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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밤비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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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Aug 13. 2021

밤비가 부릅니다. <녹는 중>

밤비가 우리 집에 온 건 작년 8월, 한여름이었다. 푹푹 찌는 한낮 더위에 나는 사무실에서 시원하게 있을 수 있었지만 밤비는 사람 없는 집에 혼자 있어야 했다. 나보다 털도 많은데 얼마나 더울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환기는 해야 하는 집이라 창문을 꼭 열고 나가야 했고, 선풍기를 돌려놓고 가기엔 혹시 모를 사고가 날까 봐 조금 겁이 났다. ‘그래도 잘 있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뜨거운 여름을 며칠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상청에서 불볕더위, 역대 최고 기온 등등 핫한 여름을 경고할 쯤이었다. 무심코 밤비가 집에 잘 있나, 들어가 본 홈캠에서 아래와 같이 웃픈 모습을 보고 말았다. 


사르륵~ 사르륵~ 녹아내리는 중

밤비는 방석에서 점점 맨바닥으로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한겨울에 나온 다비치 노래 녹는 중이 떠오르는 이 모습! 아무래도 더워서인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밤비 더위 극복 대책위원회를 열어 이 더위를 어쩌면 좋을까 고민했고, 에어컨 예약 기능을 이용하기로 했다. 창문 열어두는 것 때문에 고민했지만 한여름에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에어컨의 시원함이 잠시라도 더위를 잊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12시부터 3시까지만 에어컨이 가동되도록 설정해두고 출근했다. 


첫 설정을 해둔 이후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나, 걱정되는 마음으로 시간 맞춰 홈캠을 들어가 보았다. 에어컨은 무사히 작동되었고, 차가운 바닥을 찾아 녹아내리던 밤비도 지난번에 비해 비교적 쾌적한 수면을 취하는 듯했다. 그래도 원룸의 에어컨은 전기세가 많이 안 나오기 때문에 전기세 걱정은 없었다. 


그저 한여름의 더위가 빨리 가시길 바라면서 우리는 그렇게 20년의 여름을 무사히 보냈다. 


개팔자가 상팔자
틀린 그림 찾기(?) 밤비의 다리 4개를 찾아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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