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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er May 24. 2020

턴테이블, 바이닐 그리고 노스탤지어

경험해보지 못한 나날에  대한  그리움

몇 년 전부터 시작한 레트로 열풍은 하나의 유행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바이브(vibe)로 나아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쳐다도 보지 않았던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힌 티셔츠를 없어서 못 팔고 있으며 드라마 풀 하우스에서 송혜교가 입었던 짧은 볼레로 카디건을 구태여 찾아 입는다. 대기업에서도 조차 옛날 고릿적 디자인으로 너도나도 레트로 마케팅에 동참했고, 일회성 마케팅에서 끝내지 않고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니 이 정도면 하나의 플로우로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


유행은 돌아오는 거야!


암만 돌고 돌아 유행판이라고 하지만 어째서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경험하지도 못한 옛 감성에 이리도 열광하는 것일까. 신기해서? 재미있어서? 어쩌면 이상해서? 심도 있게 최근 대중문화를 낱낱이 분석해보고 싶지만.. 나 자신도 이런 레트로 감성에 푹 빠져 있는 요즘 젊은이들 중 하나로서... 뿐만 아니라 꽤나 흥미롭게 최근 경향에 몸을 싣고 있어... 촌철살인의 평론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이다.


그래서 오늘은 나조차도 경험하지 못한,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듬뿍 묻어나는 레트로 감성의 대표주자 턴테이블과 바이닐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아니 왜 위에서 잔뜩 말한 패션도 아니고, 디자인 패키지도 아니고 갑자기 턴테이블과 바이닐이냐고? 그 이유라고 하면.. 턴테이블과 바이닐 덕분에 누구보다 더 아날로그 라이프에 흠뻑 젖어들게 되었으니까. 모두 청각적 아날로그 라이프에 함께 빠져 보자고.











청각적 아날로그 라이프,

그거 어떻게 시작하는 건데?


당연히 턴테이블부터 사야지. 입문자들을 위한 턴테이블 브랜드로는 오디오테크니카, 데논, 티악 정도로 대략 10만 원대 후반부터 50만 원까지의 가격대이다. 물론 몇 백만 원 하는 디터람스 같은 고가의 턴테이블을 구매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만... 뭐.. 일단 입문자용으로는 위의 세 브랜드를 많이 산다는 걸 알아두면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gzKVFnXENpU


턴테이블 알아볼 때 가장 유용하게 본 영상이다. 디에디트 객원 필자 기즈모님께서 따로 디에디트 사이트에도 글을 기재해주셨지만 요즘은 또 유튜브 영상 세대 아니겠는가. 얇고 넓게 그리고 빠르고 간단하게 괜찮은 턴테이블을 알고 싶다면 위 영상을 추천한다.



내가 구매한 턴테이블은 위 영상에서 등장하지 않은 크로슬리 t-400이라는 제품이다. 오디오테크니카 LP-60X와 완전 똑같은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꼭 필요한 기능만 들어있는 제품이라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해외 직구로 구매한 상품이라 변압기가 필수이고 블루투스 탑재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rca선을 구매해서 연결을 해주어야 한다.






턴테이블만 사는 것은 훤 쿠르 세쿠시 하지 못합니다.

액티브 스피커까지 같이 사야 완성되는 것이니까.

턴테이블만 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스피커를 또 사야 한다니요? 왜죠?

왜냐하면 그게 약속이니까.



턴테이블 구매 후 스피커까지 연결시켜 주어야 비로소 음악이 흘러나온다. 스피커의 퀄리티에 따라 음질이 좌우되기 때문에 오히려 턴테이블 보다 스피커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턴테이블 라이프에 있어서 스피커는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마샬, 보스, 제네바 등 우리가 평소 익히 들어보던 브랜드부터 조금은 낯설고 가격대가 위협적인 브랜드까지... 다양한 액티브 스피커 사이에서 무엇을 살지 고민 중이라면, 그나마 무난하게 구입할 수 있는 브랜드부터 시작하는 걸 권하고 싶다. 턴테이블 비기너인 나는 현재 JBL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 더 좋은 사양의 스피커를 사용해보지 못해 음질에서 오는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일단은 내가 어떤 음역대를 좋아하는지, 내 취향을 치밀하게 분석해 본 후 이에 맞는 스피커를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이지 않을까 미루어 본다.





자, 이제 시작이야

내 턴테이블 위한 여행! 바이닐!




턴테이블과 스피커도 구매했겠다, 이제 필요한 건 바이닐이다. 바이닐이 있어야 노래가 나오든 말든 할 거 아니겠냐 이 말이야.


내가 바이닐을 알아보고 구매하는 곳은 세 군데다. 물론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바이닐 취급점은 많고 많다. 하지만 내가 방문하는 곳은 아래 세 곳이다.


1. yes24

yes24의 장점은 접근성이 좋다. 사이트에서 원하는 바이닐 검색 후 재고만 있다면 구매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주 들여다보고 있다. 결제 방식도 다양해서 구매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으니 접근성과 편리성으로는 단연 일위다. 그러나 해외구매인 경우가 많아 배송까지 오래 걸리고 언제 어떤 바이닐이 입고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매일 같이 들어가서 확인해 보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2. 김밥레코즈

오프라인, 온라인 모두 운영하고 있어 구매까지 가장 많이 이어진 곳이다. 사장님께서 인스타그램을 굉장히 잘 활용하셔서 새로 입고된 바이닐, 세일 중인 바이닐 등 바이닐 관련 소식을 빠르게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온라인 판매 시간이 매 번 달라서 인기 바이닐은 온라인 구매가 조금 힘들다는 점, 온라인 사이트 개발이 더딘 점(^^..), 오프라인 매장이 굉장히 협소해서 한 번 방문하면 온 몸에 힘이 빠진다는 아주 작은 점들만 제외하면.. 다양한 장르의 바이닐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3. 현대 바이닐 앤 플라스틱

오프라인 매장뿐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널찍한 공간에 '감상'에 맞춰진 공간이라 마실 나가기 좋다. 가격이 타 사이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 (현대카드를 사용해도 차이가 많이 난다.) 구매까지 이어진 적은 별로 없다만 매장 분위기가 좋아 꽤나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국내 사이트 외에도 아마존, 어반아웃피터스, 이베이 등 해외 직구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바이닐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닐은 매우 유약한 친구라.. 해외 배송으로 물건을 받을 시 물건의 상태가 올바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사실 턴테이블만큼 귀찮은 취미가 없다. 한 면 최대 재생시간이 길어야 30분이라 계속해서 판을 바꿔줘야 하고 바이닐은 얼마나 연약한지 관리에 굉장한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턴테이블만큼 낭만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취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 클릭 한 번에 이루어지는 LTE 5G 시대에 잠깐의 쉼표를 주지 않는가. 뭐 이 잠깐의 멈춤이 턴테이블의 지지직 소리만큼 거슬린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나에게는 어느 것보다 감상적이지만 누구에게는 거슬리는 순간일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오감을 통해 살아간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

무언가를 보면서 감상에 젖는 사람이 있다. 또 어느 누구는 특정 향을 맡으면 어느 날의 특정 기억이 되살아 난다고 한다.

나는 무언가를 들을 때 감각이 깨어난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재즈를 들으면 경험하지도 못했던 1950년대 재즈 펍에 앉아 있는 것만 같고, 프랑수와 아르디의 샹송을 들을 때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서울이 아닌 파리 5구에서 혁명을 외치는 68세대가 된 느낌이다.


만약 당신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경험해보지 못한 나날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면, 턴테이블과 바이닐의 세계로 조심스럽게 초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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