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는 기생충이 사라질 때까지 산책하러 나가지 못해 일주일 동안 방콕 신세였다. 가뜩이나 낮 동안 혼자라 심심했을 텐데, 저녁에 내가 온다 한들 산책을 못 나가서 여러모로 지루해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것도 좁은 집에선 한계가 있었다. 나름대로 터그놀이와 공을 던져주며 놀았는데 문제는 내가 지겨워진 것이다.
반복적인 놀이에 지루해진 나는 그냥 기본 훈련이나 시키기로 했다. 집에 온 지 일주일 채 되지 않은, 아직 아기나 다름없는 어린 밤비를 붙들고 교육에 나선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조기 교육도 나쁠 건 없겠지 하면서 말이다.
견주들이 가장 먼저 가르치는 교육은 바로 ‘앉아’ 교육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앉아를 먼저 시작했는데, 나름 쉬운 교육이었다. 간식을 쥐고 강아지 머리 위로 들면 그 간식을 올려다보면서 자연스레 엉덩이를 내리고 앉게 된다는 유튜브 훈련 영상을 참고하여 열심히 따라 했다.
초반에 밤비는 조금 어리둥절한 듯 내 손만 바라보았다. 간식을 쥔 손을 올리면 고개를 들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 우연히 앉기라도 하면 폭풍 칭찬과 함께 간식을 주었다. 두 세 번 반복을 했을까. 자기가 앉을 때마다 간식이 나오는 걸 파악하자 밤비는 눈빛이 달라졌다.
매섭게 나와 간식을 쳐다보다, “앉아.”라고 외치면 엉덩이를 싹 내리고 앉았다. 나중에는 앉으라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엉덩이를 내리기도 했다. 30분도 채 안 돼서 밤비가 ‘앉아’를 터득한 것이다.
“오~ 똑똑한데~”
앉아를 하자마자 나는 ‘손’을 가르쳐보기로 했다. 손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교육 영상을 찾아볼 새도 없이 다짜고짜 “손!”하고 말하며 밤비 발 앞에 내 손을 펼쳐 보였다. 밤비는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거나, 내 손을 핥으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아니~ 그게 아니고~이렇게 하라고~” 징징대며 밤비의 발을 잡아다 악수를 했다. 그리고 다시 “손!”, “아니~다시~손!”을 열심히 반복하며 외쳤다.
그럴 때마다 밤비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그 눈동자가 마치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 보도록 하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굉장한 집중력을 보여주기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반복 교육은 결국 성공하게 되어있다. 밤비는 ‘손’도 터득하여 내게 손을 주었다.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다. 금방 내 말을 알아듣고 벌써 2개나 교육이 된 것 아닌가! 나는 신이 나서 아무거나 또 가르쳐보기로 했다. 엎드려, 기다려 등이 있었지만 이왕 손을 준 김에 ‘하이파이브’를 시켜보기로 했다.
이번엔 밤비 어깨높이에 손을 보여주며 “하이파이브!”하고 외쳤다. 밤비는 다시 멀뚱모드로 돌아가 나를 쳐다봤다. 머리 위로 물음표가 잔뜩 떠 있는 표정이 참 귀여웠다. ‘그래도 넌 할 수 있어!’ 라는 믿음으로 나는 무작정 밤비에게 하이파이브를 외쳐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와 손을 번갈아 보던 밤비가 내 손에 자기 발을 턱! 올리는 것이다. 다만 한 발이었으면 좋겠지만 두 발을 올렸다. 그래도 ‘아, 이건 됐다!’ 싶었다. 다시 또 “아니~그거 말고~”를 외치며 한 발만 올리기에도 성공했다.
밤비는 이날 앉아, 손, 하이파이브를 한 번에 익혔다. 정말 놀랍고 대단했다. 나는 우리 집에 영재가 왔다며, 내 새끼라서가 아니라 찐으로 천재인 것 같다며 주변에 팔불출처럼 자랑하기 바빴다.
새카만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것이 뭔가 똘똘해 보이더라니…! 우리 집에 천재가 왔나 보다!
다만, 밤비의 총명함이 불러일으킨 부작용이 하나 있다. 그 뒤로도 밤비는 나의 뜨거운 교육열에 시달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