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류가 됐든 제목이 딱히 어떠해야 하는지 나로서는 말하기 어렵다. 다만 제목에서 호기심을 끌 수 있어야 할테고 본문에서 다루는 내용과 연관성은 있어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정도다. 그런데 요즘 일반 개인들의 글이든 나름 '언론'이라고 분류될만한 매체에 올라온 글에서든 오로지 호기심 하나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추세인듯 보인다. 내가 영 짐작하기 어려웠던 '어그로를 끄'는데에만 역점을 두는 현상은 차치하고 요즘 부쩍 나를 몹시 언짢고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이것'.
소싯적 길지 않은 시간동안 방송작가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 프로듀서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푸로그램 제목 만들 때 제발 아무데나 붙이는 'ooo, 이대로 좋은가' 좀 하지말자고. 어디에다 갖다써도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결국 아무 뜻도 없는 거라고.
예를들어 제목을 한번 만들어 볼까.
혐오 표출하는 사회, 이대로 좋은가.
끊이지 않는 어린이 안전사고, 이대로 좋은가.
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이대로 좋은가.
군대내 가혹훈련, 이대로 좋은가.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마치 심각한 사안을 놓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되니까 사안을 다루는 것인데 이대로 좋은가라니. 당연히 이대로 안좋지. 그런데 한때 이런 제목은 방송이나 신문기사의 제목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보면, 지금은 확실히 '이것' 천하가 되었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것은 뭐냐면, 일단 '이것'이 들어가면 뻔하다 싶게 얕잡아 보면서도 궁금하긴 하다는 것.
(연예인 누구), 아침마다 '이것' 먹고 살 뺐다.
1년만에 50kg 감량 성공한 미 30대 여성 '이것' 덕분에 가능했다.
동안 미모 자랑하는 50대 (연예인 누구), 몸매 위해 '이것' 절대 안먹는다.
"운동하는 사람은 다르네"... 회사에서도 '이것' 높아
확실히 '이것'이 대세다. 그런데 호기심을 끌어 알고싶도록 하기 위해 핵심을 '이것'에 감춰두는 트릭에서 시작되어 제목세계를 평정하고 나니 간혹 함량미달의 '이것'도 눈에 띈다. '이것'을 굳이 제목에 넣기 위해 어거지로 붙인 것 말이다. '이것'을 위한 '이것'이랄까.
40대 여성도 '이것' 만나면 임신 성공
이 제목에 따르는 글은 도대체 무엇에 관한 내용일까. 40대 여성이 임신 성공을 위해 만나야 할 것은 '정자' 아닌가. 기사의 내용은 40대 난임여성의 경우였고 배란을 유도할 때 의사의 표현인듯한 '좋은 물결을 만나면 된다'를 인용했는데 안좋은 주기(좋지않은 물결)에는 난자 1~2개만 채취되는데 다음주기는 좋은 주기(좋은 물결)라서 난자 5~6개가 나오기도 한단다. 마치 초등 시험문제처럼 '이것'에 알맞은 낱말을 넣으시오...해서 넣어보니 이렇게 된다. 40대 여성도 '좋은 물결'을 만나면 임신 성공. 이렇게 한들 어떻게 이해가 될까. 이쯤되면 '이것' 남발이라 할만하다.
아 지겹고 싫증난다.
'이것' 남발 풍조, 이대로 좋은가.
'이것'이 가면 또 무엇이 도래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