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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Jul 09. 2022

대학원생은 누구에게 평가받나요?

좋은 평가 부탁드립니다.

  평가를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늘 평가받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특정 학문을 얼마만큼 이해했는지 시험을 통해 평가받았다. 성인이 되어 홀로서기를 할 때가 되면 사기업/공기업에서 내가 이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에 적합한 사람인지 면접을 통해 평가받았다. 직장인이 되어서도 프로젝트와 같은 것을 상사와 클라이언트에게 평가받을 것이다. 자영업자가 되어서도 클라이언트에게 상품을 평가받을 것이다. 대학원생도 연구를 다양한 사람들에게 평가받는다.      


  대학원생은 누구에게 평가받을까?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교수님과 학회지 편집자이다. 이 둘은 같지만 다르다. 어떤 것이 같을까? 이 둘은 매일 같이 평가하는 직업을 갖고 있기에 평가를 잘한다.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평가한다. 무심코 인용한 논문이 잘 못 인용된 논문이라고 지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평가를 잘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다를까? 빈도와 냉철함이다.

   

  대학원생은 교수님께 들숨과 날숨마다 평가받는다. 잽을 계속 날린다. 속도와 정확성이 놀라울 정도다. 이렇게 평가의 빈도가 높으니 대학원생들의 멘탈은 깨지기가 쉽다. 이렇게 멘탈을 흔들고 부수는 교수님이지만, 싫으나 좋으나 교수님은 나와 함께 배를 탄 사람이다. 교수님은 망망대해에서 대학원생이 노를 저어 섬에 도착하게 하고, 편집자의 손에 원고가 들어갈 수 있게끔 행운을 빌며 원고를 넣은 유리병을 특정 학술지 바다에 던진다. 그리고 유리병의 행방에 관심 없는 척하며 함께 모닥불을 피우며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편집자의 평가를 기다린다.  


  '10 찍어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속담에서 8번의 도끼질은 교수님이 담당하고 마지막 2번의 도끼질은 학회지 편집자가 담당한다. 편집자로부터 평가는 적게는 1 많게는 2-4 받을 정도로 빈도는 낮다. 하지만 편집자와 나는 같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냉철하다. 원고가 마음에 들면 1번의 도끼질만 하여 조금 수정한 원고를 학술지에 기재해 준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2번의 도끼질도 마다하지 않고 원고를 리젝 시켜 대학원생을 10 찍어 넘어간 나무로 만든다. 냉정한 사람.


  돌고 도는 세상이라는 말이 있다. 놀랍게도 아직 학생인 나도 누군가를 평가한다. 학회지에 원고를 기재할지 말지 최종 판단은 편집자가 하지만 독재할 수 없도록 수많은 리뷰어가 존재한다. 하나의 원고당 평균 3명, 많게는 5명까지 본적이 있다. 리뷰어들은 편집자에게 받은 원고를 읽고 원고의 전반적인 내용 및 완성도를 평가하고 line by line으로 수정할 점을 제시한다. 그 후 '바로 기재', ' 조금 수정 후 기재', 그리고 '리젝' 중 하나를 최종적으로 선택하여 평가 파일을 편집자에게 전달한다. 나도 수많은 리뷰어 중 한 명인 것이다. 평가받는 것을 싫어하면서 나도 누군가를 평가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대학원생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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