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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Jun 15. 2024

뭐라고 말할까.

 광고기획자의 제안 작업 순서 3. 메시지 정하기

수차례 뒹굴고 이단옆차기 하다 보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방향성이 정해집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팀원부터 제작팀 및 협업하는 사람들까지 관계가 굉장히 안 좋아졌을 겁니다. 윗사람들 고집받아주랴, 개떡 같은 말 찰떡같이 바꾸랴, 묻어가려는 사람 보고 한숨 쉬랴, 열심히는 하는 게 기특하긴 한데 도움 안 되는 사람 기 꺾이지 않게 돌려 말하랴 고생 많으셨습니다. 근데 죄송하지만 아직 한 번 더 싸우셔야 합니다.


이번 캠페인에서 정해진 방향성을 뭐라고 이야기할 것인가. 방향성이 광고주를 납득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면, 메시지는 그런 거 관심 없고 결과물만 보는 소비자를 무슨 말로 요래요래 반응하게 만들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메시지란 요즘 광고들로 예를 들어, [여행할때 여기어때] [변함없는 부드러움 처음처럼] [누군가의 세상이 타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 [젊음을 힘껏 마음껏 박카스]와 같은 것인데요. 주로 동영상 광고라면 영상 끝자락, 이미지 광고라면 메인으로 크게 쓰이는 것(퍼포먼스 광고라면 좀 다른 이야기지만)들이 메시지입니다.


메시지를 굳이 종류로 나누자면 일단 슬로건이 있겠죠. 근데 슬로건은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메시지라서 신생 브랜드 말고는 광고 캠페인에서 요청하거나 역으로 제안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그리고 캐치프레이즈가 있죠? 광고에서 메시지가 의미적으로 캐치프레이즈인 건 맞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회사는 아직까지 다녀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다른 광고회사의 제안서를 받아봐도 이 말은 쓰이지 않습니다. 선전과 같은 정치인들이 쓰는 인상이 강하기도 하고, 뭐랄까.. 좀 구식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떤 말들이 쓰이냐. 키메시지 / 테마 / 컨셉 정도가 쓰입니다. 태그라인의 경우엔 브랜드나 제품의 부연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 가끔씩 쓰이고요. 이들은 또 회사마다 쓰이는 형태가 달라지고, 제안하고자 하는 전략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서 한 번만 나오는 경우도 있고, 저 3개가 순서에 따라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과제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고, 즉!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광고주가 시장 내 주도권을 갖고자 브랜딩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과제라면, 주도권을 지금 당장으로 바라볼지, 향후 10년까지를 바라볼지에 따라서 캠페인 컨셉이 정해질 수가 있을 거고요. 그 컨셉을 이번 캠페인에서 어떻게 정의할지 테마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컨셉과 테마가 포함된 우리의 전략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말할지 키메시지가 나올 수 있겠죠.


그런데, 과제가 어느 정도 방향성과 컨셉이 정해진 상태로 왔다면? 한번 더 컨셉을 설명하는 건 중언부언일 수 있겠죠? 그리고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캠페인을 정의하는 테마도 굳이 필요하지가 않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겠죠? 그럼, 무엇이 아닌 어떻게 이야기할지에 대한, 즉! 크리에이티브적인 부분에서 키메시지를 위로 올리고, 보이는 방식의 컨셉을 아래로 내릴 수도 있습니다.


'죽어도 우리 회사는 컨셉이 있어야 해!'라면서 되는 말이든 안 되는 말이든 무언가를 고수하는 회사들이 있긴 하지만, 위 예처럼 실제 광고업계에선 저 말들이 주는 의의와 순서를 정해두고 사용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조합을 해서 활용합니다. 정의하는 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을 이해하고자 듣는 사람 입장에선 피곤하고, 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헷갈릴 수 있거든요. 여러모로 전략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것이죠.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사용되고 사람마다 머릿속 로직이 다 달라서 이를 사전에 링크하는 과정이 없으면, "이 말이 왜 필요해?", "아냐 저건 기획 테마가 아니라 크리 테마 같아.", "직관적이지 않아서 난 와닿지 않아" 등 개차반이 나기 십상이란 거... 주의하시고요. 이런 말 듣기 짜증이 나면 처음부터 소프트랜딩을 하는 과정을 꼭 거치시길 바라며, 마지막 메시지를 잘 내는 팁을 드리겠습니다.


스타일을 버리십시오. 메시지는 그 사람의 역량, 평상시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 말투, 어휘력, 시각 등이 단 몇 글자로 판단할 수 있는 결정체입니다. 직관적이어야만 해. 명확해야만 해. 이형식이어야만 해. 짧아야만 해. 더블미닝이여만 해. 등등! 다 좋은 말이긴 한데요. 광고는 내 고집을 투영시키는 대상이 아니기도 하고요. 특정 한두 가지 스타일 때문에 나머지를 배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특히나 다양성이 많아지고 말의 형태가 급변하는 현시대엔 더욱 안 맞는 생각이죠.


메시지는요. 소비자를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감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명확해야만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메시지는 동영상이라면 앞뒤 상황이 붙어주고, 이미지라면 같이 붙는 그림이나 부연 설명이 메시지에 힘을 불어넣습니다. 따로 생각할게 아니란 거죠.


그래서 요즘은 마켓컬리의 [뭘 먹고 그렇게]처럼 뒤를 블랭크 하거나 박카스의 [젊음을 힘껏 마음껏]처럼 젊음을 다른 키워드로 변형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지니는 메시지들도 많이 발견됩니다.


메시지는 단순히 그 하나만 보시면 안 되고, 결과물이라면 스토리텔링! 제안이라면 기획과 크리에이티브의 방향이 하나가 되었을 때 힘을 받는다는 것! 고려하시길 바랍니다. 따로 놓고 의미 없는 말 찾기나 앞뒤 생각도 안 하고 말맛만 보고 고집부리는 짓 그만. 적어도 왜 이 말이 나왔고, 이 말이 어떻게 풀릴지 생각을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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