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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밤비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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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May 06. 2022

귀가 거부견(?)

(앞서 글 쓴 적이 있지만) 밤비는 산책을 무서워했었다. 내 앞을 가로지르고 나를 막아섰던 그 아이가 이제는 목줄만 들어도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개들에겐 산책이 만병통치약이라던데 괜한 말이 아닌 듯했다. 


퇴근하고 매일 꼬박꼬박 산책하러 나가서 동네 한 바퀴를 가볍게 돌곤 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장소에서 쉬를 하고, 응가하는 모습을 보았고 이를 반복하며 어느 정도 밤비의 루틴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의 모습을 발견했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에 돌아오는데 갑자기 목줄이 팽팽해졌다. ‘잉? 뭐지’ 싶어 돌아보면 밤비가 네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고 섰다. 


“왜 그래? 밤비, 이리 와.”


다시 한번 줄을 당겨봤는데 꿈쩍을 안 한다. 바로 몇 발짝만 더 가면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그 앞을 못 나가게 하는 것이다.


혹시 무언가 무서워서 그런가? 의심하며 밤비를 안으러 가는데 요놈이 그 길로 돌아서 왔던 방향으로 다시 걸어가는 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당연하게!


그랬다. 밤비는 산책을 끝내기가 싫었던 거다. 이대로 집으로 가기 아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몸.  한 시라도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쉬고 싶었다. 결국 나는 밤비의 뜻을 들어주지 못하고 집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우리는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해야만 했다.


“언니 힘들어. 집으로 가자. 엉?”


그런데 웬걸? 5kg 남짓한 체구에서 이런 힘이 나온다니! 

제 몸의 10배쯤 되는 나와 줄다리기가 겨뤄지는 거다. 제법 힘이 센 밤비와 찐으로 겨루어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나랑 지금 해보자는 건가… 황당하다가도, 제 딴에 절대 들어가기 싫다고 버티는 그 모습이 귀여웠다. 


나 안 가!


결국 나는 밤비에게 져주고, 동네까진 아니고 집 마당을 한 바퀴 돌고 집에 들어와야 했다. 


그 뒤로 밤비는 몇 번이고 귀가를 거부했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더 이상 봐주지 않았다. 


밖에서 더 놀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평일은 조금 봐주라!


언니 먼저 집에 가~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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