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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Sep 28. 2023

시어머니의 전화

솟구치는 부정적인 감정

감정이 올라왔다.


시어머니의 옛날 모습.

나도 여전하기에 이전 그 행태 그대로재연되었다.

불필요하다 느끼는 요구. 거절 못하고 있는 나.

이 감정은 무엇일까?

이전처럼 시어머니욕하고 끝나버리면 그만일지 몰라도, 그간 시어머니랑 잘 지나보겠다고 적절 거리두고 스스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

그 생각이 틀렸다는 점.

가 시어머니를 대하는 게 편해졌다고 느꼈는데 할 말을 못 하는 걸 보니 전하구나에 또 속상.

시어머니도 그냥 여자사람이라 여기며 그분을 인정하고 있다 느꼈는데 여전 어떤 포인트에 화나고 성질이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속상.


그냥 상대가 싫어할 것 같으면 말을 하지 못하는 게 나이고 여전히 돌려 말하는 게 그분이고. 돌려 말하는 걸 못 알아듣는 척하려고 하니 맘이 불편한 게 또 나이고.


동시에 이 모든 것들이 올라오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3일 후면 열식구가 여행이 계획되어 다.

이전 사건사고 이후 나름 서로 적절한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있어 불편하지 않게 처음으로 열식구가 제주를 다녀왔다.

또다시 서울여행 얘기를 꺼내시길래...

이전으로 돌아가는 거 아겠지 리 걱정은 넣어두고 예스라고 외쳤다.

문제는 추석 연휴 6일 중 이틀은 친정 다녀온 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이후 4일은 시댁과 함께 여행 가면 되겠다 생각했다. 연휴 내내 오롯이 시댁과 함께인 건 개인이 쉴 시간이 없고 친정도 다녀와야 한다는 얘기를 사건사고 때 전달했기에 아버님은 신경 안 쓰고 계셨는데, 이번에는 어머님이 연락이 오고 있었다.

아들에게 한 번, 아들이 이미 거절한 상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나에게 또 한 번 처음인척 연락 왔다. 남편에게 전화하니 내가 안 간다고 했으니, 신경 쓰지 마라고 한다. "어머니 통화하셨다면서요?"말씀드리니 "응, 28일은 안 된 대서 29일 아침에 올 거냐고 물어본 거야"

"가야... 해요?... 여행 전에 애들 숙제미리 좀 챙겨놓고 여행 짐 싸면 분주할 것 같은데... 요.."

대답이 없다. "그래... 뭐... 알아서 해라"

알아서 하라는 내용과 목소리는 매칭이 안되고 있다.


과거 케케묵은 기억들이 하나씩 올라오면서, 모든 연휴 늘 열가족이 함께 해야 했던, 친정 반나절 다녀오고 오빠네 식구는 못 보고 지나쳐야 했고 결혼하면 만사 제치고 시댁일이 일등인걸 당연하게 여기...

대놓고 친정은 늦게 가라고 얘기했던 일이... 떠오르...


가슴이 두근거리 답함이 차올라 진정이 필요했다.


최근 사실 그냥, 각자가 잘 살게 내버려 두는 게 부모라고 느낀 거는 일거수일투족 다 알고 싶어 하시는데, 그래서 때로는 연락을 드리며 공유를 하지만...


가까이하기에는 먼 당신...


일하는 며느리일 때는 슈퍼우먼을 요구하시더니,

노는(회사를 관두고 있는) 며느리에게는 이것저것 부탁이 잦. 그러려니 했다. 가까이 사니까 그럴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는 일이 되어버리니 때로는 귀찮기도 하다. 다행인 건 동서랑 나랑 둘이라 반반 나뉘어 할 수 있다.


그런데 너무  나는 건 목소리 말투.

과거 회사 다닐 때에는 일하는데 바쁜데 도와줄 수 있니? 에서 노는 며느리(엄마들은 놀아도 노는 게 아니다) 되고 보니 내일 시간 있니?로 연락 온다.

슬슬 거슬리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런 전화자체가 갑지는 않다. 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시어머님의 언행이.


여자가 자기 일안 하고 놀면(집안일이 이렇게 많고 애들손이 이래 많이 가는데) 남편에게 천대받는다며(본인 이야기 같았다) 일을 하라고 했는데, 분명 나를 위하는 진심 조언 같았는데.. 


바깥일도 하고 애는 알아서 잘 키우고 며느리로서의 본분도 할 건 다 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 과거의 나의 힘듦이 떠오르니 스스로도 바빴지만 회사 그만두고는 진짜 몇 배로 바쁜 척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가 가족 간 거리 두기를 도와주더니

코로나가 풀리니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상풍경은 감사한대 적절한 거리 두기가 여전히 필요한 여운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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