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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Feb 12. 2021

클럽하우스 탐방 첫인상

입은 커지고 귀는 닫히는 사회


며칠 전부터 클럽하우스 얘기가 온 소셜미디어를 장악했다. 도대체 이게 뭐야? 초대장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고, 아이폰에서만 가능하며, 가장 팔로워가 많은 사람의 프로필 사진이 앱 아이콘에 들어간다. 해외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궁금해서 깔아봤다. 그때 뜨거운 감자인 건 한 번씩 찔러봐야 되는 사람이라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저게 도대체 뭔데? 아마 이게 마케팅 포인트인 것 같다. 폐쇄성. 클럽하우스 안내문에는 우리는 exclusive 함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아닌 것 같다. 익스클루시브함이 마케팅 포인트가 되어 사람들의 소외에 대한 공포와 나도 저기에 합류하고 싶다는 마음을 자아내 다들 들어가 보는 것이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고.


소문은 무성했다. 무슨 SF 영화 인트로 같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정보를 취합해 봤을 때, 잠옷 입고 컨퍼런스 회의장에 떨어진 것 같다는 얘기가 제일 많았다. 어떤 인플루언서는 벌써 발 빠르게 인플루언서 입장에서 본 클럽하우스 후기를 내놨다. 다섯 시간 동안 주변 인플루언서들과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그냥 그랬다고 그랬다. 오래 못 갈 것 같다는 친구도 있었다. 일단 해봅시다 뭐가 뭔지.


앱을 다운받고, 가장 먼저 번호를 연동한다. 나는 연락처 정리를 안 하는 사람이다. 10년 전에 저장했던 사람도 아직 번호가 있다. 우연히 마주하기 싫은 사람은 미리미리 번호를 지워놓는 게 나은 것 같다. 연락처에 있다면 뜬금없는 앱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프로필 사진을 넣고, 아이디를 만든다. 아이디를 다 만들어도 앱에 아직 들어갈 수 없다. 보니까 내가 앱을 다운받고 아이디를 만들면, 연락처에 내 번호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을 클럽하우스에 초대할까요?라는 알림이 오는 것 같다. 기다렸더니 친구가 나를 초대해줬다는 알림이 떴다. 아까 입력해놓은 정보를 그대로 입력하고, 클럽하우스에 들어갔다.


보통 소셜 미디어에 처음 입성하면, UI에는 사용 설명 방법이 뜬다. 틱톡도 트위터도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도 노트북도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알려준다. 클럽하우스는 내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내가   있는   번호 목록에 있는 사람 중에서 누가 클럽하우스를 쓰는지, 나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설정할  있다는 것이었다.  이름 밑에는 나를 추천해준 사람의 이름이 뜬다. nominated by~라고. 메인 화면의 방에는   없는 주제의 방이 떴다. 실수로 클릭해서 들어가 봤는데.. 정말 컨퍼런스  안에 앉은 기분이었다. 관심 있는 주제로 검색해봤는데 아직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서 그런지  관심사에 관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어떤 클럽을 팔로우한다면  클럽에서 주최하는 방이 열릴  알림이 울리는  같다. 아직 영어로  방이 대다수였다.


방장이 기회를 준다면 말을 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대화를 들어야 한다. 방 자체가 외부에 노출되기 어려운 것 같다. 인맥과 검색을 통한 팔로우를 할 경우에야 뭔가가 이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끔 들어갈 때마다 중학교 동창들의 이름이 뜨고 이들을 클럽하우스에 들여보낼까요? 와 같은 메시지 팝업이 뜬다.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몇 번 거절 버튼을 누르고 있다 보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뉴스를 찾아보니 딘딘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얘기를 했더라. 동의한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놓고 낄 수 있는 사람은 껴라 못 끼는 사람은 못 낄걸?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사교계 귀족 파티 같은 인상을 주는 앱이었다. 아직 탐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 내 인상을 이렇다.



