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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밤비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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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Apr 05. 2022

개도 피곤하면 눈이 붓는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개친화적인 삶(?)을 살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 집에는 워리라는 퍼그가 있었고,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사촌 오빠가 길에서 주워온 나리라는 요크셔테리어를 키웠었다. 이건 다 개를 좋아하는 엄마 때문이었다. 


몇 십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엄마는 총 7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 새끼를 낳기도 하고, 어디 보낼 곳도 없어 한두 마리씩 책임지다 보니 7마리가 되어 주택이 아닌 곳에서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집에 밤비가 방문했다. 


그동안 밤비와 산책을 하며 느낀 바로는 밤비는 개 친구들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2마리의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5마리의 웰시코기가 있는 집에 밤비의 방문이 어떨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잘 섞이지 못하면 어쩌나, 싸움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웬걸.


언니 오빠들을 찍어누를 셈인지, 격렬하게 짖으며 그들을 상대했다. 그것도 혼자. 정작 무리 생활이 익숙한 언니 오빠들은 냄새를 맡아 호구조사 한 번 하고는 관심이 없었는데, 밤비만 혼자서 폭풍 경계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나만 등장하면 나를 지켜주겠다는 건지, 내가 자기 거라는 건지 다 비키라는 듯 다른 아이들을 향해 맹렬히 짖어댔다. 싸움이라도 날까 걱정했지만, 애라고 봐주는 건지 7마리 아이들은 그런 밤비를 시큰둥하게 무시해 주었다. 


좁은 우리 집에서 나름 한 덩치 하던 밤비가 다소 하찮아 보이는 순간




그렇게 1박 2일을 밖에서 언니 오빠들과 복작복작하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괜히 여기저기 치여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을까, 싶어 쉴 틈 없이 산책을 나섰다. 그런데.. 그냥 쉴 걸 그랬다. 


“어머, 너 눈이 왜 그래?!!”


퉁퉁 부은 밤비의 눈을 보고 처음엔 깜짝 놀랐다가, 이내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ㅋㅋㅋㅋ밤비야..ㅋㅋㅋㅋ너ㅋㅋㅋ눈이ㅋㅋㅋㅋㅋㅋㅋ”


햇빛에 눈까지 부신지, 어쩔 줄 모르는 두 눈이 너무 웃겼다. 1박 2일 동안 피곤에 찌들었던 거다. 그럴 만도 하지. 난데없는 야외취침에, 낯선 언니 오빠들과의 동침이었으니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이다. 쉬지 못하고 걷게 한 게 미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바닥에서 혼자 끅끅대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사진을 싹 돌렸다. 


여러분, 개도 피곤하면 눈이 붓는다고!!






+ 너무 오랜만에 다시 찾은 브런치ㅠ.ㅠ,, 

혹시나 밤비일상을 기다렸을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일상을 기록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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