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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e May 19. 2020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여행 에세이 출판 계약

이 시국에 여행 에세이라니

나는 2월 초 귀국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어마어마하게 발생 중이었고, 한국에서는 확진자가 스무 명 정도가 있었던 시기였다. 당시 내가 거주했던 브라질에서 코로나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남의 일이었다. 사람들은 머나먼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자신들은 상관없다는 듯 다가오는 카니발 축제에만 관심을 쏟았다. 그런 분위기의, 청정지역이었던, 남미에서 온 나는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다. 마침 한국도 코로나가 잠잠해진 듯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나는 귀국하자마자 부지런히 움직여 출판사와 미팅까지 했다. 지인들이 오자마자 피곤할텐데 돌아다니지 말고 코로나를 피해 집에서 쉬라고 했음에도.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에 귀국하길, 그리고 오자마자 빨리 미팅하길 다행이었던 것 같다. 미팅을 하며 구두 계약을 했던 날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출판사와 구두 계약을 마치고 나는 목차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대표님은 목차를 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초안에 관한 본인의 의견을 말씀하신 후 다시 한번 목차를 작성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 역시 한 챕터에 여행지 열 곳에 대한 내용이 있고 하는 등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많았던 터라 적극적으로 수정 작업에 온 신경을 쏟았다. 미팅을 마치고선 집에 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 에세이 종류를 닥치는 대로 집어 목차를 살펴보았다. 여행 에세이, 자기 계발서 할 것 없이 모두 샅샅이 보았다. 공부를 하고 나니 대충 흐름이 보이고, 또 내 원고 흐름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각나 목차를 곧장 수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목차를 정하고 보니 이에 맞춰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자꾸 보인다. 볼수록 아쉬운 점이 생겨 원고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수정과 보완 작업이 계속 되었다.




그러는 동안 이탈리아와 대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나는 불안해졌다.


이 시국에 여행 에세이가 가당키나 할까? 날이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전 세계에서 안전한 곳은 없어 보였다. 일본, 미국 등 각 나라들은 국경을 봉쇄했다. 외출이 금지된 곳도 많았다. 해외여행은커녕 대중교통을 타고 잠시 이동하는 것도 힘든 시기였다. 이제 여행은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다행히도 어느 날 대표님으로부터 계약서 초안을 보냈다며 이메일 확인 부탁바란다는 연락이 왔다. 이윽고 계좌에는 계약금이 들어왔고, 나의 불안을 찬물로 싹 씻겨주듯 출판사의 도장이 찍힌 계약서 실물이 2부 도착했다. 나를 "갑"이라 칭하는 출판 계약서를 보자마자 놀란 것도 잠시, 왠지 감격스러워 잘 이해도 되지 않는 이 생소한 계약서를 읽고 또 읽었다. 서명을 마친 후 계약서 1부를 다시 우편으로 부치며 정식으로 출판 계약이 체결됐다. 사실 구두 계약을 하긴 했지만 정식 계약도 아니었고 상황이 상황인 만큼 불안했었는데, 이로써 내 글이 책으로 출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이 체감되었다. 나 정말 계약했구나. 정신없는 한 달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반가웠던 우편물


이후 사진을 골랐고, 에필로그 등 보충 작업을 했으며, 교정교열 작업이 이루어졌다. 얼마 전, 저자 소개까지 적어서 보냈다. 이제 정말 "내 책" 발매일이 다가온다. 분야가 여행 에세이라 요즘 시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이 책을 보고 사람들이 그간 잘 몰랐던 브라질로 방구석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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