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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밤비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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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Jul 15. 2021

내 새끼가 천재였다니...! (입틀막)

밤비는 기생충이 사라질 때까지 산책하러 나가지 못해 일주일 동안 방콕 신세였다. 가뜩이나 낮 동안 혼자라 심심했을 텐데, 저녁에 내가 온다 한들 산책을 못 나가서 여러모로 지루해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것도 좁은 집에선 한계가 있었다. 나름대로 터그놀이와 공을 던져주며 놀았는데 문제는 내가 지겨워진 것이다.


반복적인 놀이에 지루해진 나는 그냥 기본 훈련이나 시키기로 했다. 집에 온 지 일주일 채 되지 않은, 아직 아기나 다름없는 어린 밤비를 붙들고 교육에 나선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조기 교육도 나쁠 건 없겠지 하면서 말이다.


견주들이 가장 먼저 가르치는 교육은 바로 ‘앉아’ 교육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앉아를 먼저 시작했는데, 나름 쉬운 교육이었다. 간식을 쥐고 강아지 머리 위로 들면 그 간식을 올려다보면서 자연스레 엉덩이를 내리고 앉게 된다는 유튜브 훈련 영상을 참고하여 열심히 따라 했다.


초반에 밤비는 조금 어리둥절한   손만 바라보았다. 간식을  손을 올리면 개를 들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 우연히 앉기라도 하면 폭풍 칭찬과 함께 간식을 주었다.    반복을 했을까. 자기가 앉을 때마다 간식이 나오는  파악하자 밤비는 눈빛이 달라졌다.


매섭게 나와 간식을 쳐다보다, “앉아.”라고 외치면 엉덩이를 싹 내리고 앉았다. 나중에는 앉으라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엉덩이를 내리기도 했다. 30분도 채 안 돼서 밤비가 ‘앉아’를 터득한 것이다.


“오~ 똑똑한데~”


앉아를 하자마자 나는 ‘손’을 가르쳐보기로 했다. 손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교육 영상을 찾아볼 새도 없이 다짜고짜 “손!”하고 말하며 밤비 발 앞에 내 손을 펼쳐 보였다. 밤비는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거나, 내 손을 핥으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아니~ 그게 아니고~이렇게 하라고~” 징징대며 밤비의 발을 잡아다 악수를 했다. 그리고 다시 “손!”, “아니~다시~손!”을 열심히 반복하며 외쳤다.


그럴 때마다 밤비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그 눈동자가 마치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 보도록 하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굉장한 집중력을 보여주기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반복 교육은 결국 성공하게 되어있다. 밤비는 ‘손’도 터득하여 내게 손을 주었다.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다. 금방 내 말을 알아듣고 벌써 2개나 교육이 된 것 아닌가! 나는 신이 나서 아무거나 또 가르쳐보기로 했다. 엎드려, 기다려 등이 있었지만 이왕 손을 준 김에 ‘하이파이브’를 시켜보기로 했다.


이번엔 밤비 어깨높이에 손을 보여주며 “하이파이브!”하고 외쳤다. 밤비는 다시 멀뚱모드로 돌아가 나를 쳐다봤다. 머리 위로 물음표가 잔뜩 떠 있는 표정이 참 귀여웠다. ‘그래도 넌 할 수 있어!’ 라는 믿음으로 나는 무작정 밤비에게 하이파이브를 외쳐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와 손을 번갈아 보던 밤비가 내 손에 자기 발을 턱! 올리는 것이다. 다만 한 발이었으면 좋겠지만 두 발을 올렸다. 그래도 ‘아, 이건 됐다!’ 싶었다. 다시 또 “아니~그거 말고~”를 외치며 한 발만 올리기에도 성공했다.


밤비는 이날 앉아, 손, 하이파이브를 한 번에 익혔다. 정말 놀랍고 대단했다. 나는 우리 집에 영재가 왔다며, 내 새끼라서가 아니라 찐으로 천재인 것 같다며 주변에 팔불출처럼 자랑하기 바빴다.


새카만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것이 뭔가 똘똘해 보이더라니…! 우리 집에 천재가 왔나 보다!


다만, 밤비의 총명함이 불러일으킨 부작용이 하나 있다. 그 뒤로도 밤비는 나의 뜨거운 교육열에 시달렸다는 것!


두 발로 하이파이브 하는 밤비
한 발 하이파이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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