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마케팅 팀장에서 한 기업의 마케팅 팀장으로, 그리고 지금은?
카피라이터가 꿈이었던 내게 기획서와 보고서만이 난무했던 시절, 브런치 라는 플랫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글을 남긴 때는 2020년 6월이었다. 8년간 광고대행사에서 마케팅을 하던 내가 드디어 나의 브랜드를 가지고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좋아한것도 잠시, 1년만에 퇴사를 결심하여 첫 브런치 글을 올리고도 나는 그 회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3년을 더해 4년간 또 다시 마케터로 살았다. 이렇게 따지면 합이 총 12년인가?
대학교에서 광고마케팅을 전공하면서도 "아 나는 마케팅은 진짜 아니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는데, 어쩌다 마케터가 된걸까? 이래서 첫직장이 중요하다고 하는 걸까. 물론 그사이에 '워킹홀리데이' 도 다녀오고 '아기' 도 낳았다. 하지만 '워킹홀리데이' 에서도 일하던 매장의 브랜딩과 마케팅에 소소히 참여하고 '아기'도 회사에서 낳을 뻔한 이 징글징글한 '마케터' 라는 직업은 나에게 도대체 뭘까?
2012년 소셜미디어의 급격한 성장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이 출현하며 본격적인 온라인마케팅 그리고 온라인 시장이 폭풍적으로 진화하고 있었던 그 시기에 나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사원으로 '마케팅' 에 뛰어들었다. 인원이 많지 않은 작은 회사 였지만 지금으로 따지면 '퍼포먼스 마케팅' 과 지역 구석구석의 BTL 을 진행하는 종합광고마케팅 에이전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분노의 신입사원 이었다. 모든것이 화가났다. 전공자도 나 뿐이고 기획서를 쓸 줄 아는 사람은 나와 대표님 뿐이었던 이 작은 회사는 OT는 개뿔 나에게 뭔가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월차도 없고, 연차도 없는건 고사하고 기획서를 써보라고 던져주더니 그 뒤로 기획서는 모두 내차지, 어느날 워드프레스 홈페이지를 만들어보라고 던져주더니, 만들어 내자 그뒤로 워드프레스는 모두 내차지인 식이었다. 스승이라고는 서점에 있는 책들과..네이버..? 대학교를 갓 졸업한 내게 거대한 온라인마케팅 시장 마케터들이 모여 매출을 낸다는 이놈에 회사가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건지 알길이 없었다. 그 철없고 어린 마음에서는 참 이 광경 자체가 미친세상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나에게 맡겨지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아느레날린이 손톱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스물네살의 전공까지 해버린 어린 마케터는 열정만큼 자존심도 과했다. 맡겨진 이 업체가 어떻게는 이바닥 최고가 되어야해, 그게 내가 살길이다 하는 순수하고 어린 미생은 밤을 새워가면서 콘텐츠를 발행하고 반응도를 체크하며 일을 했다. 약속했던 계약 분량을 넘겨가면서라도 그것이 내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 나는 직장에 다니는 신입사원이 아니라 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신입 마케터였다. 내가 해내야 하는 업무 분량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성공적인 마케팅이었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능력부족이다. 게을렀다. 잠이오냐 자신을 다그치는 내부고발자였다. 그리고 그렇게 그곳에서 배웠다. 기획서, 제안서, 보고서, 미팅, 성과들로 하나의 업체를 핸들링 하는 방법들을 말이다. 그리고 나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스스로 본인의 일을 하고 있었던 선배들의 어깨너머로 콘텐츠의 제작과 발행,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반응도 체크, 검색광고를 시작으로 소셜 미디어의 광고 집행, 미디어 생태계 까지 모두 다 배웠다. 그때 그들과 했던 일이 제작과 발행의 과정이었고, 스킬과 반응도 체크 였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으나 무엇인지 모르고 했던 그 일이 바로 마케팅의 기본이자 실전이었다. 이 어린 미생은 오만했고 우물 안에서 혼자 잘났다고 외치는 등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친절하게 강의나 교재를 통해 선생님처럼 나에게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나에게 아무것도 준게 없다고 회사를 욕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마케터로 성장을 닦았던 첫번째 직장에서 나는, 한달에 10개 의 업체를 혼자서 핸들링 할 수 있을 정도의 맷집을 쌓고 다음 직장으로 이직했다. 그리고 여러번의 이직 끝에 한 기업의 마케팅팀 팀장으로 입사사 하였고 그곳에서 꿈에 그리던 ATL 광고 캠페인 집행을 총괄하였다. 여전히 잘 모르겠긴 하다. 그때 내가 너무 어려서 사회에서 주는 배움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월급말곤 아무것도 가져올게 없다고 매일 매일 욕이나 하고 있었던건 아닌지, 아니면 정말 내 열정이 배울것이 크게 없던 그곳에서 지푸라기 잡는 법이라도 배워온 것이었는지.
