토리텔링! 제안이라면 기획과 크리에이티브의 방향이 하나가 되었을 때 힘을 받는다는 것! 고려하시길 바랍니다. 따로 놓고 의미 없는 말 찾기나 앞뒤 생각도 안 하고 말맛만 보고 고집부리는 짓 그만. 적어도 왜 이 말이 나왔고, 이 말이 어떻게 풀릴지 생각을 해봅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