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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갱 Aug 09. 2023

어느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

길에서, 직장에서, 가장 안전한 집에서도 나는 안전하지 못했다.

우울증에 이어 대표 ‘연예인병’으로 취급되어지는 공황장애. 사실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환자도 많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연예인처럼 배려받을 수 있는 직장이 아닌 다음에서야 ‘정신병자’로 낙인찍혀 ‘쉬어야 하는것 아니야?’ 하는 식으로 에둘러 권고사직을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 그만두라는게 아니라 당분간 쉬라는 거라고? 그 당분간 이후에 회사와 연락이 닿지 않는 다는 것에 치즈케이크를 한 조각 걸 수 있다. 그리고 뒤에서는 그러겠지. 지가 연예인이야 뭐야.


나 역시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한동안 휴학을 했었다. 그동안 뒷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답게 내가 임신을 했다느니, 결혼을 했다느니, 유학을 갔다느니(우습게도 나는 학교 정문 바로 앞에서 계속 살고 있었고, 교수님의 배려로 연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별의 별 소문이 다 돌고 있었다. 그 때 느낀 인간에 대한 환멸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없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공황장애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그나마 가까운 사람에게 상황을 얘기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그런건 연예인들이 걸리는 거 아니야?‘ 라는 반응이었다.


그 다음 직장에서는 대표가 어느날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아주 진지하게 자기가 공황장애가 있어서 자주 못나오는 거다, 하고 나에게 털어놓았다. 나는 그 마음을 백번 천번 이해하기에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해주었다. 그러자 대표는 이런 이야기는 보통 공감을 잘 못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이해를 하냐고 물었다. 나는 나도 오랜시간 공황장애가 있었고, 아예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가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는 점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공황장애자가 일하기엔 어려울텐데… 좀 쉬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덧붙이지만, 배려의 뉘앙스가 아니었다.


그렇다. 나는, 그리고 공황장애를 앓는 우리 모두는 사회에서는 장애인으로 보고 장애자가 맞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길에서, 가장 안전한 집에서조차 불쑥불쑥 찾아오는 죽을 것 같은 공황에, 죽지 않는 다는 것을 저주하면서 차라리 빨리 정신을 잃길 기도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그 시작은 아마 다들 내가 왜 이러지, 어어, 하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앞이 보이지 않고, 머리속이 조각조각 부서져버리고, 헛것이 들리기도 하고, 현실감각이 한없이 떨어지고, 이러다가 죽을것같은 두려움에 깔려 뭉개져버리는 걸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황장애의 가장 거지같은 점은 죽을 것 같은 공포 속에서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라리 죽는다면, 작은 해방구라도 보일텐데 공황장애의 가장 거지같은 면은 그 해방구 조차 허락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짓뭉갠다.



공황장애의 이유는 다양하다. PTSD부터 반복되는 과도한 스트레스 등등등 뭐 정신병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모든 것이 공황장애의 원인이지만 누구는 공황장애에 걸리고 누구는 그저 우울증으로 그치는 원인이 무엇인지 나도 궁금하다. 왜 특정인에게는 조금 더 가혹하게 정신병이 발병하는지. 우울증 발병 유전자가 대물림 되는 것처럼 정신병에 취약한 유전자 자체도 대물림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기엔 우리집안에서 나만 이렇게 살고 있지만, 발병 인자를 가지도 있다고 해서 모두 발병하는 건 아니니까. 환경이나 성격 등 다른 특수조건까지 완성하였을때


따란! 당신의 유전자가 부스팅하여 당신은 2콤보 정신병에 당첨되셨습니다!


이런건 아닐까.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공황이 내게 찾아온 것이 아닐까.


이제는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울증도, 공황장애도. 받아들이면 내가 조금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불청객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어차피 생에 함께할 거, 조금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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