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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Oct 01. 2021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

왜 아이돌을 좋아하게 됐을까


처음 무언가와 사랑에 빠진 순간은 흐릿하다. 사람과 사랑에 빠진 순간은 우리가 만난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선명하지만 어떤 대상과 사랑에 빠진 순간은 이상하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은 아주 당연해진 것이 처음에 어떻게 내 삶에 처음 들어왔냐고 되짚어보면 나는 원래부터 이걸 좋아했는데? 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것을 사랑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점점 낯설어지는 세상에서 처음 아이돌과 케이팝이라는 취미와 사랑에 빠진 계기를 한번 따라가보고 싶어졌다. 



사랑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말을 믿는가? 나는 믿었다. 

누군가를 사랑함으로 인해 그 감정이 나를 구원해준다는 말을 오랫동안 믿으면서 살아왔다. 뭔가를 사랑하는 것은 내게는 구원과도 같은 행위였다. 처음 시작은 그랬다. 아이돌을 처음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나잇대를 보면 이상하게 이십대 중반인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그 나잇대 사람들이 제일 힘들어서 현실이 녹록치 않은데 이것을 위로받을 곳이 필요해서 아이돌 산업에 매혹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고3때, 취준하면서 바짝 아이돌을 좋아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봤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이라는 것에 사족을 못 쓰던 아이였다. 아름다운 것에 혼을 빼앗기는 사람이었다. 무용가 최승희의 위인전을 닳도록 들여다봤던 기억이 난다. 춤을 추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는 모양이 아름다워 짧은 위인전에 담긴 그의 사진을 보고 또 봤다. 


내가 봤던 최승희의 사진은 한국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머리가 조금 더 커질 즈음에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하는 사람을 봤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무대에서 뭐라고 꼬집어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꼈다. 무대 위에서만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세계를 보며 내가 그토록 찾던 예술은 이런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이 더없이 흥미로웠다. 나는 음악을 좋아했고, 음악이 만들어주는 세계가 나의 안식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안식처를 만들고 그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행위는 내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많은 노래와 무대 중에서 왜 케이팝 아이돌이었냐고 묻는다면 일단 나는 일반적인 사랑과 이별 노래에는 관심이 없고, 느리고 잔잔한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색다른 컨셉을 하고 나오는 사람들의 외관과도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팝스타는 격렬한 춤을 추지 않았고, 외국 노래는 내가 이해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데 언어라는 벽이 있었다. 



내가 가장 처음 좋아했던 아이돌은 아주 특이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는 것들을 시도하다가 욕을 먹기도 했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세계가 좋았다. 왜냐면 나 또한 정상성을 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주는 것에 쾌감을 느꼈던 것도 같다. 아이돌의 뮤직비디오가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따지고 보면 단 하나의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다. 원체 예술이라는 것을 사랑하던 아이였고, 춤과 노래를 좋아했으며, 무대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를 사랑했기 때문에 아이돌을 사랑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은 마냥 아름다운 것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대위에서 빛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누군가 재즈를 좋아하고 피아노를 좋아하고 전시회를 좋아하고 피규어를 좋아하고 그러는 것처럼 나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취미를 얻게 되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보니 다른 취미보다 사람에 의해 영향받는 일이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아이돌을 사랑하는 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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