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이 나란히 누워 '어서 저를 선택해 주세요' 하며 오디션 중인 평대 앞에 섰을 때, 손을 내밀어 일단 일으키게 하는 건 역시, 제목이다.
저마다 수없이 많은 내부 경선을 거쳐 결국 본선 출마를 한 각 출판사당들의 후보들이 지금 내 눈앞에 쫘악 누워 있는 제목1 제목2 제목3.... 제목 99, 제목 100일 텐데, 어떤 제목이 결국 당선되는가는 그때그때 다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론은 '컨디션론'이다. 평대 앞에 섰을 때의 나라는 사람의 컨디션이 어떤 제목을 선택하는가를 가장 많이 좌우한다.
그런 점에서, 이 날 이 시간 이 서점 이 평대 앞에 섰을 때의 나는, 일을 막 하고 책 좀 둘러볼까 했는데 최근에 한 후배에게 일을 제대로 맡기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참이었다. 그때 눈에 번쩍 들어온 제목이다. 물론 그때뿐은 아니고 평소 일을 하며 스스로 느끼던 사안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이 무척 잘 보였다.
개그맨 고명환이 쓴 책의 제목처럼, 어지간한 사안들에 대한 실마리는 책에 다 있다. 뒤지고 뒤지면 웬만한 이슈는 책이 있다. 필요로 하는 책을 도저히 찾지 못하면, 그때는 자기가 책을 써야 할 때이다.
나는 참 일을 잘 맡기지 못하는 사람이야... 하는데 이 책이 나타났다. 내가 못하는 게 또 뭐가 있으려나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