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찾아온 그리움
브라질을 떠나 한국에 온 지 4개월이 되었다. 2월에 급작스럽게 맞이했던 차가웠던 겨울 공기는 어느덧 익숙한 무더운 여름의 것으로 바뀌었다. 햇볕이 정수리에 내리 꽂히는 환경이 조성되자, 그제야 난 몇 개월 전 떠났던 브라질을 그린다. 이상한 일이다. 왜 4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곳이 그토록 그리워지는지. 요즘, 2년간 브라질에서 그랬듯 더운 여름 날씨에 잠에서 깨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마치 내가 브라질의 날씨가 그리워 그곳을 다시 찾아간 것만 같다.
높은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문득 브라질 집 앞 거리에 수북이 떨어져 있던 깨진 망고들이 생각나고, 성한 것들을 주워가겠다고 나무를 치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식당에서 "물은 셀프"라는 글귀를 보고 있노라면 주변에서 서성이다 컵이 비워질 때쯤 찾아와 물을 따라주던 까무잡잡한 피부의 웨이터들이 떠오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기를 먹다 보면 나도 모르게 브라질에서 먹었던 짜디짠 스테이크 맛과 비교를 한다. 노란색과 초록색이 겹쳐있는 것만 보아도 브라질의 국기를 연상한다. 병이다.
2년간 브라질을 얼마나 많이 바라보았는지 그 풍경은 내 눈 속으로 들어와 몸속 어딘가에 박혀있는 듯하다. 직접 보는 것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이 색으로, 이미지로, 맛으로, 향기로 기억된다. 그렇게 브라질이 나와 연결되어있음을 느낀다. 브라질을 애정 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처음 브라질을 가게 되었을 때부터, 그래서 무언가 운명이라고 느꼈을 때부터가 아니었을까.
24개월을 거주한 여행지에 대한 향수는 강렬하다. 지난 사진을 괜히 들추어보고 브라질 음식점을 검색한다. 뉴스에 '브라질'이라는 글씨만 뜨면 절로 클릭을 한다. 좋은 이야기는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난 브라질에서 거주하며, 브라질에서 겪은 기억들을 글로 적었다. 그리고 책이 며칠 내로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백만 번 보았던 글이어서 조금 지겨운 지금에도, 이제는 모든 수정이 끝나 출간이 확정된 이 시점에도, 나는 계속하여 그 글을 읽는다. 그때의 내가 너무도 그립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지었던 맑은 미소가 예쁘다.
+) 책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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