입은 커지고 귀는 닫히는 사회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기 얘기를 맘껏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자기 얘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사람은 많은데 들어줄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당연하다. 시대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전염병으로 인해 물리적인 청자를 모집할 수 없다. 이런 시대에 청자를 찾아 헤맸던 사람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물리적으로 소리를 내는 것보다 글로 말하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생각을 정제하여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는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계속 말해서 목소리가 쉬어간다고 하는데, 그것을 사람들이 정말로 귀 기울여 듣는지 또한 의문이다. 관심분야가 맞으면 다들 또 열심히 들으려나? 아무래도 바깥에서도 인플루언서인 사람이 안에서도 인플루언서겠지.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다면 팔로워가 없는 사람은 안에서도 발언권이 줄어드나? 의문이다. 다들 그래서 그렇게 바이오에 대학과 소속 혹은 이력을 써놓는 걸까? 나는 이런 사람이니 나에게도 발언권을 달라고? 모르겠다. 아직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걱정하는 가장 점은 세 가지다. 이 앱은 배제적이라는 것, 차별성 발언, 그리고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앱은 많은 사람을 배제한다. 초대장을 받지 못한 사람, IOS를 쓰지 않는 사람,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 디지털 리터러시가 높지 않은 사람처럼 이 앱은 많은 사람을 배제시키고 이미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의 뭔가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정보의 독점이 일어날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되지. 대부분의 앱이 자막이나 TTS 기능을 제공하면서 시청각장애인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와중에 청각을 앞세운 SNS 등장이 약간 의아하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인맥을 타고 타고 넘어가는 식의 소셜미디어는 살아남을 수 있을 수 있을까. 호기심이 떨어진 사람들을 클럽하우스 안에 남아있도록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상당히 큰 아이콘으로 알림을 켜라고 요구하는 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차별성 발언은 이미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이 토로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경우가 많은 이 앱에서,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직 여성을 그저 귀엽게만 보며 맨스 플레인 하는 경우, 성차별적인 발언을 해놓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질문만 하면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건 앱이 해결해야 될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글로 읽는 차별적 발언과 목소리로 듣는 건 다르다. 실시간으로 보이스가 나오는 앱에서 차별적인 발언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방장의 저지나 신고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만약에 잘못된 정보가 한 방 내에서 기정 사실화되고, 그 방에 있는 사람들이 그 정보에 모두 동의를 했는데, 사회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이 앱은 과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실시간으로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앱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잡아낼 방법이 없는데?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것은 발언이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증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은 기록으로 남는다. 내가 이 말을 했고 하지 않았다는 증명을 할 수 있다. 누군가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악용한다면,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누군가를 몰아간다면? 피해자는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화면 녹화가 가능한지, 앱 내 소리를 녹화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쪽으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말할 기회가 없었을 것 같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모르는 사람과 지식을 나누고, 해외의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실시간으로 번역해서 생각을 교류할 수 있으니까. 비대면 시대에 말하는 것에 대해 갈증이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소셜미디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도는 그렇지 않아도 결과는 충분히 나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백인 남성들이 친구들과 대화를 주고받기 위해서 만들어낸 페이스북은 어떤 나라에서는 혐오의 온상이 되어 전쟁을 일으켰다.  필터 버블에 갇힌 사람들은 지구 평평설을 믿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에 갇힌 사회는 양극화되고 혐오는 폭력을 불러일으켰다. 소셜 미디어 과포화 세상은 이런 모습을 띄고 있다.  


비단 이 앱 하나만을 바라보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스타도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틱톡도 처음 등장했을 때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겠지만 일상 속에 자리 잡았던 것처럼 이 앱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존의 앱과 다른 모양새를 하여 주목을 받았고, 이 앱의 폐쇄성이 주목을 받은 만큼 그 폐쇄성이 독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게 클럽하우스를 짧게나마 사용해본 뒤 느낀 인상이었다.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니 또 바뀔지도 모르겠으나, 더 들어가서 머무르고 싶을 만한, 끌어당길만한 요소가 아직은 없어 보인다. 다른 소셜미디어가 아직은 더 흥미롭다.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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