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기뻐하기
성인이 되고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난 다음부터는 회사는 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거나 갖고 싶을 때, 나의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아 사용할 수 있었고 가끔은 일 자체에서 느껴지는 만족감도 있었다. 그렇게 나와 회사는 서로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 사이는 동등한 관계가 아닌 한쪽이 한쪽을 쫓아가기만 하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함께 걸어간다고 생각했던 내 과거의 생각과 달리 나는 어느 순간부터 회사에게 나를 돌아봐달라며 쫓아만 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쉽게 나를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그 생각 안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관계가 변했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내 기억 속의 우리의 관계는 늘 그대로였지만 나의 행동은 과거와 달라졌었다.
그걸 눈치채기 시작한 것은 관계 안에서의 새로움에 대한 설렘보다 두려움이 먼저 앞서나감을 알면서부터였다. 눈치채면서 보게 된 나는 과거와 달랐다.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들어차있던 과거의 나와는 너무 달랐다. 나의 지금을 깨닫고 난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앞으로를 기대하는 사람이 아닌 앞으로를 두려워하는 사람으로만 보였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라며 일부러 나를 부여잡았다. 원래 다 이런 거라며 이런 고비를 겪고 이겨내야 한다며 약해지지 말아야 한다며 수도 없이 나를 다독이고 일으켜 세웠다. 두려워하면 그 두려움의 끝이 아무것도 아니라며 설득했고 잘 모르는 부분이라고 회피하면 붙잡고 알 때까지 이해를 시켰다. 힘들어도 나와 함께 있는 가족을 생각해야 한다며 정신 차리라 속으로 되뇌었고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렇게 하나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또 다른 두려움을 맞이하는 일을 반복하며 지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가족의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마음속이 참 복잡했다. 너무 기쁘고 마음이 울렁이는데 그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회사에 대한 걱정. 나는 이 아이를 위해 참 많이 웃어주고 기뻐하고 싶은데 애석하게 내 머리는 한 번에 하나의 생각에만 집중하지 못했다. 나는 기쁨을 맞이해야 하는 순간에도 떠올리지 말아야 할 관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웃고 싶은데 웃을 수 없었다. 표현하고 싶은데 그 표현을 걱정이 막고 있었다. 나는 가족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내 기준이 다 엉망이 되어있음을 느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무엇이 더 인생에서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나는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고 싶다. 그 순간마저 걱정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언제나 나의 우선순위는 가족이었는데 나의 생각이 흔들려서는 안 되었다. 내 삶을 지탱해 주는 건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가족을 향해 진심을 다해 기뻐하고 싶고 행복을 서로 느끼고 싶다.
지금은 그 행복을 위해 한 걸음 내디뎠다. 걱정만 하던 관계를 정리하고 내가 집중하고 싶어 하는 관계에 집중하려 한다.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야 하니까. 그래야 내가 기뻐하고 싶을 때, 기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지금 나의 선택을 믿는다. 왜냐하면 거울 속의 지금 나는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