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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oung Jun 24. 2024

둘째 아이의 학교로부터 호출되다

우리 아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둘째 아이는 한국에서 2학년이 된 지 한 달 만에 뉴질랜드에 왔다. 주소지가 있어야 학교에서 받아주는데, 처음에는 살 집을 구하지 못해 주소지가 없어 등록을 할 수 없었고, 집을 구해 주소지 증명서류를 들고 학교를 찾아갔을 때는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방학이니 방학이 끝나고부터 등교를 하라고 했다. 그렇게 아이는 뉴질랜드에 와서 다시 4주간 방학 아닌 방학을 보내고 학교에 가게 되었다. 


둘째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가 담임선생님께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물었다. 담임선생님은 잘 지내고 있는데, 너무 피곤해 보여 걱정이라고 했다. 아침부터 하품을 많이 하고 책상에 엎드려 있기도 한다고. 나는 죄송하다고 하고 아이가 한국에서 늦게 자던 습관이 계속되어 늦게 자고 학교에 걸어서 등하교를 하는 것도 피곤해서 일거라고 했다. 아이는 한국에서 11시-12시쯤 잤고, 학교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어서 5분이면 걸어서 교실까지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여기서는 10시쯤 자고 학교는 어른걸음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걸어서 등하교를 한다. 선생님은 여기 아이들은 7시 30분, 늦어도 8시면 잔다고 했다. 여기 아이들이 일찍 자는 줄을 알았지만 그렇게 일찍 자는 줄은 몰랐다. 나는 더 일찍 재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1-2주가 지나 담임선생님한테 이메일이 왔다. 여전히 같은 문제인데, ESOL(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반 선생님도 무척 걱정을 한다고,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ESOL은 영어가 잘 안 되는 외국 학생들을 위한 반으로 정규 수업시간에 그 학생들만 따로 모아 쉬운 수준부터 영어를 가르쳐 주는 수업이다. 그렇게 나는 학교로 호출되었다. 아침 시간에 ESOL 교실에서 담임선생님, ESOL 선생님, 그리고 교장선생님까지 세분의 선생님과 엄마인 나 이렇게 넷이서 우리 아이에 대한 미팅이 열렸다. 사실 나는 교장선생님까지 올 줄은 몰랐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우리 아이가 가정에서는 어떤지,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아이가 하품을 하고 집중을 하지 못하는 건 솔직히 영어를 못 알아듣기 때문일 것이다. 유치원 다닐 때 유치원에서 영어 맛보기로 조금 배운 것이 전부인지라 쉬운 영어 단어 몇 개만 아는 아이가 갑자기 영어수업을 듣고 있으려니 하나도 못 알아듣고 지겹기만 했을 것이다. 아이는 학교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하루를 보내고 온다.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내가 쫑알이라고 부를 정도로 말이 많고, 친구들에게도 오지랖이 넓은 아이였는데, 여기서는 말이 안 통해 친구하나 없이 하루종일 한마디도 못하고 집에 오는 것이다. 선생님들 앞에서 이런저런 상황을 말씀드리고, 일찍 재우겠다. 쉬운 영어책을 날마다 같이 읽겠다 등의 다짐을 하고 돌아왔다.


아이들은 금방 영어를 배운다는데, 우리 아이도 곧 나아질 수 있을까? 곧 친구도 사귀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뉴질랜드에 온 것은 나의 욕심이었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다만 한 가지, 우리 아이를 위해 교장선생님까지 포함한 그런 미팅 자리가 마련된 것은 이 나라 교육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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