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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Jun 23. 2024

프로젝트 매니저씨, 일 좀 하시죠?

광고기획자의 제안 작업 순서 4. 업무 분담

메시지를 도출했다면 제안의 전반적인 컨셉이나 뼈대가 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제안서를 써야겠죠? 자,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인사이트와 창의성 측면이 중요했던 메시지 도출까지의 일은 난상토론이었거나, 그냥 입으로 떠들어 재꼈거나, 각자가 나름의 천차만별인 열정을 토대로 문서 준비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젠 광고주에게 제안할 오피셜 한 문서를 본격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아뿔싸! 이때부터 모두 모르쇠가 시작됩니다. 문서화라는 게 귀찮기도 하고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윗대가리 중 누군가 하겠지~하며 턴을 넘깁니다. 그래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애초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PM(프로젝트 매니저)을 선정합니다. 보통 선임들이 하지만, 가끔 저연차를 시키기도 하죠. 특히 막 대리나 과장/차장으로 진급한 사람한테 평가 목적으로 시키는데요. 항상 선임이 시키는 일만 하고 주체적으로 일 관리를 하지 않았던 사람, 평상시 제안 업무에 깊은 관심을 지니고 트레이닝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여기서 대부분이 부족함을 알고 퇴사를 결심하게 됩니다. 그래놓고 밖에 나가 일이 많아서, 힘들어서, 별의별 합리화를 하더라고요.


아무튼! 이때부터 PM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갈 곳 잃은 방랑자들에게 일을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죠. PM이 전반적으로 모두 관리를 할 테지만 파트당 메인 담당을 두시는 게 좋습니다.


첫 번째. 제작팀과 커뮤니케이션할 담당을 지정하세요. 가급적 팀원 중 가장 창의성이 뛰어나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분이면 좋습니다. 잡학다식하면 더 좋겠군요. 이런 분들이 비주얼적으로 레퍼런스도 많이 알고 있으며, 제작의 대화 방식을 이해할 줄 압니다. 제작 OT 브리프, 레퍼런스, 제작물 SB 등을 담당하게 됩니다.


두 번째. 미디어팀과 커뮤니케이션할 담당을 지정하세요. (회사에 따라 미디어를 직접 담당하는 기획자라면 랩사나 매체사가 커뮤니케이션 파트너일 수 있습니다.) 기획자라면 누구나 미디어는 상당 수준 알고 있을 텐데요. 때문에 미디어 용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중요한 건 이성적 사고에 능한 사람이 담당하면 좋습니다. 미디어는 신박한 매체를 발굴하는 것보다 얼마나 효율적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과로 나타나는 숫자가 전부! KPI 달성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숫자를 보고 전략을 짤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미디어 OT 브리프, 타깃 설정, KPI 달성 여부 검토 등을 담당하게 됩니다.


세 번째. 각종 프로모션/이벤트/바이럴 등을 구성할 담당을 지정하세요. 처음부터 회의를 같이해도 좋지만, 저는 담당자가 1차적인 안을 가져오게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왜냐면 이 일도 전반적인 제안 뼈대에서 노림수를 갖춘 전략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고, 피저빌리티(실현가능성)도 체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권한을 담당에게 주는 것이죠. 무슨 뭐 아이디어 선발대회도 아니고.. 뜬구름 잡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나래비를 시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무슨 제안마다 팝업스토어가 들어가냐...


그러면 PM은 무엇을 하냐! 각 파트 담당자들과 의논한 이야기들을 제안서로 담아야 하죠.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수는 없기에 각 담당자들이 전해준 내용과 의견 중에서 무엇이 현 제안에서 필요한 것인지 판단하고 선택하는 결단력이 있어야 합니다. 큰 뼈대에서 뭔가 맞는 이야기인 거 같긴 한데 어긋나는 것들을 바로 잡아줘야 합니다. 현업에서 실제로 좋다고 막 가져다 쓰다가 제안하는 본질과 컨셉에 벗어나는 경우가 많이 생겨요. 이로 인해 광고주 중에 날카로운 분들께 질문 공격 당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제안서를 구성하는 크게 세 가지로 PM의 업무 분담 중요성을 말씀드렸는데요. PM은 캠페인을 준비하는 동안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체크하고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야 하는 중책을 맡습니다. 제안서의 방향 설정과 작성도 함께 말이죠. 중간에 각종 문제가 발생하면 혈을 뚫어주는 역할해야 하는 엄마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PM은 다시 말해 취합자입니다.


PM의 진두지휘 능력에 따라 캠페인의 내부 만족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PM부터 열심히 해야 팀원들이 자극을 받고 함께 으쌰으쌰 하게 되죠. 누군가 PM으로 선정되었는데 그 사람이 일의 열정도 없고 제안서도 잘 못 쓰고 팀관리도 못한다면 이미 그때부터 승패는 난 거라 봅니다. 절대 그런 분은 PM의 감투를 못쓰게 해야 합니다.


자, 메시지 도출까지는 인사이트와 창의성 측면이 중요했죠. 지금부터는 이성적 사고와 로직을 짜는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큰 그림을 그렸고, 그 큰 그림이 퍼즐로 조각조각 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를 맞추는 작업에 능해야 진짜 광고기획자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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