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로 인해 엄마도 크고 있는 것 같아

초4남자아이의 변화가 알려준 깨달음

https://brunch.co.kr/@anshion/195

비인지능력의 힘

이건 이전 1탄 글이다.

아이는 엄마가 중심축을 잡고 오랜 시간 기다려주면 몸도 마음도 자란다는 것을 요즘 깨달아가 가는 중이다.

다만 자석처럼 그 중심축에 끌려오기까지의 속도가 아이마다 다르기에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중심축은 1탄에서 얘기한 생활습관축이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기본 중에 기본 생활습관의 중심축 같은 거다.

사실 첫 번째 감탄의 감동이 다 가시지 않아 또 쓸까 말까 했지만, 내 마음이 요동치고 꿈틀거리면 이렇게도 글로써 남겨두고 싶다.

영어숙제를 또 못하고 일부 남기고 학교를 갔다.

낮에 숙제를 하지 않는 그 습관은 없어지지 않는다.

'숙제는 전날 해둬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릴 듯하다.

오늘은 6교시라 집에 들를 시간 없이 학원을 가야 하기에 결국 숙제는 못하고 학원을 가겠거니 생각했다.

이전에는 이런 상황이면 마치 내 숙제를 못한 것 같은 것 마냥 그렇게도 아이를 닦달했는데, '숙제를 하고 안 하고 선택하는 것도 아이 본인, 결과에 책임지는 것도 아이 본인'이라는 것을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는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었다.

내 마음도 여유롭고~아이는 상대적으로 엄마가 안 하니 스스로 뭔가 챙기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즉, '나의 생각프레임으로 부터 내가 자유로워지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숙제 안 하고 아이를 그냥 보내면 '영어선생님이 엄마인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이 엄마는 영어학원을  왜 보내는 거야?'  영어선생님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예측에서 비롯된 나의 생각 프레임일 뿐이었고, 그 안에서 아이를 닦달하는 행동이 나오는 거였다.

"어머님~"하고 학원에서 전화가 오면 그때 대처해도 늦지 않다.

저희가 숙제를 다하고 집에 가도록 할까요?라고 해주시기도 하고 함께 고민을 나누면 좀 더 현명하게 아이에게 태도를 가르킬 수 있는 점들이 생겨서 좋았다.

사실 초저학년 때는 적극 개입이 맞는 것 같다.

아이마다 다르지만 우리집 첫째는 하나부터 열 가지 손이갔다..뭐 하나 빠트리고 학교를 가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아이였기에  머리로는 더 이해도 안 가고 저러다 언제쯤... 이런 생각으로 더 해준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이순간 아이가 하나식 변하는 모습에 자꾸 감탄이 나오나보다.

학교 마치고 "영어학원 가는 길이예요~"라며 전화가 왔다.

기대 없이 "응~ 숙제는 좀 했어?" 자신 있게 "네! 다했어요"

귀를 의심하며 "응? 다했다고?" "네" 오늘 시간이 있었어?

"점심 빨리 먹고요~ 애들이 놀자고 하는데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고 숙제하고  놀았어요"

와...

놀고 싶은 마음을 참고 숙제를 끝내고 놀은 것!

점심시간에는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너무 칭찬해주고 싶었다.

이제는 책임감이라는 것도 알았나보구나.

그렇게 너는 오늘도 잘 크고 있구나.

부모라는 역할이 쉽다면 쉽고,

어렵다 생각하면 너~무 어렵고 힘든 여정이다.

나처럼 예민이에게는 육아가 고난이도 일 때가 많다.

내 마음이 파도가 되면 아이들은 엄마의 파도 속에서 더 허우적대고 두배로 힘들고 혼란스러워한다.

마음이 평온해지기 위해 문제의 해결책을 알고 싶어서

육아책을 펼쳐 들었고,

내 마음을 나도 몰라서

정리의 도구로 감정일기를 쓰게 되었고,

그렇게 자꾸 엄마로서의 중심을 잡아가는 여정이...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나'라는 존재를 더 성장시켜 준 것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책은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었고,

감정일기라는 것을 쓰다 보니 내 마음을 더 잘 돌볼 수 있게 되었고 지금도 글이랑 친하게 지내는 중이니 말이다.

결국 엄마를 키워주고 있는 우리 똘망이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