그렇게 12년간의 직장생활 끝에 2023년 12월, 마케터로서 마지막 직장이라고 결심했던 그 회사에서 지방의 마케터는 한번도 경험하기 어려운 ATL 캠페인을 두번 집행하고 퇴사하였다.
맞다. 결국 나는 퇴사 하였다.
그런데 이상하지. 내 삶은 더 복잡해 진것만 같다.
나는 이 회사가 마지막 직장생활이다 라는 결심을 지켜 호기롭게 퇴사하였고, 심지어 나의 퇴사는 내 스스로에게도 엄청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쉼과 사색의 시간을 가지고자 하였다. 그러나 나는 지금 퇴직 한지 한달만에 2개의 브랜드와 1개의 마케팅 사업자, 총 3개의 사업자를 가지고 또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또 나는 '엄마' 이기도 하다.
지금은 27개월, 소중한 나의 딸
분명 부서진 몸과 너덜너덜해진 정신으로 인해 직장을 내려놓았는데
나의 할 일들은 더..........많아졌다.
사실 이제는 너무 다양해서 무엇이 나 인지, 나는 또 무엇인지,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으로 내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왜 자꾸 더 치열해 지기만 하고 더 편안해 지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 잠을 잘 때에도 뇌가 쉬질 못하는 정신병 일보직전 마케터의 삶에 대해?
- 직장인일때 그렇게 욕을 했던 내가 사업자가 되고 보니 이해가 가는 몇가지 입장 차이에 대해?
- 마케터가 무인매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분명히 보이지만 쉽게 고칠 수는 없는 이런 저런 아이러니에 대해?
- 아니면 일은 해야하고 애기는 울고 아프고 미쳐 날뛰고 울고 웃는 워킹맘 육아생활에 대해?
내 하루는 참 할 이야기가 많고, 소재가 될 사건들이 일상에 넘쳐난다.
나에게 일어나는 이 웃기고도 기가막힌 이야기들을 최대한 많이 다뤄볼 생각이다.
그러나 내가 정말 브런치를 다시 시작해본 이유는 따로있다.
12년 전 첫 직장에서 내가 출근해서 배우고 있던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상황을 받아들이는 고통이 조금 덜했을까? 돌아가거나, 우회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내게 여전히 삶은 빠르고, 버겁고, 치열하다. 그래서 찾아보려고 한다.
왜 내 일상은 잠시도 쉬어갈 틈이 없는지, 나에대해 나의 과거에 대해, 그리고 내가 겪는 것들에 대해, 나에게 처한 다양한 상황과 순간에서 경험하는 의미들을 적어내려가다보면 문제가 무엇인지, 답은 또 무엇인지, 삶은 또 무엇이고, 나는 또 누구인지 가까스로 라도 정의내려지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혹은 이 글을 보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또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순간이 오면 조금은 삶을 대하는 내 마음과 방법이 조금은 편안해 지지 않을까? 조금은 현명하고 더 나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글은 주제가 산만할 수 있고, 때로는 과도한 몰입이 진행될 수 있으며, 육아와 일상의 난이도에 따라 필체가 격해질 수 있다. 그러나 솔직하겠다. 어른인 척 하지 않을 것이고, 답을 찾은 척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자 하는 마음만 남겨두겠다.
2020년에 실패한 나의 브런치, 2024년엔 성공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